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생명체 찾기가 '불편한' 이들 [김정욱의 별별이야기](20)

김정욱 기자 2023. 5. 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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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 외계생명체 발견·접촉 시 혼란 줄이기 위한 준비 해놔
기독교계, 지동설처럼 외계생명체 인정하고 우주에 복음 전파할까
[서울경제]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우주.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인도 등은 일찌감치 우주의 가치에 눈을 뜨고 그 공간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본격적으로 우주개발에 뛰어들고 있죠. 미지의 우주, 그 광활하고 거대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풀어내려 합니다. <편집자주>

지구의 과학자들은 광활한 이 우주 어딘가에 있을 외계생명체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지난 기사들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만약 인류가 다른 천체에서 외계생명체를 발견하거나 또는 고등 문명을 가진 외계인들과 교신에 성공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이런 일에 일어날 것에 대해 세계의 과학기구와 단체들은 ‘그날’을 대비한 매뉴얼을 이미 만들어 놨습니다.

당장 외계생명체 발견이나 접촉 가능성이 낮지만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하면 파급력은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이런 일을 최대한 혼란스럽지 않게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해놨습니다.

만약 외계생명체의 존재가 확인되면 국제우주항행학회(IAA)가 먼저 분주해집니다. IAA는 국제적으로 항공우주의 평화적 발전을 추구하는 학회입니다. 이곳에는 ‘세티 검출 후 특별그룹’이라는 조직이 있습니다. 세티는 지적 외계생명를 찾기 위한 프로젝트로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을 비롯한 세계 여러 우주전문기관들이 협업하고 있습니다.

IAA 특별그룹의 목표는 외계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하는 결정적인 날에 대비하는 것입니다. 외계생명체 있다는 게 확인되면 이 그룹이 각계에 조언을 하며 관제센터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특별그룹은 이 사실을 국제천문연맹(IAU)에 알리고, 다시 이런 내용은 유엔(UN)에 전달됩니다. 유엔은 외계생명체 발견 또는 접촉 사실을 다른 국제기구와 우주관련 단체에 전달하죠. 이후 언론에 외계생명체 존재(접촉) 확인을 발표하고 일반인들에게 전달됩니다.

만약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면 중간이 정보가 유출돼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겠지만 아무튼 과학계는 결정적인 날을 위한 절차가 있습니다.

지난해 8월 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세계 천문학자들이 모인 가운데 '제31차 국제천문연맹총회(IAUGA) 개회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런 일이 일어나면 과학계는 어느 정도 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 큰 충격을 받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주에서 생명체가 거주하는 곳이 지구가 유일하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가장 충격을 받을 곳은 종교계, 그 중에서도 정통 기독교입니다.

정통 기독교에서는 예수의 탄생에 대해 신이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그 아들을 지구에 보냈다고 합니다. 예수는 침팬지나 강아지 등 다른 동물이 아닌 오직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왔고, 이는 오직 지구에서만 일어난 일이라는 게 기독교의 주장입니다. 이 같은 내용은 기독교 교리의 핵심입니다.

현재 외계생명체의 존재를 가장 강력히 부인하는 곳도 기독교계입니다. 기독교에서는 “하나님(하느님)이 우주를 창조했고, 생명체는 오직 지구에만 탄생시켰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현재 기독교계에서 외계생명체의 존재를 인정하면 이단으로 낙인찍히게 됩니다.

기독교가 우주의 현상과 법칙을 무시한 건 외계생명체 존재 뿐만이 아닙니다. 500년 전 천동설(지구를 중심으로 태양계 천체가 움직이다는 이론)과 지동설(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움직인다는 이론)이 충돌했을 때도 기독교에서는 지동설을 인정하면 이는 이단으로 분류하고 종교재판을 통해 처형시켰습니다.

당시 기독교에서는 우주의 중심은 지구라고 믿었는데 지동설은 예수 탄생 이전인 기원전부터 나왔던 이론입니다. 하지만 확실히 입증되지 않은 이상 지동설을 주장하는 것은 기독교 교리에 대한 도전이었죠. 이 때문에 갈릴레이 갈릴레오도 지동설을 주장했다 종교재판에 섰습니다.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는 게 과학적으로 확실히 입증된 지금 기독교에서는 지동설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여겼던 기독교 교리도 수정됐죠.

현재 과학계에서는 외계생명체의 존재를 확신하고 그들을 찾고 있습니다. 나사에서도 이번 세기 안에 외계생명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죠.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탐사선 큐리오시티가 화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나사

기독교의 교리대로라면 예수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인간세계에 내려온 것은 오직 지구에서 한 번 일어나야 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했다면 지구 외 다른 천체의 생명체들에게도 구원의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외계생명체가 발견되면 그 동안 이를 부정해오던 기독교계는 큰 충격에 빠질 것입니다. 어쩌면 수천년 동안 이어진 기독교의 교리가 통째로 흔들리면서 이탈하는 신도들도 많아질 수 있습니다.

기독교에서 외계생명체를 인정하지 않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긴 합니다. 2000년 전 예수가 탄생할 당시에는 천문학이 그리 발달하지 못해 인간이 우주를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좁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과학의 발전으로 우주의 크기와 천체의 수를 이전보다 더 넓게 보게 됐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외계생명체의 존재를 과학계에서는 확신하고 있는 것이죠.

기독교가 천동설을 버리고 지동설을 인정했듯이 이제 또 한 번 선택의 기회가 온 것 같습니다. 계속 외계생명체를 부정하다 그들이 발견됐을 때 통째로 기독교의 교리를 잃을 것인지, 아님 지동설을 인정했을 때처럼 현재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외계생명체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에게도 복음을 전파할 준비를 할 것인지 선택할 때가 지금이라고 보여집니다.

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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