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 관련 일본 현지 검토, 처음이 아니다…그 결과는?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과정 전반에 걸쳐 안전성을 검토하기 위해 시찰단을 일본에 보낼 예정입니다. 하지만, 시찰단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논란입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당장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겠다고 해서 불안한데, 시찰단이 간다고 해서 이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라는 게 논란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후쿠시마 원전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가 일본 현지에 가는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금은 '시찰'이지만, 일본에서 원전 오염 관련된 '조사'를 한 사례가 있습니다. 2011년 3월로 가보겠습니다.
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오염수가 바다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오염수가 덮친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힌 수산물이 우리 식탁에 오를 수 있단 공포가 국내에 퍼져나갔습니다. 2012년,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 인근 8개현에서 생산된 수산물 50종과 인근 13개현에서 난 농산물 26종에 대해 수입을 금지했습니다. 다음 해엔 후엔 후쿠시마 인근 8개현의 수산물 수입을 모두 금지했습니다.
일본은 반발했습니다. 2015년 5월 일본은 WTO에 우리나라 수입금지 조치가 과잉 부당한 차별이라며 제소했습니다. WTO는 1심 판결에서는 일본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2심은 우리나라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일본 후쿠시마 인근 수산물 수입은 전면 금지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잊고 있는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바로 '일본 방사능 안전관리 민간전문가위원회'(이하 민간전문가위원회)입니다. 2014년 당시 우리 정부는 일본 측에서 제공받은 자료를 근거로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의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내용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국내에서는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그러자 정부는 같은 해 9월 민간전문가위원회를 발족했습니다. 민간전문가위원회는 같은 해 12월 14일부터 19일, 다음 해인 2015년 1월 12일부터 17일까지 일본을 방문해 현지 조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조사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민간전문가위원회 회의록을 보겠습니다.
2015년 5월 13일, 12차 회의에서는 보고서에 대한 내용이 언급돼 있습니다. "현지 조사 등 위원회가 검토한 자료에 대해서 서술하고 이에 대한 위원회 의견을 명시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서술 방향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약 한 달 뒤인 2015년 6월 5일, 위원회 활동을 잠정중단하기로 결정합니다. 이런 결정이 내려지기 약 10여 일 전인 2015년 5월 21일, 일본이 이 문제를 WTO에 제소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회의록에도 "WTO 제소함에 따른 진행절차, 민간전문위원회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했고, WTO제소의 상황 변화에 따라 중단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활동을 중단해도 보고서는 마무리할 수 있었을 텐데, 보고서는 왜 마무리되지 않았고 공개되지 않았을까요? 이 답은 당사자들에게 직접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민간전문가위원회는 10여 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됐었습니다. 당시에는 수산물이 주요한 쟁점이었던 만큼 식품분야 전문가, 방사능 안전 전문가, 그리고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수소문 끝에 9명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먼저 밝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모든 분들이 취재에 많은 부담을 표명했습니다. 그분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개인의 의견을 최대한 배제하고 공통된 의견을 익명으로 전하겠습니다.
"실질적인 검출량은 그렇지가 않았어요. 검출되는 양들이. 그러니까 과학적인 측면으로 놓고 보면…"
결국, 연락이 닿은 전문가위원회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이렇습니다. 당시 과학적으로 우리도 분석해 보니, 일본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왔는데, 일본이 WTO에 제소한 상황에서 일본에게 유리한 내용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정무적인 판단이 있었다는 겁니다. 만약 이 내용이 공개됐으면, 일본 입장에서 WTO에 한국 자체 조사도 과학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었는데, 수입 금지 조치를 유지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할게 뻔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혹시 지금 이런 내용이 공개되면 일본이 이를 물고 늘어지면서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를 해제할 것을 요청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이미 WTO에서 우리 조치가 정당하다고 최종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조치를 해제하지 않는 한 수입금지 조치는 영구 유지됩니다. 우리 정부도 후쿠시마 수산물의 안전성이 장기간 과학적으로 확인되고, '국민들의 공감대'가 있기까지 수입금지 조치를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당시 민간전문가위원회는 일본을 두 차례 방문했습니다. 일수로 따지면 총 12일 동안 일본에서 활동했습니다. 일본과 함께 후쿠시마 주변 7개 지역에서 수산물 샘플을 함께 채취해서 동시에 분석했습니다. 바다의 오염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4곳 지점의 표층수도 같은 방법으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민간전문가위원회가 꾸려지고 현장에서 조사하기까지 약 3개월의 준비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준비하고 가서 열흘 넘게 조사했는데도 정무적 판단으로 공개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은 빠르면 시찰단이 출발하기 1주일 전쯤에나 꾸려질 거 같습니다. 시찰도 23일, 24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준비할 시간부터 부족하고 시찰 기간이 짧다 보니 철저하고 효율적인 시찰이 가능하겠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민간전문가위원회에 참여했던 방사능 전문가는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시찰단의 일정과 준비 과정 등을 보면, 지난 경험에 비춰 봤을 때, 사실상 우리나라 시찰단이 할 수 있는 게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IAEA TF'에 우리나라도 들어가 있어 시찰단이 확인해야 할 것들에 대한 충분한 사전 준비가 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도 일본이 정화한 시료를 확보해 자체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찰단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전문가들도 이미 오염수 정화 관련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구한 분들이기에 물리적인 시간이 1주일이라고 무조건 부족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정부도 이번 시찰에 대해 최대한 안전성을 검토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일단, 오염수 방류 관련해 핵종 분석, 정화시설인 알프스 시설, 방류시설, 이렇게 3가지 부분에 대해서 가능한 상세하게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입니다. 현장에서 설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고, 핵종 분석은 어떻게 하는지, 오염수가 들어있는 탱크에서 어떻게 시료를 채취하는지, 정화처리 시설인 알프스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화 처리를 거친 오염수를 어떻게 분석하는지, 다 따져보겠다는 겁니다. 여기에 방류시설에 대해서도 비상시 대응 절차가 마련됐는지 까지도 확인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현장 시찰에 앞서 효율적인 시찰 활동을 위해 일본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데이터의 원 데이터(LOW DATA)도 요구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번 시찰단은 철저하게 오염수에 대한 안전성을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선례에서 보듯이 그 결과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 다를 가능성도 100%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당시에는 정무적인 판단으로 조사단의 결과는 묻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습니다. 정부는 철저히 검토해 국민들이 신뢰할 만한 결과를 숨김없이 내놓기를 기대합니다. 정부는 이번 달이나 다음 달쯤 IAEA의 발표와 함께 우리 자체 검토 결과도 발표할 계획입니다.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그 불안의 저변에는 일본에 대한, 심지어 우리 정부에 대한 불신도 어느 정도 깔려 있기도 합니다. 이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이 이런 불신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단초가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최재영 기자stillyo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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