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가난 코스프레`에 MZ·서민 분노…김남국, `제2 조국?`
민주당 안팎 2030세대까지 김남국 의원 사퇴 요구
"후원금이 텅텅 비었다. 청년 정치인들은 후원금 모금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작년 지방 선거 부산 지원 유세 때는 방 두 개 안 빌리고 모텔에서 보좌진이랑 셋이 잤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2년 11월 디시인사이드 더불어민주당 갤러리에 "연애 비법을 전수해 드린다"는 글을 올려서 밝힌 얘기다. 당시 김 의원은 썸녀와의 통화를 위해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으로 20층까지 올라가는 등의 '연애 비법'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이 글을 보고 웃고 계시거나 연애 꿀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후원 꼭 부탁드린다. 후원금이 텅텅 비었다. 국회의원이라고 호텔에 가서 잔 적이 없다. 저렴하고 깨끗한 모텔 이용한다"고 밝혔다. "정말 아껴 쓰겠다. 꼭 필요한 곳에만 쓰겠다"고 호소하며 계좌번호를 첨부했다.
김 의원이 모금을 한 시기는 그가 최대 60억원 규모의 코인을 인출했다는 의혹이 나온 기간 이후다. 때문에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김 의원이 모금을 위해 '거지 코스프레'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 같은 이벤트와 호소 덕분에 김 의원은 2022년 국회의원 가운데 가장 많은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 의원은 3억3014만원을 모금하며 1위를 차지했다.
'코인 영끌'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는 김남국 의원의 '후원금 영끌'에 마음과 지갑을 열었던 2030세대와 서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정의롭고 가난한 척 하는 김 의원이 뒤에서는 국정을 보살펴야 할 시기에 몰래 코인 거래를 하고, 전문가 뺨치는 거래기법과 보유규모를 자랑하는 '코인 큰손'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코인 사태에 대해 문제가 나올 때마다 부정하다가 하나씩 사실로 드러나면서 까도까도 계속 나오는 이슈에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2030 세대들은 김 의원이 과거 '내로남불'의 대명사로 통했던 조국 사태를 뛰어넘는 '제2의 조국 사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앞에선 정치 개혁을 부르짖으면서 뒤로는 자녀 입시 비리, 사모 펀드 조성 같은 부도덕을 저지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떠오른다는 것. 김 의원은 "조국 교수님 사진을 머리맡에 두고 기도하면서 잔다"고 한 친(親)조국 인사다.
한국갤럽이 12일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의원 코인 사태 이후 민주당의 2030 청년 지지율은 10%포인트가량 떨어졌다. 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주 31%였던 18∼29세 지지율은 19%로 12%포인트 급전직하한 것. 30대 지지율도 42%에서 33%로 9%포인트 떨어졌다.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2030세대가 김 의원 사태로 인해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내년 총선을 앞둔 민주당으로선 최대 악재를 맞은 것.
민주당 내에서도 세대간 충돌 조짐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2030 청년들은 이날 김 의원의 코인 사태를 두고 당의 도덕성이 무너졌다며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와 17개 시·도당 대학생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 정치인을 자처했던 김 의원의 몰빵 투자는 수많은 청년들에게 박탈감을 느끼게 했다. 민주당의 무너진 도덕성을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밝혔다.
전직 최고위원 등 청년 정치인들도 목소리를 같이 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촛불의 열망으로 집권, '적폐 청산'에 앞장섰던 민주당이 이제 '적폐'로 평가받아야겠느냐"고 밝혔다. 이들은 김 의원 코인 보유와 전당대회 돈 봉투 사태와 관련해 철저한 진상 조사와 코인 보유 내역 전수 조사를 요구했다. 또 내로남불, 남탓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우리 편은 감싸고 상대편만 공격하는 내로남불 정치, 국민의 눈높이와 괴리된 당내 도덕불감증을 끊어내야 한다. 민주당이 끊어내야 할 적폐가 있다면 검찰이 아니라 우리 손으로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한 청년 당직자는 "떨어진 운동화 신고 다닌다던 김 의원이 실제로는 코인으로 큰돈을 만진다는 소문이 돈 지 꽤 됐다"며 "굳이 가난한 척은 왜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돈 봉투 사태를 두고도 민주당 청년들은 "매듭짓지 못한 내부 문제가 쌓여 적폐가 된다. 국민의힘보다 나은가 아닌가가 중요하지 않다"면서 "우리 기준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국민"이라고 밝혔다.
대학가에서도 민주당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양소영 전국대학생위원장은 "민주당은 국민 상식과 눈높이와 벗어난 정당이 됐다. 국민 다수가 불신을 보낸다"고 했다. 이학준 서울시당 대학생위원장은 "청년 정치가 가난 프레임과 내로남불로 얼룩졌다. 김 의원은 앞에서는 가난함을 강조하고 뒤에서는 막대한 시세 차익을 챙기는 위선적 행태를 일삼았다"고 공격했다.
한편 김 의원은 시민 코스프레 논란이 커지자 8일 페이스북에 "아무리 생각해도 '서민 코스프레' 했다는 비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평생을 짠돌이로 살았는데 40년째 코스프레한다는 말인가"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그는 "학생 때부터 몸에 밴 습관대로 절약하면서 살았고 아끼고 아껴 모은 돈은 남에게 베풀려고 노력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산 안경을 20년 동안 썼고, 변호사 시절에도 아버지가 타시던 차를 물려받아 24만㎞까지 탔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72억 자산가 김건희 여사가 3만 원짜리 슬리퍼를 사면 '완판녀'가 되고, 민주당의 김남국이 3만 원짜리 운동화를 신으면 '서민 코스프레'가 된다. 국민의힘 이준석이 하면 '자랑'이 되고 민주당 김남국이 하면 '논란'이 된다"면서 정치 공세를 중단하라고 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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