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人워치]'얼렁뚱땅 신입사원' 도구리 탄생비밀

최현서 2023. 5. 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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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브랜드마케팅 권요진·조소윤 인터뷰
도구리, 리니지2M에 등장하는 몬스터에서 착안
팝업스토어 개장 빈도 늘리고 장소 다양화 예정
권요진 엔씨소프트 캐릭터스튜디오실 브랜드마케팅 팀장(오른쪽)과 조소윤 엔씨소프트 캐릭터스튜디오실 브랜드마케팅 팀원(왼쪽)이 인터뷰 중 웃음을 짓고 있다./사진=비즈워치

게임 속을 돌아다니던 너구리가 '도구리'로 재탄생해 세상을 누비고 있다. 분홍색 털에 동글동글한 외모를 가진 이 캐릭터는 인터넷에서 인기를 끈 뒤 팝업스토어에도 등장하며 온·오프라인을 넘나들고 있다.

회사의 막내로 세상에 적응하고 있는 도구리를 탄생시킨 엔씨소프트 캐릭터스튜디오실 브랜드마케팅팀을 만나 도구리 캐릭터 출시 배경과 활용 계획을 들었다.

도구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도구리는 엔씨소프트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2M의 '도둑 너구리' 몬스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다./사진=엔씨소프트 제공

도구리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21년이다.엔씨소프트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2M에 등장하는 저레벨 몬스터 '도둑 너구리'를 활용해 만들어졌다. 엔씨소프트는 도구리 지식재산권(IP)을 카카오톡 이모티콘, 인형, 필기구 등의 제작에 쓰고 있다.

2020년 여름에 올라온 엔씨소프트 사내 게시판 글이 도구리를 탄생에 시동을 걸었다. 리니지2M에 등장하는 너구리의 봉제 인형을 만들 수 있는지 묻는 내용이었다.

도구리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아버지' 중 한 명인 권요진 브랜드마케팅 팀장은 "게시글이 올라왔던 당시에 신규 캐릭터 연구를 하고 있었다"며 "엔씨소프트 IP 안에 있는 캐릭터를 재해석해 완전히 새 캐릭터를 내놓는다는 목표가 있었다"고 말했다.

도구리 초안은 지금 모습과 달리 너구리의 특징이 두드러진 모습이었다./사진=엔씨소프트 제공

도구리 생김새 초안은 너구리의 얼굴 무늬가 강조된 모습이었다. 엔씨소프트는 얼렁뚱땅한 도구리의 성격에 맞춰 생각을 알 수 없는 듯한 눈, 전체적으로 동그란 모습을 중심으로 도구리의 생김새를 고쳤다.

신입사원이라는 구체성을 가진 도구리의 특성은 출시 이후 정해졌다. 권 팀장은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뉴비'를 특징으로 정한 뒤 도구리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며 "도구리가 조금 더 명확한 세계관과 재치 있는 성격을 갖는 게 좋겠다는 회사 내부의 피드백을 반영했다"고 했다.

도구리 인기의 바탕은 '공감'

도구리를 인기 캐릭터로 만들게 한 일등공신은 '넵! 알겠습니다.(모르것는디)'와 같은 재미 있는 문구다. 이 문구가 인쇄된 티셔츠를 입고 직장에 가면 소위 '인싸'(무리 내에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가 된다는 내용의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퍼졌다.

도구리 프로모션을 맡고 있는 조소윤 팀원은 도구리가 인기를 끄는 이유로 '공감'을 꼽았다. 조 팀원은 "직장인이라면 한 번 쯤은 생각했고, 누군가는 실제로 자주 쓸 수 있는 말"이라며 "사회 초년생 등으로부터 공감대가 형성돼 팬들이 긍정적으로 봐주는 것 같다"고 봤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엔씨소프트는 도구리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지난해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 신입사원 채용 면접을 컨셉으로 첫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 올해는 오는 16일까지 강남 코엑스에서 사과 품질 검사 교육, 신제품 기획 등 도구리의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가 운영되고 있다.

권 팀장은 "지난해 도구리가 친구를 찾고 싶어한다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팝업스토어를 열었다"며 "올해는 '도구리 팩토리'를 중심으로 선보이자는 생각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도구리 팩토리는 도구리가 속한 사과 기업인 '644컴퍼니'의 사과냠냠팀이 운영하는 공장이다.

"도구리, 웃음을 주는 존재가 되길"

권요진 팀장(오른쪽)과 조소윤 팀원(왼쪽)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는 도구리 팝업스토어를 더 자주 열고, 수도권을 벗어나 지방에서도 선보일 계획이다.

권 팀장은 "도구리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팝업스토어가 서울에서만 열려 아쉽다고 말한 팬들이 많았다"며 "1년에 한 번만 열리는 팝업스토어도 더 자주 열어보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권 팀장과 조 팀원은 직장인이 도구리를 통해 하루 시작과 끝에 웃을 수 있는 존재가 되길 바랐다.

조 팀원은 "거창한 목표나 구체적인 희망은 없다"며 "회사 생활하면서 한 번도 웃지 않는 날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도구리가 직장인에게 '피식'하며 웃음을 주는 존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현서 (stringstand@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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