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 ‘박원순 다큐’ 제작발표회…제작위원회 “적극적으로 취재와 질문 응할 것”
다큐 ‘첫 변론’ 연출 김대현 감독, 최근 라디오서 ‘2차 가해’ 비판에 반박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다큐멘터리 제작위원회인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이 13일 “적극적인 자세로 언론인의 취재와 질문에 성실히 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은 오는 16일 오후 2시로 예정된 다큐멘터리 ‘첫 변론’ 제작발표회 취재 요청서를 이날 언론에 배포하면서 “최근 다큐멘터리와 관련한 언론 보도가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며 이같이 알렸다. 이어 “발표회에는 다큐멘터리 연출자와 원작자, 제작자 등 5명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발표회에서는 다큐멘터리의 2차 트레일러 영상이 최초로 공개된다”며 “제작 상황 등에 대한 연출자, 제작자의 발표가 준비되어 있다”고도 덧붙였다.
다큐 관련 보도가 나오면서 일부에서 불거진 2차 가해 논란과 함께 제기된 ‘박원순 전 시장 옹호 성격이 아니냐’ 등 지적 등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다큐 ‘첫 변론’을 연출한 김대현 감독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에 나와 개봉이 2차 가해라는 비판을 반박했다. 김 감독은 “2차 가해는 1차 가해를 전제로 하는 것. 1차 가해에 대한 여러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연 이것을 2차 가해로 몰아갈 수 있는 걸까 그런 의문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감독은 “모든 언론과 여성계는 2차 가해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은데, 그 관심의 10분의 1 정도도 1차 가해 여부나 1차 가해 진실성에 대해서는 왜 관심을 갖지 않는지 궁금하다”고도 지적했다.
경찰이 박 전 시장 사망으로 강제추행 등 혐의 고소 사건을 ‘불기소 의견’(공소권 없음)으로 2020년 마무리한 뒤 국가인권위원회가 직권조사에 나서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언동을 인정한 바 있는데, 김 감독이 이를 정면으로 받아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경찰 수사가 종결된 것과 별개로 2021년 1월 직권조사에서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언동을 인정했었다.
인권위를 상대로 권고 결정 취소 소송을 냈던 유족 측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인데, 지난달 서울고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원심이 반대 신문권을 보장하지 않았고 아귀가 맞지 않은 참고인 진술에 근거하는 등 사실 인정에 오인이 있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김 감독은 이 자리에서 ‘인권위 결론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수준까지 가는 건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인권위의 허술한 직권조사에 대한 논란을 ‘차분하게 생각해보자’, ‘같이 다시 논의를 해보자’는 것이 영화를 만든 목적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일각의 ‘영화 상영 중단 가처분’ 움직임에는 “저희가 여성계에서 기자회견하는 것을 말린 적이 있느냐”며 “일방적으로 박 전 시장의 무고함을 주장하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한번 보시고 그런 부분을 같이 판단하자는 의미로 만든 거라서, 영화 상영 자체를 막는다는 건 굉장히 비합리적인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방송에서 개봉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입장으로 인터뷰에 응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아침부터 많은 분께서 궤변을 들으셔야 하지 않느냐”고 김 감독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류 의원은 또 “성범죄 유무는 박 전 시장 사망 탓에 확정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며 “2차 가해가 자행될 게 뻔한 탓에 피해자는 최소한의 법적 판단이라도 받아둬야 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인권위 결정 후 피해자는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께서는 소모적 논쟁을 중단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며 “그만들 좀 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 등에 동참의 뜻을 밝히고는 “‘우리 시장님이 절대 그럴 리가 없어’ 류의 집단 망상과 또다시 이어질 집단 린치가 걱정”이라고 류 의원은 우려했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는 지난 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성폭력 피해자는 가해자의 잘못에 대한 법적 판단을 구하는 사람”이라며 “가해자를 두둔하는 지지자들에 의한 2차 가해는 두더지 게임에서 끊임없이 튀어 올라오는 두더지 머리통 같다”고 쓰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이튿날인 10일에도 SNS에 글을 올려 “성폭력 사건에서 진영의 장막을 걷어치워야 한다”면서, 성폭력이 인간의 존엄에 관한 문제인데도 철저히 진영 논리에 따라 이용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 감독은 지난해 7월 SNS에서 “‘카더라’로 부풀려진 통념과 책이 새롭게 밝힌 사실의 괴리를 알게 된 독자들 상당수가 ‘대명천지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분개했다”며 “직관적인 영상 미디어를 통해 사건의 진상이 알려져야 한다는 의견이 모여 다큐멘터리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그동안 언론의 일방적인 보도에 의해 아직도 많은 분들이 본 사건에 대해 잘 모르고 계신다”며, “진영을 떠나 진실을 찾는 분들의 지지를 감히 구한다”고 썼다.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이 지난 2일 공식 홈페이지에서 “널리 알려달라”며 공개한 다큐 포스터에는 ‘세상을 변호했던 사람 하지만 그는 떠났고, 이제 남아있는 사람들이 그를 변호하려 한다’고 적혔다.
박 전 시장은 부하직원인 서울시 공무원으로부터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뒤인 2020년 7월9일 북악산 숙정문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의 묘소는 지난달 1일 경남 창녕군에서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으로 이장됐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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