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무진한 가능성 가지고 있다” SSG 포수 세대교체, 큰 그릇에 경험이 쌓인다

김태우 기자 2023. 5. 1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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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G 포수진의 미래로 불리는 조형우는 1군에서 차츰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포수는 키우는 데 오래 걸린다. 하지만 잘 키우면 두고두고 쓸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실제 기본기와 기량, 그리고 경험 모두에서 가장 진입 장벽이 높은 포지션이 포수다.

KBO리그 10개 구단의 등록 선수 현황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투수는 만 22세 이하 선수들이 더러 보인다. 각 구단별로 1~2명씩은 꼭 보유하고 있다. 팔팔한 어깨를 앞세워 팀의 주축으로 활약 중인 당찬 패기들도 제법 된다. 야수에서도 팀의 특급 유망주들이 1군에서 경험을 쌓는다. 그런데 포수는 단 두 명에 불과하다. 키움 신인 포수 김동헌(19), 그리고 SSG 차세대 주전 포수로 큰 기대를 받는 조형우(21)가 전부다.

이런 등록 현황에서도 조형우에 대한 SSG의 기대치를 읽을 수 있다. 광주일고 시절 공‧수 모두에서 최고의 포수라는 ‘극찬’을 받은 조형우는 2021년 2차 1라운드(전체 8순위)에 지명됐다. 신인 시절부터 구단이 ‘전략 유망주’로 분류해 관리했다. 지난해에는 시즌 막판 1군에 올라와 9경기를 치렀다.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당당하게 들어갔다.

김원형 SSG 감독은 당시 조형우의 엔트리 포함에 대해 “신인에게 경험을 주는 측면에서 포함한 것이 아니다”고 굵은 선을 그었다. 경기 막판 도루 저지 등 여러 측면에서 분명한 기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조형우는 한국시리즈가 끝나자마자 호주 질롱코리아에 합류해 부족한 실전 감각을 쌓았고, 올 시즌 주전 포수인 이재원의 시즌 초반 부진으로 비교적 일찍 기회를 잡았다. 12일까지 12경기에 나갔다.

SSG가 조형우를 단순한 유망주 포수로 분류하지 않는다는 건 투입 방식에서 잘 드러난다. 주전 포수의 체력만 안배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서 주전으로도 나서며 1군과 부딪히고 있다. 그 과정에서 부족한 점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SSG는 조형우의 잠재력을 믿고 꾸준하게 기회를 주고 있다. 이는 코칭스태프 내부에서 “밀어줄 만하다”는 결론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1군 통산 1154경기에 나갔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까지 행사했던 정상호 SSG 배터리 코치는 조형우에 대해 “그 나이대 포수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것 같다”고 강조한다. 스스로도 어린 시절부터 1군에서 활약했던 정 코치다. 자신의 경험과 주위의 평가를 종합했을 때, 만 21세 선수가 이만한 잠재력과 기량을 갖추기 쉽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 강한 어깨를 가진 조형우는 프레이밍과 블로킹에서도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SSG랜더스

정 코치는 “올해 너무 잘해주고 있다. 작년에 1군에서 조금 뛰고, 본격적으로는 올해부터 시작하는 것인데 호주에서 외국 선수들과 뛰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지난해와 또 달라진 조형우의 성장세를 짚으면서 “경기를 뛰려고 하는 자신의 목표가 눈에 보일 정도다. 포수로서 성격과 스타일 등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포수의 기본은 세 가지다. 잘 잡고(캐칭), 잘 던지고(스로잉), 잘 막아야(블로킹) 한다. 우선 스로잉 자체는 이미 검증이 끝났다. 정 코치는 “어깨가 워낙 좋다. 팝타임도 좋다. 이제 정확성만 높이면 된다”고 했다. 블로킹과 캐칭도 점차 나아지고 있다. 특히 프레이밍은 팀 선배들보다 오히려 더 나은 구석이 있다는, 어린 포수의 그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정 코치는 이 큰 그릇이 이제 물을 채우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정 코치는 “기본적인 자질은 다 가지고 있다. 지금 조형우에게 가장 없는 건 경험”이라면서 “이건 경기에 나가면서 쌓이는 것이다. 기회가 왔을 때, 경기에 나갔을 때 자신의 역할만 충실히 하면 경험은 계속해서 쌓일 것이다. 첫 해 봤을 때보다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상황에 들어갔을 때 상대 타자들의 변화를 잡아내고 그러면서 느끼는 것이 있으면 다른 상황에 점차 응용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시간은 앞으로도 더 걸릴 것이다. 주전 포수감이 뚝 하고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SSG에서 만 21세에 포수 경험을 받고 있는 선수는 참으로 오래간만이다. 팀 사정을 잘 아는 팬들도 기꺼이 세금을 낼 용의가 있다. 뭔가를 과감히 해보기 좋은 상황이다. 조형우도 공부를 열심히 한다. 3연전 시리즈에 들어가기 전 모든 상대 타자들의 데이터를 머리에 넣으려고 하고, 이닝마다 수시로 이를 되새기며 1군 무대에 부딪히고 있다. 조형우의 성장은 SSG 포수진 세대교체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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