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VO, 女외국인선수 드래프트 '오리무중' 6개 구단 "아직 몰라"

[아이뉴스24 류한준 기자] 한 시즌 팀 성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외국인선수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주최하고 튀르키예(터키)에 있는 이스탄불에선 2023 V리그 여자부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이 열리고 있다.

흥국생명 한 팀만 지난 시즌 뛴 옐레나(보스니아)와 재계약을 결정했다. 나머지 6개 팀은 새로운 외국인선수를 뽑아야 한다. 그런데 아직 눈에 들어오는 쏙 선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스탄불 하산 도안 스포르 콤플렉시에서는 13일(한국시간)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2일차 일정을 진행됐다. 6개 팀 감독들은 적극적으로 변했다.

트라이아웃 평가전을 시작하기 전 코트에 모여 전날(12일)보다 더 실전 같은 상황을 만들어 주길 요청했다. 참가 선수들에 대해 제대로 된 경기력을 확인하겠다는 의지다.

12일과 견줘 31명에서 2명이 늘어난 선수 33명이 코트에 나섰다. 서로 친해진 듯 이야기를 나누며 몸을 풀었다. 현지에서 섭외된 남자 세터 2명도 가세했다. 첫날보다 확실히 패스(토스)가 좋아졌고 몸이 풀린 선수들도 컨디션이 올라왔다.

사령탑들은 전날과 비슷한 장소에서 선수들을 지켜봤다. 2층에 앉은 사령탑은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이 유일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옐레나와 재계약을 결정했기에 여유가 있었다.

평가전에서 선수들의 공격 속도는 빨라졌다. 감독들의 눈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선수의 손끝에서 공이 찍히는 코트 구석까지 시선이 따라갔다.

이런 가운데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이 코트로 나왔다. 김 감독은 "지금 방식은 아포짓 스파이커의 플레이를 충분히 볼 수 없다"면서 "아포짓 스파이커 위주로 공격력을 보고 싶다"고 제안했다. 아헨 킴 페퍼저축은행 감독의 생각도 같았다.

감독들 의견을 반영해 평가전을 아포짓 스파이커의 공격력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김 감독은 "어제 좋게 봤던 선수랑 오늘 좋게 봤던 선수가 느낌이 좀 다르다"면서 "이것 가지고 판단하기는 좀 힘든 것 같고 눈에 들어오는 선수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내일 하루 더 봐야 할 것 같다"면서 "외국인선수는 팀 리더가 되어야 한다. 성격이나 움직임 등을 본다. 실력은 비슷하다. 팀에 들어와서 얼마나 잘 합류할 수 있는지를 본다"고 강조했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함께 보낸 시간이 많은 야스민(미국)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바람대로 될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해당 선수를 먼저 뽑을 수 있는 확률도 희박다.

야스민을 선택하더라도 지난 시즌의 악몽이 반복될 수 있다. 야스민은 시즌 초중반까지 현대건설 독주를 이끌며 제몫을 해줬지만 허리 부상으로 이탈했다. 현대건설은 결국 야스민이 빠진 자리를 메우지 못했고 정규 리그 2위로 밀린 뒤 챔피언결정전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강 감독은 "공격력, 높이, 힘, 그런 걸 보고 있는데 지금 (트라이아웃에 나선 선수들은)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야스민에 대해서는 "베스트 컨디션이 돌아올지 위험 부담이 있어서 고민이 많다"고 언급했다.

강 감독은 또한 "실력만 놓고 보면 야스민 같은 선수가 없다. 데리고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리스크가 걱정"이라고 답답한 심경을 털어놨다.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새 얼굴을 본다. 지난 시즌보다 좀 더 어려워진 팀 상황을 염두에 두고 보고 있다"고 얘기했다. 김 감독은 "다른 걸 떠나 일단 공격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내일 하루 더 봐야 할 것 같다"고 신중한 평가를 내렸다.

평가전을 마친 뒤 감독들과 선수들은 간담회를 진행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고 서로 궁금한 점들을 묻고 답하며 거리를 좁혀갔다. 선수들은 시즌이 끝난 만큼 몸 상태가 100%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했지만 경기 감각은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감독들은 수비를 강조하는 한국 배구 스타일은 물론 동료들과 유대가 강한 특유의 문화에 적응할 선수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채식을 하거나 종교적 이유로 특정 음식을 먹지 않는 선수도 체크했다. 간담회 종료 후 지난 시즌 뛰었던 선수와 재계약할 의사가 있는 구단이 KOVO에 통보할 시간이 다가왔다.

흥국생명만 옐레나를 다시 선택했다. 한국도로공사에서 뛴 캐서린 벨(미국), GS칼텍스에서 뛴 모마(카메룬) IBK기업은행의 산타나(푸에르토리코)는 원 소속팀으로부터 선택받지 못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옐레나는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선수고 성장시킬 수 있다"며 "이미 재계약할 마음을 정하고 왔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도중 합류한 아본단자 감독은 자신의 배구 스타일을 도입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가올 시즌은 비시즌부터 준비할 수 있고 구성원 변화도 있는 만큼 다를 것이라는 각오다. 아본단자 감독은 "아직 (지난 시즌) 구성원으로 시작한 (우승 도전이)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끝까지 이 멤버로 우승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류한준 기자(hantaeng@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