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보니] 사라지는 산부인과···산모가 위험하다 | 빅벙커

윤영균 2023. 5. 1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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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하는 고위험 임산부···전국의 분만 취약지, 10년 만에 2배가량 늘어


저출생 문제는 사실 최근에 나온 이야기는 아닙니다. 정부가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06년 2조 1천억 원을 투입한 이후 저출생 관련 예산은 2013년 10조 원대, 2016년에 20조 원대, 2020년에는 4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지역의 임산부들은 아이를 낳으려고 하면 적지 않은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특히 고위험 임산부의 경우 진료부터 분만까지 계속해서 어려움과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애를 낳으라고만 말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배주현 매일신문 기자 "2022년 상반기에만 구급차에서 태어난 아이가 97명이나 된다는 건 정말 충격적입니다. 거기다 산모들을 위해 출동한 119구급대가 병원 도착까지 걸린 평균 시간은 1시간 43분이었다고 해요. 사실 응급상황에서 병원에 제때 가지 못해서 산모가 사망한 일이 2015년에 있었거든요? 강원도 태백에서 아이를 낳은 산모가 출혈 과다로 구급차를 타고 9시간 동안 상급 병원을 찾아다니다가 결국 숨졌는데요, 당시 우리 사회에 매우 큰 충격을 준 사고인데 여전히 비슷한 상황이 이어진다니 도대체 뭐가 달라진 건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2022년 상반기에 구급차에서 태어난 아이가 97명이라는 사실도 놀랍지만, 문제는 그 이후 조사된 통계가 없다는 점입니다. 강원도 한 곳만 봐도 2022년 한 해만 49명의 아이가 구급차에서 출산했다고 하는데요, 결국 응급상황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증가하는 고위험 임산부···난산·조산율도 같이 증가
일반적으로 응급상황에 노출된 '고위험 임산부'는 흔히 노산을 떠올릴 것입니다. 보통 노산은 만 35세 이상 여성의 임신을 말하는데요, 만 35세 이상이 되면 여러 가지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늘어납니다. 하지만 고위험 임산부는 노산뿐은 아닙니다.

배진영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임산부가 19세 이하이거나 유산 경험이 많거나 기형아나 조산 등의 경우에도 고위험 임산부로 분류하고요,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의 질환이 있는 경우, 그리고 다태아를 임신한 경우 등도 고위험 임산부에 해당합니다. 또한 일반 임산부의 경우에도 34주 이하 갑작스러운 진통이 오거나 양수가 터지거나 태반 분리 등으로 응급상황에 놓일 수 있는데요, 이 경우도 고위험 임산부로 정의합니다. 그런데 출산일이 먼데도 갑자기 진통이 오거나 양수가 터지는 등의 응급상황이 24시간, 365일 언제 발생할지 모른다는 점이 문제이죠"

또 다른 문제는 결혼 적령기가 늦어지고 임신과 출산 연령이 늦어지면서 고위험 임산부 역시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배주현 매일신문 기자 "고위험 임산부에 속하는 만 35세 이상 임산부의 비중은 2011년 18%에서 2021년 35%로 10년 사이에 거의 두 배가 늘었어요. 그리고 한 여성병원의 조사에 따르면 고위험 요인을 가진 산보가 2010년 19.8%에서 2017년 42.1%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런 자료를 보면 고위험 산모는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고 보입니다"

배진영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고위험 임산부가 증가하면서 난산과 조산율도 같이 증가하고 있어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지난 20년 동안 전체 출생아 중 출생할 때의 체중이 2.5㎏ 이하인 저체중아 비율은 4%에서 7.2%로, 태중 기간 37주 미만의 조산아 비율은 4.3%에서 9.1% 증가했어요. 저체중아 비율은 1.8배가, 조산아 비율은 2.1배가 증가한 거죠. 이것 말고도 고위험 임산부의 경우 임신중독증, 임신성 당뇨, 산후출혈 같은 질환을 많이 겪습니다. 결국 이런 합병증이나 질환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산과적 응급상황이 늘고 있다는 얘기죠"

60분 안에 도착해야 하지만···산모 태운 119구급대 병원 도착 시간 평균 1시간 43분
고위험 임산부가 늘어나는 만큼 응급상황도 늘어나고 있다면 어쨌거나 병원에 빨리 도착해서 의료적 처치를 받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중요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위험 임산부의 골든타임은 어느 정도일까요?

배진영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병리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나는 시점을 골든타임이라고 하는데요, 2019년 보고된 자료를 보면 각 응급상황마다 골든타임이 따로 있어요. 이 시간을 넘으면 합병증이나 여러 좋지 않은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자간전증과 태반박리는 51분~60분, 조산·산후 수혈·자궁동맥 색전술 등은 31분~40분으로 조사됐어요. 응급상황은 1분 1초가 중요하고 그래서 최대한 가장 빠르게 병원에 도착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통상적으로는 60분 이내, 적어도 1시간 안에는 도착해야지 그나마 안전하게 치료와 분만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산모들을 위해 출동한 119구급대가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평균 시간은 1시간 43분입니다. 대구나 부산 같은 대도시를 뺀다면 이 평균 시간은 더 길어지겠죠.

배주현 매일신문 기자 "2021년 의료취약지 모니터링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산부가 응급 시 병원에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을 살펴보면 60분 이내가 84%, 120분 이내가 97%인데요. 다시 말해 60분 이내 도착하지 못하는 임산부가 16%이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60분의 골든타임 안에 병원에 도착해서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임산부가 10명 중 약 2명이나 되는 셈이죠"


전국의 분만 취약지, 10년 만에 2배가량 늘어
정부에서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고, 보건복지부에서는 매년 분만 취약지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분만 취약지는 2011년 52개에서 2021년에는 105개로 2배가량 늘었습니다. 분만 취약지가 갈수록 늘어난다는 것은 원래 있던 주변의 병원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경북과 경남의 분만 취약지를 살펴봤는데요, 분만 취약지는 A, B, C등급으로 나뉩니다. 경북은 울릉, 봉화, 영양, 영덕, 청송, 의성, 군위, 청도가 가장 심각한 A등급에 속합니다. 경남의 경우는 함양군, 합천군, 의령군, 남해군 등이 A등급에 속하는데요, 통계적으로 보면 경북은 23개 시군 가운데 19곳이 분만 취약지이고, 경남은 16개 시군 중 13곳이 분만 취약지입니다. 그러니까 경북과 경남지역의 약 90%가 분만 취약지로 수치상으로도 굉장히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요즘은 굳이 사는 지역이 아니라 하더라도 대도시에 나와서 시설 좋은 곳에서 분만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고위험 임산부의 경우 미리 제왕절개 수술 날짜를 정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별 문제 없지 않을까요?

배주현 매일신문 기자 "사실 고위험 임산부들의 경우 미리 대도시의 분만병원에 예약하고 제왕절개 날짜도 정해두거나 분만 예정일 전, 도시에 있는 친정이나 시댁 등에 미리 나와서 머물다가 출산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문제는 대도시에 친정이나 시댁이 없는 경우, 특히 저소득층이나 다문화 가정의 경우는 대도시에 나와 미리 대기하면서 분만 예정일을 기다리기가 쉽지 않거든요? 비용이며 시간이며 그걸 모두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힘든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는 거죠"

배진영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고위험 임산부도 그렇지만 일반 임산부의 경우도 28주 이하에서 갑작스러운 진통이 오거나 하는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고위험 임산부가 될 수 있거든요? 분만 취약지의 경우 이런 갑작스러운 응급상황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고요. 그리고 대도시의 경우에도 저소득층이나 소통이 어려운 다문화 가정의 경우는 비용이나 여러 가지 문제, 또 차량으로 바로 이동하기 어려울 경우 60분 이내 병원 도착이 어려워서 분만 취약지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분만 취약지 산전 평균 진료 횟수 11.99회···분만 취약지 아닌 곳은 13.74회
응급 상황이 발생할 때만 분만 취약지가 문제가 될까요? 고위험 임산부들에게는 산전 진료에서부터 차이가 납니다. 임신 전부터 진료하고 임신 후에는 주 수에 맞게 태아가 잘 크는지 초음파 등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분만 취약지의 산전 진료 횟수는 평균 11.99회, 분만 취약지가 아닌 곳은 평균 13.74회로 2회 정도 차이가 납니다.

배주현 매일신문 기자 "심지어 산전 관리가 4회 미만인 경우가 분만 취약지역은 7.24%, 분만 취약지가 아닌 곳은 4.39%인데요. 사실 초음파 진료 등에는 비용이 많이 들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임산부들이 진료비 문제로 진료를 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그래서 연구자들은 이 수치를 저소득층이나 다양한 사회 소외계층을 암시하는 수치로 보고 있고요. 여기서 더 큰 문제는 분만 취약지역 임산부 중 2.34%는 한 번도 병원 진료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는 점입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런 문제들은 슬프게도 실제 임산부의 몸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임신성 고혈압의 경우 분만 취약지가 0.42%, 분만 취약지가 아닌 곳은 0.31%로 조사됐고, 분만 취약지에서 사는 임산부의 임신성 당뇨의 유병률이 분만 취약지가 아닌 곳보다 2.8% 포인트 높게 나타났거든요? 그런 걸 종합해 보면 임신 합병증 발병률과 관련해 분만 취약지 임산부가 분만 취약지가 아닌 곳의 임산부보다 전반적으로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배주현 매일신문 기자 "이런 차이를 보여주는 또 다른 통계가 있는데 바로 유산율입니다. 2013년 발표된 자료를 보면 분만 취약지 거주 임산부의 평균 유산율은 4.55%, 분만 취약지 아닌 곳은 3.56%로 1% 포인트 정도 차이가 납니다. 문제는 가장 유산율이 높은 지역인 강원 정선군이 10.3%인데 분만 취약지가 아닌 곳과 비교해 보면 거의 3배 차이가 났어요. 이런 수치들로 종합해 보면 분만 취약지의 문제는 임산부들의 상태로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볼 수 있죠"

저출생과 함께 줄어들고 있는 분만 가능 산부인과·분만 병상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많은 예산을 들이고 있지만 분만 인프라는 왜 이런 상황일까요? 정작 현장 의료진들은 24시간, 길게는 36시간 제대로 자지 못하며 언제 어떤 응급환자가 올지 몰라 대기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저출생 문제와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출산율은 보통 합계출산율로 이야기하는데요, 2020년 기준으로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는 OECD 중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2022년 OECD 국가 평균이 1.59명인데 우리는 0.78명이거든요?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2026년이 되면 0.69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배주현 매일신문 기자 "취재를 해보면, 아이를 낳지 않으니까 산부인과를 이용하는 임산부가 줄고, 결국 산부인과 분만병원의 수입이 줄어들면서 경영상 어려움이 많다고 해요. 그래서 폐업하는 병원과 분만을 포기하는 병원도 늘었습니다. 지금 지방 소멸이라고들 하잖아요? 그렇다 보니 저출생으로 인한 직격탄을 지방이 가장 먼저 맞고 있는 상황인 거죠.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 병원 수도 2014년 1,311곳에서 2021년 481곳으로 3분의 1 정도가 줄어들었고, 분만 병상수도 2014년 2,773개에서 2021년 2,064개로 7백 개 이상 줄어든 상황입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또 다른 문제도 있는데요, 분만병원이 줄어들면서 고위험 임산부와 태아를 케어할 시설이 모자란다고 해요. 대한산부인과학회 연구에 따르면 지역병원에서 수련병원으로 고위험 임산부를 이송하고자 할 때 전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10~30% 발생한다고 조사에 참여한 의료진의 3분의 1이 답했다고 해요. 30%라는 건 굉장히 큰 수치인데, 전원을 받지 못한다는 건 우리나라 분만 인프라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인 겁니다"


정부, 분만 수가 인상한다고 하지만···
폐업하는 병원과 분만을 포기하는 병원이 늘어나는 데는 '수가'와도 관계가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시각입니다. 현재 분만 수가는 40만 원 정도인데, 고위험 분만은 응급 의료수가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동안 응급 진료와 분만 수가는 오르지 않았는데, 의료 취약지의 경우 분만 건수가 연 100건이 겨우 되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수익적인 면에서도 유지가 힘들다 보니 분만을 포기하는 병원이 늘고 있고, 이런 상황은 대도시, 대학병원 등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31일 '필수 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했는데요, 지역별로 차등화해서 광역시는 200%, 나머지는 300%의 수가를 올리기로 했어요. 이것은 사는 곳에 따라 이용 가능한 의료 자원이 달라지는 불평등을 완화하겠다는 건데, 문제는 최대 300%의 분만 수가를 인상하더라도 일선에선 태어나는 아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의 분만 수가 안은 허울만 좋을 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거죠. 포괄적인 분만 수가 인상안보다는 특정 지역의 현실에 맞춘 세부적인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배주현 매일신문 기자 "현행법상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해서 담당 의료진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라 거기에 대한 의료진의 부담이 크다는 것도 문제라고 의료계에서는 지적합니다. 분만 과정에서 일어난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진 과실이 없어도 분만 의사가 그 재원의 30%를 부담하도록 강제 징수하고 있어요. 물론 의료진들도 도의적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무과실이어도 혹여나 병원 평판이 안 좋아질까 하는 염려도 있고, 이런 모든 것들이 사실 의료진에게 크게 부담으로 작용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요즘 젊은 의사들은 굳이 산부인과 전문의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도 현실의 한 단면입니다. 그래서 출산 분만 의료사고 전액을 국가가 보상하는 국가책임제를 도입하자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의료사고가 날 경우 배상보험금을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합니다. 대만 역시 2016년부터 출산 사고 구제조례를 두고 산모와 신생아 사망, 혹은 상해가 발생할 때 정부가 보상을 해주고 있거든요? 우리나라도 출산 분만 과정에서 충분한 주의 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산모와 신생아 사망 등에 대해 출산 분만 국가 책임제 도입이 필요하지 않나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산부인과 전문의 수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2022년 7월까지 산부인과 이탈률은 급격하게 상승했습니다. 평균 13.1%로 산부인과 전공의 5명 중 1명이 수련을 중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 그래도 산부인과 의사가 적은데, 있더라도 대부분 대도시 위주에 있기 때문에 지역은 산부인과 의사를 찾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문제가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과별 평균 연령을 살펴보면 필수 의료과목의 전문의 평균 연령은 50.2세인데 외과와 산부인과는 53세로 가장 높습니다. 이런 추이를 보면 20년 뒤에는 정말 산부인과 전문의를 찾기 힘들어서 아이를 낳을 수도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거죠"

응급상황 벌어지면? 경북은 무조건 대구로, 경남은 창원·부산으로···
응급상황이 벌어졌을 때 60분 골든타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경북은 무조건 대구로, 경남은 창원과 부산으로만 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배주현 매일신문 기자 "현재 고위험 산모 및 신생아 치료센터는 대구에 2곳, 부산에 2곳이 있는데요, 보다 안전한 분만과 케어를 위해서 경북의 경우 안동과 포항에 센터를 둔다면 북부권과 동부권을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두 곳은 사실, 현재 고위험 임산부 분만 케어는 가능하지만 신생아 집중 치료 시설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응급상황에서는 대처가 불가능하거든요? 그래서 이 두 지역에는 신생아 집중 치료시설이 보강되어야 하고, 남쪽은 칠곡 경북대병원과 대구의 상급병원들이 있어서 매개병원과의 원활한 연계만 가능하다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거 같습니다. 경남의 경우에는 산청이나 진주 쪽에 고위험 산모 및 신생아 치료센터를 둔다면 경남 서부권 분만 취약지를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시나 군마다 하나씩 지을 수 없다면 이렇게 권역별로 고위험 산모, 신생아 센터를 짓는 것 정도는 가능하지 않나 생각이 드는데요. 현재 고위험 산모와 치료센터가 있는 곳을 살펴보면 대부분 대도시 위주로 쏠려 있어요. 건강권이나 의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큰 지자체와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작은 지자체는 사실 재정자립도가 낮아서 쉽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경상북도나 경상남도 같은 곳,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2023년 분만 취약지 지원에 투입되는 예산 109억
분만 취약지 지원에 투입되는 2023년 예산은 109억 원입니다. 권역별 치료센터를 더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있는 병원들이 제대로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 역시 중요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예산으로 충분할까요?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분만 취약지 관련 예산 중에 지역 분만병원 관련 지원 사업이 있는데요, 분만 산부인과 당 운영비 5억 원을 지원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운영비 지원 조건이 비현실적이라는 겁니다. 운영비를 지원받으려면 산부인과 전문의 2명,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1명, 마취과 전문의 1명, 간호 인력 6명, 임상병리사 1명, 영양사 1명 등의 의료 인력을 갖춰야 하는데 출생률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5억 원이라는 지원금으로는 이 인력을 계속해서 유지하기 힘들고, 거기다 이 인력 조건을 갖추는 것조차도 힘든 상황입니다"

배주현 매일신문 기자 "사실 분만 산부인과는 어딜 가도 적자인 상황입니다. 심지어 서울의 대학병원도 적자인데요, 이 현실을 정부도 잘 알고 있는데도 이 정도로만 지원한다는 것은 사실상 분만을 그만하라는 이야기거든요? 의료 인력 조건 자체도 문제가 있어요. 응급상황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데 전문의 2명, 마취과는 1명, 이 숫자로 상황을 대처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하죠. 2명의 의사는 교대로 매일 24시간씩 진료하고 대기하고 1명의 마취과 의사와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그냥 쉬는 시간 없이 상주하란 얘기 아닙니까? 의료진의 과로가 가중될 수밖에 없으니 버텨낼 수가 없는 거죠. 경북에서 비교적 큰 도시인 경산시도 2022년에 하나 있던 분만병원이 분만을 포기하고 산부인과 진료만 받고 있는 상황이에요. 앞으로 이런 상황들이 이어지면 그나마 있는 지역의 작은 산부인과 병원들도 결국 사라지지 않겠습니까? 대책이 필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산모가 안전하게 아이 낳을 수 있는 환경
저출생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앞다퉈 출산률을 높이기 위해 국가는 물론 지자체들도 저마다 지원금 등의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산모가 아이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아이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낳을 수 있는 곳이 갈수록 적어진다는 것은 소멸 시대를 부르는 첫 번째 단추인 것은 아닐까요?

<예산추적 프로젝트 빅벙커> 대구MBC·부산MBC 매주 목요일 밤 9시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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