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고립·비만…코로나19가 남긴 또다른 상처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3년 4개월가량 이어진 코로나19 유행은 3천100만 명이 넘는 확진자와 3만4천 명이 넘는 사망자, 막대한 경제적 손실 외에도 우리 사회에 여러 유형·무형의 그림자를 남겼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전 국민의 우울감이 높아졌고, 고립이 심화했다. '코로나 확찐자'들의 증가는 통계로 확인됐으며, 학생들의 체력도 약해졌다.
지난 11일 정부의 코로나19 일상회복 선언으로도 단번에 치유되지 않을 상처들이다.
우울 위험군 코로나19 전후 5배 급증
2020년 1월 20일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 발생을 전후로 나라 전체가 코로나19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국민들은 전에 겪어보지 못한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야 했다.
감염의 두려움, 일상을 상실한 데 따른 혼란, 비자발적 격리에 따른 고립감, 경제난의 가중 등이 뒤섞여 많은 이들이 우울감을 느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00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13세 이상 인구 중 코로나19로 일상생활에서 우울감을 느낀다는 사람의 비중은 '매우 느낀다' 5.2%와 '약간 느낀다' 25.1% 등 30.3%였다.
우울감을 느끼는 이유는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49.6%로 가장 많았고, 모임 자제 등으로 인한 관계 단절과 소통 감소(18.4%), 여행·외출 자제로 인한 갑갑함(14.2%), 학업·취업 및 일자리 유지의 어려움(7.8%) 순이었다.
질병관리청의 지역사회건강조사에서도 최근 1년 동안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우울감을 느낀 '우울감 경험률'이 2019년 5.5%, 2020년 5.7%, 2021년 6.7%로 상승했다.
2022년 보건복지부의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도 우울 위험군이 코로나19 이전 3.2%에서 작년 16.9%로 5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21년 자살 사망자도 1만3천352명으로 2020년보다 157명(1.2%) 증가했는데 복지부는 코로나19 장기화를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고립과 단절도 심화해 작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연구'에 따르면 큰돈을 빌릴 사람이 있다(47.31%)거나 아플 때 도움을 받을 사람이 있다(67.98%)는 응답이 코로나19 이전보다 10∼20%포인트 줄었다.
학생들 비만 늘고 체력 약해지고
코로나19 '집콕'은 비만 인구 증가로 이어졌다.
질병청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비만 유병률은 2021년 기준 남성 46.3%, 여성 26.9%로, 코로나19 이전 2019년의 남성 41.8%, 여성 25.0%보다 높아졌다.
대체로 2020년 치솟았다가 코로나19 2년 차인 2021년엔 다소 낮아졌지만, 40대 남성과 30대 여성의 비만율은 계속 늘었다.
특히 신체활동이 줄면서 아동·청소년들의 비만도 심각해졌다.
교육부가 전국 1천23개 표본학교의 건강검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과체중·비만 학생의 비율은 30.8%로, 2019년과 비교해 5.0%포인트 올랐다.
코로나19를 거치며 패스트푸드는 더 많이 먹고 채소는 덜 먹는 등 식습관은 악화했고, 하루 2시간 이상 인터넷이나 게임을 한다는 학생 비율도 증가했다.
활동이 줄자 체력도 약해졌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 학생 건강체력평가 1·2등급 학생들의 비율은 2019년 45.3%에서 지난해 39.8%로 낮아졌다.
비대면 수업의 장기화 속에 소득계층별 사교육비 격차도 벌어져 학력 격차 우려도 커졌다.
코로나19가 학생들이나 전 국민의 건강에 악영향만 미친 것은 아니었다.
질병청의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영향으로 성인의 월 1회 이상 음주율은 2019년 59.9%에서 2021년 53.7%로 줄었고, 흡연율도 같은 기간 20.3%에서 19.1%로 감소했다.
그러나 음주와 흡연율은 작년엔 다시 57.7%, 19.3%로 반등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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