'하버드 1%' 서보현 "'깊은 관계' 위한 토론 필요…반대 의견 배척하면 좁은 사회" [김기자의 문화이야기]
한국인 최초 세계토론대회 2회 챔피언
하버드 조기 입학해 4년 장학생, 최우등 졸업
"사회에도 '좋은 논쟁' 필요…쌍방이 다음에 또 보고 싶다는 생각할 수 있어야"
"세상에 없는 것이 '정답'…자신의 의견 말하고 설득하는 법 교육해야"
한 마디도 영어를 못했던 한 한국인 소년이 호주로 이민을 가 외로움을 느낍니다. 원래도 내성적이었던 이 소년은 갈등을 피하기 위해 아이들 사이에서 침묵을 지킵니다.
그랬던 소년이 5학년 때 선생님의 권유에 교내 토론팀에 가입한 뒤 새로운 세상을 만납니다. 다른 사람과 정반대의 의견을 밝혀도 불화로 이어지지 않고, 발언권이 보장되며 서로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공간을 처음 접한 그는 큰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지역 토론대회를 거쳐 세계학생토론대회(WSDC)에 호주 대표로 참가할 자격을 얻었고 우승까지 거머쥐며 한국인 최초로 베스트 스피커에 호명되는 쾌거를 이룹니다.
이어 하버드대학교에 조기 입학해 4년 전액 장학생으로서 수학합니다. 하버드대에서는 1,600명의 인원 중 상위 1%에 해당하는 '주니어 24(상위 24인)'에 선정되고 미국 최고 권위의 우등생 클럽 '파이 베타 카파(Phi Beta Kappa)'의 회원이 되는 영예를 안습니다.
하버드대학교 재학 중일 당시에도 교내 토론팀의 코치로 활동했고 세계대학생토론대회(WUDC)에 참가해 또 한번 우승을 거두었던 그의 이름은 서보현. 현재는 하버드 로스쿨의 박사학위 취득을 앞둔 그가 책 '디베이터 : 디베이팅 세계 챔피언 서보현의 하버드 토론수업'를 펴고 한국을 찾았습니다.
저자 서보현을 어제(12일) 만나, 토론이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건전한 논쟁은 어떻게 촉진할 수 있을지, 한국의 교육법이 어떻게 개선되면 좋을지 물어보았습니다.
저자의 경험과 사회에 대한 통찰이 담긴 일대일 인터뷰를 아래에 정리합니다.
만 8살에 이민을 갔는데 학교 전체에 한국인이 2명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몇몇 학생들이 제가 인종이 다르고 영어도 못한다고 놀렸습니다. 하지만, 인종 차별주의적인 언행을 했다기보다는 '나와는 다른 사람'으로 인식하면서 공포를 느낀 아이들이 어떻게 보면 순수한 행동을 했던 것 같습니다. 말도 안 되게 저를 괴롭히거나 특정 불이익을 준다거나 하지는 않았거든요.
호주로 이민 갔을 때 저는 제 뒷주머니에 있는 영어 단어 몇 개밖에 못 읽었어요. 그때 언어를 잘 못하다보니, 가장 어려운 것이 일상 속 대화를 하고 반대 의견이 있을 때 조율하는 것이란 점을 알게 됐습니다. 반대 의견을 들을 때 사람들은 단어가 조금만 정확하지 않아도 말하는 사람의 말을 중단시키잖아요. 그렇다보니 저는 다른 제 모습 때문에 주목받는 것을 두려워 했어요. 그저 군중 속의 제가 되고 싶었죠.
이 어려움을 독서를 통해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가족들은 집에 오면 밖에서 무엇을 했는지 이야기하기보다 그날 읽은 책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영어책을 한글로 된 책보다 더 많이 읽기 시작할 무렵,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생님께서 교내 토론팀 참여를 제안하셨고 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마음을 열고 각자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된 약속된 공간이라니, 편안함이 느껴졌습니다.
이민을 가게 되면, 가족이 세상과 맞서 싸우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제 관심사도 '생존'이었습니다. 가족이 팀이었죠. 매일 고군분투해야 했고요. 물건을 제대로 사오기도 어렵고, 차를 완벽하게 수리한 날이 있다면 정말 성공적인 날이었어요. (웃음) 저희 부모님의 약점과 한계를 빠르게 알 수밖에 없었어요. 한국에서 올려다봐야 할 부모님께서 호주에서는 지상으로 내려오신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빠르게 제가 어른이 돼가면서 부모님께서도 제 의견을 항상 신중하게 들어주셨습니다.
제 의견을 말하고 설득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히는 환경이 된 것 같아요. 저희 아버지께서 제가 어릴 적부터 정치, 사회 이슈에 관심 많으셨고 어머니께서도 외할아버지로부터 "여자여도 자신의 의견을 잘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을 들으셨던 분입니다. 특히 부모님께서는 연세가 있으신 상태에서 이민을 오신지라 문화 충돌도 겪으셔야 했는데요. 저희 가족은 '반대 속에서도 긍정적인 무언가를 찾아내는 법'을 익혀갔던 것 같습니다. 긍정적인 것을 찾아낼 수 있느냐가 생사가 걸린 문제였으니까요.
좋은 질문입니다. 제가 호주의 교육 시스템에 감사하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항상 학생들의 생각을 묻는' 교육법입니다. '객관적으로 답이 맞냐, 틀리냐'는 누구나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훨씬 더 어려운 것이 합리적으로 반대하면서 사람들을 설득하고 명확하게 소통하는 일입니다.
저는 토론을 하면서 논리학과 수사학을 자연스럽게 배운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도 토론에 참여했는데 그때 알았을 리가 없잖아요? (웃음) 정보를 취합하고 최대한 설득력 있게 말하는 기술, 그 안에 논리학도 수사학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호주에 주 대회가 있어 여기에 팀 단위로 나가 심사를 받습니다. 그렇게 호주를 대표하는 챔피언이 되면, 그중에 5명을 뽑아 세계대회에 나가게 됩니다. 토론 외 활동이라 한다면, 저는 초·중·고등학교에서 학생 회장을 했습니다. 그리고 호주에서는 학생들의 스포츠 활동 참여가 필수라 운동을 했고 피아노와 색소폰을 연주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한국에서 살았는데요. 한국식 교육에서 발견할 수 있는 독특한 특징을 꼽자면, '교육에 대한 존경, 더 나아가 경외심에 가까운 마음'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양에서는 반대로 "대학 졸업생의 이야기나 학계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다"는 식의 이상한 반지성주의가 일부 작용하고 있거든요. 한국은 그러한 경향은 적은 것 같습니다. 보기 드물 정도로 교육의 가치를 매우 높게 치니까요. 서양은 한국으로부터 교육에 대한 진지함을, 한국은 서양으로부터 토론하고 토의하는 문화를 배우면 좋겠네요.
한국에서 이런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전문가이거나, 나이가 많거나, 경험이 아주 많지 않으면 말하지 말라고요. 제 의견을 밝히기 전에 가져야 하는 시간도 긴 편이라, 제 머릿 속으로 제 생각을 3번 돌려볼 때까지도 기다려야 하는 순간들도 생기더군요.
제가 서양에서 받은 교육은 두 가지 면에서 달랐습니다. 하나는 "당신의 생각을 들려달라"라고 말하는 교육법입니다. 답을 알기에 그러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교육에 참여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수업을 잘 못 따라오는 학생들을 보면, 자신들을 챙기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 때문에 그러는 학생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교육 시스템의 차이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죠. 자신의 목소리도 존중받는다는 생각이 들면 학생들은 더 열정적으로 변합니다. 토론이 한국에서 그런 점에서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점으로 강의실보다 세미나실이나 타운 미팅홀 등에서 이뤄지는 대학교의 강의를 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토론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며 반응하죠. 적어도 하버드대학교의 경우는 그렇습니다. 최고의 대학을 가기 위해 지침을 따라가며 소위 '스펙'을 쌓는 사람들이 여럿 있을 텐데요. 하지만, 막상 오면 이 세상에 명확한 정답이란 없으며, 모두가 가치관의 문제이고 설득의 문제란 것을 알게 되죠. 교육 시스템과 관련해 저는 이러한 점들을 깨달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매우 흥미롭고 중요한 말씀입니다. 우선, 시대적인 상황부터 짚어보면, 저는 과거 한국의 경제 발전이 '집단주의' 전략을 통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개별성은 차치하고 다같이 하나가 되어 발전을 꾀하는 전략입니다. 큰 희생이 따랐지만 큰 틀에서 보자면 한국은 분명히 그 목표를 이뤘죠. 그런데, 21세기의 국가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이제는 한 나라의 인구 안에서 최대한 차이점을 찾아내는 것, 기존의 지혜를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 필요한 시대라고 봅니다. 호주도 저성장 시대를 맞아 다양성을 끌어내는 것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요. 그런 점에서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선망하는 직업의 다양성은 한국과 호주가 좀 다릅니다. 말씀하신 대로 호주에서는 완벽하게까지는 아니어도 '성공한 삶'에 대한 개념이 다른 나라보다 넓게 형성돼 있습니다. 예를 들면, 육체 노동을 하시는 분들에 대한 큰 존중이 있고요. 사회 보장 측면에서도 잘 돼 있습니다. '좋은 삶'에 대한 컨셉이 하나밖에 없다면 무서운 일 아닐까요? 이런 다양성이 존중될 수 있는 사회에서도 토론은 큰 역할을 합니다. 분명 화이트칼라(사무직)에게 크게 유용하지만,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어디서든 필요한 것이기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죠.
이 역시 매우 흥미롭네요. 미국과 호주는 계층화가 좀 더 넓게 돼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한국은 인종적인 다양성이 떨어지지 않습니까? 집이나 차 등 여러 가지를 두고 끊임없이 순위를 매기는 한국의 문화가 생긴 원인 중 하나는 우리가 똑같이 생겼기 때문 아닐까요? (웃음) 서로 배경이 비슷하거나, 사촌이라든지 서로 잘 알면, 통일성이 있어 소속감이 생길 수 있지만 반대로 그런 문화가 형성될 수 있죠.
호주에서 제가 크게 배운 부분은 '모두가 모두에게 말할 수 있는 문화'였습니다. 배경이나 계층이 다르더라도 서로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는 포럼이 다수가 열리고요. 인종 차이도 이런 곳들에서 전혀 문제 되지 않습니다. 그런 공간에 있으면 좀 더 사려 깊은 생각을 하게 되고, 아니면 적어도 그러고자 하는 열망이 생기게 되죠.
우선, 어린 나이일 때부터 좋은 논쟁과 나쁜 논쟁을 구별하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어린 나이부터 시작해 연습해야 합니다. 그래야 시민들이 거짓말쟁이로부터, 또는 조작하고 비난하고 선동하는 사람들, 또는 독재자로부터 면역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 중요한 것은 반대에 대해 문화적으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끝장토론'이란 단어가 있죠? 상대를 눕히고 모욕하는 그런 일 말입니다. 토론이 무엇인지에 대한 결핍된 시선을 보여줘, 매우 슬프기도 합니다. 물론 토론을 할 때 매우 경쟁적인 분위기이니 이를 즐길 수 있겠죠. 하지만, 우리는 상대를 다음 주도, 다음 달도 봐야 하잖아요? (웃음) 그러니까 중요한 건 이기냐 지냐가 아닌, 지속 가능하냐입니다.
토론이 끝난 뒤에도 쌍방이 돌아와서 대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좋은 논쟁'입니다. 모든 사람의 생각을 바꿀 필요도, 또는 이 토론을 통해 자신이 세상을 보는 시선을 바꿀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내일 또 와서 토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되는 겁니다. '나쁜 반대'의 반댓말은 '동의'가 아닙니다. '좋은 반대'입니다. 토론은 제대로 하면 서로를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됩니다.
흥미로운 주제인데요. 위키피디아 편집자들이 정확성을 두고 말도 안 된다 싶을 정도로 싸우는 것을 보았습니다. 익명성이 보장되지만, 커뮤니티에 부여된 자신들의 이름이 있으니 '평판'은 있잖아요. 결국 '반복 게임'인 겁니다. 토론에 반복해서 참여할수록 더욱 그 토론의 질이 좋아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우리 사회를 보면, 사람들이 토론을 꺼려 합니다. 참고, 또 참고, 참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폭발합니다. (웃음) 그리고 다시 참고 참더라고요. 그건 지속 가능한 것이 아니죠.
제 생각에 전 세계가 양극화와 민주주의의 위기에 맞닥뜨린 것 같습니다. 제가 사실 책을 쓰기로 결심한 계기가 된 것이 지난 2016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대통령 후보의 대선 결과였습니다. (웃음) 토론이 오히려 분열의 상징이 됐고, 분열을 더 악화시키는 도구가 됐거든요. 그래서 좋은 논쟁에 대한 글을 써야 하는 시급함을 느꼈습니다.
토론은 그런 것이 아니거든요. 다른 사람의 구멍을 최대한 많이 찾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최대한 생각을 해야 하고, 하나의 정체성만 가져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민주당 지지자냐, 공화당 지지자냐, 우파냐, 좌파냐와 같은 문제에서 벗어나는 것이죠. 우리는 모두 복잡한 존재잖아요. 그리고 하나의 주제를 잡아 대화를 할 수 있다는 큰 장점도 있죠. 마약 규제 정책이라든가, 부동산 정책이라든가, 경제 정책이라든가 주제를 잡아서요.
한 가지 덧붙이면, 저는 한국이 아시아 민주주의의 보석 같은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독재국가 바로 옆에서 말이죠. 민주주의가 태어날 때부터 있는 나라가 여전히 별로 없잖아요. 싸우고, 수호하고 노력해서 얻는 것이고요. 오늘도 제가 호텔에 체크인을 하니 앞에 집회가 열린다고 안내하더라고요. (웃음) 그런데 저는 집회를 하는 시간이 있다면, 우리가 토론을 하는 시간도 분명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배울 것은 배우고, 다시 대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좋은 논쟁이 필요합니다.
매우 좋은 질문입니다. 세 가지입니다. 먼저 멈추고 들어야 합니다. 보통 상대가 말하면 강점과 약점만 집중해서 들으려고 하고 이 점만 적기 쉽습니다. 그러지 말고 가능하면 상대가 말한 모든 것을 정확하게 적으면서 경청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이 주장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주장이 사실이지만 내 마음은 안 바꿀 것이다'인지요. 마지막으로 건설적이어야 합니다. 비판을 했다면 대안을 내놓을 수 있어야죠. 이 모든 것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한계는 두 가지입니다. 먼저 경청 능력입니다. 토론은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상대편이 왜 그러한 생각을 하는지 이론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이론을 체계적으로 세우면서 다음에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해야 하는데, 그게 설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소이거든요. 한국인으로서 말하기 전에 생각하도록 제가 어릴 적부터 가르침을 받았는데, 그게 저와는 아주 잘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한계점은 공감 능력의 결여입니다. 논쟁을 할 때 왜 그것이 진실에 가까울 뿐 아니라 중요한 문제인 것인지 연사나 또는 청중까지 공감하게끔 해야 합니다. 토론에 참여한 연사들뿐 아니라 청중의 마음까지도 사로잡아야 하는데요.
부연 설명을 하자면, 전 세계적으로 요즘 사람들이 외로움을 크게 느끼는데요. 비대면으로 만나서 그런 것도 있지만, 사람들이 일부 정답을 규정하고 다른 사람을 위한 공간을 내주지 않는 데서 비롯되는 것도 있습니다. 저는 이때 토론을 통해 가족과, 동료와, 그리고 시민들 사이에서 더 깊은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AI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네 저라면 기꺼이 그러겠습니다. (웃음) 단, 제가 토론 인공 지능 시스템인 '프로젝트 디베이터'와 첫 대결을 펼친 그 남자를 잘 아는데요. 전 인류를 대신해 AI와 대결한다는 생각에 부담을 느끼게 되던데 그 점이 좀 어려운 점일 것 같습니다. (웃음)
역시 매우 흥미로운 말씀인데요. 네, 그렇다고 봅니다. 빠른 기술의 진보로, 지시를 따르는 일들은 AI에게 넘어가면서 직업들이 사라질 위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죠. 이제 모두가 일을 할 때는 보다 창의적이고 인간적인 일을 해야 하는 건데요. 저는 대화를 할 때 '토론'하는 것만큼 더 인간적인 기술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Jim Yong Kim)께서는 제가 큰 프로젝트를 조직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느끼게 해주십니다. 그분께서는 세계은행에서 빈곤 문제 해결과 보건의료 발전 등을 위해 힘쓰셨습니다. 제 인생 목표가 '좋은 반대'가 받아들여지는 더 큰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반대 의견이 배척되면 좁은 생각을 가진 개인이 살고, 그 개인이 모여 좁은 사회, 더 좁은 세상을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미친 프로젝트'처럼 들릴 수 있는 이런 이야기를 할 때 이분께서는 언제나 저를 지지해주셨고, 어쩌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저와 가까이 함께 일하고 계신 하버드대 로스쿨의 마르사 미노(Martha Minow) 교수님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으셨고 큰 설득력을 갖추셔서 제가 감탄하게끔 하는 마이클 커비(Michael Kirby) 전 호주 고등법원 판사님과 제가 좋아하는 자메이카 킨케이드(Jamaica Kincaid) 작가님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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