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레이저 무기, 북한 전술핵도 막아낼 수 있을까? [Deep&w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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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시험평가를 진행해 국방부로부터 ‘전투용 적합판정’을 받은 레이저 무기는 드론 공격에 가장 효율적인 대응방안으로 꼽히는 무기다. 기술적 성숙도가 현재보다 월등히 높아지는 2030년대에는 드론뿐만 아니라, 전쟁의 판도를 바꾸어 놓는 게임체인저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레이저 무기의 원리와 장단점은?
레이저 무기는 고출력 에너지를 직접 표적에 집중시켜 파괴하거나 무력화하는 기술이다. 레이저 또한 빛이기 때문에 간섭성·지향성·응집력 등 광학적 특성을 가진다. 특히 지향성을 가진 레이저는 렌즈를 통해 매우 작은 범위로 집중할 수 있고, 그 지점에서의 에너지 강도는 면적 대비 매우 높다. 이것이 바로 고출력 레이저 무기의 원리와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다.
레이저 무기의 장점은 우선, 초당 30만 ㎞를 이동하는 지향성 에너지를 이용함으로써 마하 8.0의 극초음속 미사일 등도 쉽게 요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레이저 무기는 고에너지를 집속해 개인 소총의 5.56㎜ 탄환보다 작은 영역에 대해서도 표적을 구분해 파괴할 정도로 정확하다. 셋째, 1회 발사 비용이 1,300원 정도로 휴대용 대공미사일인 신궁(1발 2억 원)과 PAC-3(1발 80억 원) 등에 비해 매우 경제적이다. 넷째, 기관포나 대포처럼 별도의 탄약이 없어도 전기만 공급하면 운용이 가능하며, 낙탄에 따른 지상의 부수적인 피해 우려도 적다.
단점으로는 레이저가 안개나 비 등에 의해 산란·굴절됨으로써 표적에 원하는 에너지를 투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표적과 교전하기 위해서는 가시선(line of sight)을 유지해야 한다는 제한도 있다. 표적이 산악이나 특정물질로 차단돼 있다면, 표적에 도달하는 레이저의 양이 현저히 감소한다. 빠르게 이동하는 표적의 경우 계속 추적해야 하고 파괴할 때까지 에너지를 전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목표물이 급기동할 경우 추적과 격추에 제한이 따를 수도 있다.
레이저 출력과 무기화 수준의 관계는?
레이저 무기의 핵심은 출력이다. 출력을 높일수록 대응할 수 있는 표적의 범위가 증가한다. 아직은 드론을 요격하는 수준의 20~60㎾급 출력에 머물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높여서 실전 배치가 이뤄진다면 레이저 무기는 전장의 풍경을 쉽게 바꿀 수 있다. 예컨대 대전차 미사일을 파괴하려면 100㎾급 출력, 순항미사일은 300㎾급 출력, 전투기나 지상표적 파괴를 위해서는 메가와트(㎿)급 출력이 필요하다. 출력이 클수록 그 위력이 증대되지만, 고출력을 내려면 전체 시스템의 규모가 커져야 하는데 현재 기술력으로서는 이를 넘어서는 게 쉽지 않다.
실제로 이번 시험평가에 성공한 지상 고정형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Ⅰ은 20㎾급 출력으로 전자레인지(1㎾)보다 20배 높은 출력이다. 국방부는 2030년까지 출력을 30㎾까지로 확장하고, 항공기나 함정, 차량 등에 장착할 수 있도록 블록-Ⅱ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개발에 따른 전력화가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지난해 우리 영공을 침범했던 전장 1.8m 크기의 무인기는 물론이고 그보다 훨씬 작은 소형 드론도 다 잡아낼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은 레이저 무기가 어디까지 왔나
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국은 이미 출력 50㎾, 사거리 3~5㎞의 레이저 무기를 개발하고 전력화를 추진 중이다. 미 해군은 2022년 알레이 버크(Arleigh Burke)급 구축함에 레이저 무기를 시험 설치했으며, 미 공군은 향후 F-35 등에 레이저 무기를 탑재해 공대공 미사일 요격용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50㎾급 레이저 무기를 C-130, C-17 수송기 등에 장착해 상승단계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러시아는 탄도미사일 요격과 우주궤도에 있는 각종 위성 센서 파괴를 목적으로 소콜 에셜론(Sokol Eshelon)으로 불리는 레이저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형 레이저 무기 페레스베트(Peresvet)를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드론 요격용으로 10㎾급 레이저 무기인 사일런트 헌터(Silent Hunter) 등을 개발하고 있다. 더불어 30㎾ 출력의 지상 기반 레이저 무기 LW-30와 포드형(pod) 항공기 탑재 레이저 무기 개발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2021년 세스나기에서 1㎞ 떨어진 무인기에 레이저를 조사해 격추하는 시험을 실시하는 등 무인기 탑재 레이저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20㎾급의 아이언 빔(Iron Beam)과 50㎾급의 드론 돔(Drone Dome)은 개발 완료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레이저 무기를 탑재한 무인기를 아이언 돔, 다비드 슬링, 애로우 계열로 이어지는 다층 미사일 방어망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향후 전쟁 게임체인저로서 역할 가능한가, 어떻게?
레이저 무기는 더 이상 영화나 게임 속 상상의 무기가 아니라 현실화돼 전쟁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은 이를 의식해 극초음속 미사일, 자율무기와 더불어 레이저를 포함한 지향성 에너지 무기들을 미래전의 게임체인저로 설정한 바 있다. 미래전은 단위 부대의 역할이 강조되는 킬 웹(Kill Web)의 양상 및 전투원의 생명을 중시하는 비화약전이나 비살상전의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레이저 무기는 이러한 전쟁 양상에서 감시, 타격, 방어, 통신 등에 있어 핵심기능으로 작용한다.
레이저를 이용한 우주물체 감시는 이미 실현되고 있고, 드론이나 탄도미사일 등의 표적에 대해 화약형 무기체계 대비 효과적으로 타격할 수 있다. 플라스마 등 관련된 레이저 기능을 사용해 항공기나 함정, 차량에 대한 보호막(shield) 기능의 실현도 머지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레이저 통신을 이용할 경우 고용량 정보를 사이버 위협에 대한 우려 없이 송수신할 수도 있다. 다만 미래전 양상에 걸맞은 레이저 무기의 출력을 증폭시키는 대신, 크기와 무게를 어떻게 혁신적으로 줄여나갈 것인지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우리의 레이저 무기 개발 평가 및 과제
1999년 ADD가 레이저 무기 개발을 시작해 올해 시험평가 완료까지 24년이 소요됐다. 이번 시험평가에서는 레이저를 30회 발사해 3㎞ 밖에 있는 무인기 30대를 모두 맞혀 100% 정확도를 기록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타국의 레이저 무기와 비교 시 블록-Ⅰ은 출력 20㎾, 사거리 2㎞를 가진 이스라엘의 아이언 빔과 비교 시 성능이 우월한 것으로 평가된다. 블록-Ⅱ는 미국 록히드마틴이 개발 중인 레이저 대공포 아테나(30㎾)에 필적하거나 그보다 우수한 수준을 목표로 개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더해 국방부는 극초음속 미사일 방어용으로 100㎾급 고출력 레이저 무기체계의 원천기술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북한의 무인기 침투에 대비해 국방부는 ‘합동드론사령부’ 창설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드론을 이용한 감시타격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번 시험평가 성공을 계기로 북한 드론과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실질적 대책으로 레이저 무기의 개발 및 전력화를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 레이저 무기를 무인기 침범이 예상되는 전방 구역과 후방의 주요 시설 등에 설치하려면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즉, 개발이 완료된 레이저 무기를 양산·배치하기 위해 구매 예산을 미리 책정하는 등 예산 편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레이저 무기 개발과 관련해 민관군의 협력체계 구축과 전문인력 양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이성훈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 랜드연구소 방문학자를 다녀왔다. 합참과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로 근무하고 합동참모대학장을 거쳐 합동군사대학교 총장을 지냈다. 주요 저서로 '한국 안보외교정책의 이상과 현실'이 있으며 한미동맹·핵전략·항공우주전략이 주요 연구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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