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3’ 안효섭 또 한번 성장..‘편견없이 인간보기’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3. 5. 1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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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SBS 금토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의 서우진(안효섭 분)은 차진만(이경영 분)이 싫었다. 무엇보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 정 없고 기계적인, 그래서 온기없는 시선이 혐오스러웠다.

그래서 차진만이 이끄는 외상센터 근무를 명받았을 때 거부했다. 돌담병원 응급실을 김사부(한석규 분) 혼자 떠맡을 수는 없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정작 김사부로부터 질책만 받았다. “차진만이 아니라 네 술기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을 생각하라”는 김사부의 말은 틀린 구석이 없다. 그래서 더 화가 났다.

문제는 양호준(고상호 분)이다. 서우진의 불참으로 CS와 GS가 함께 하는 컴바인 수술에 GS로 양호준이 투입된단다. 양호준의 형편없는 집도술에 환자를 맡긴다는 것이 못내 불안하다. 그 차에 차진만과의 컴바인 수술에 부담을 느낀 양호준으로부터 SOS가 왔다. 그걸 핑계로 차진만과 함께 수술에 참여했다.

차은재(이성경 분)는 조마조마하다. 아버지 차진만과 사랑하는 서우진의 사이가 개선되길 바라왔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둘러친 서우진의 철벽이 너무 견고하다. 외상센터 지명조차 거부했다. 아버지를 존경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랑한다. 사랑하는 아버지와 사랑하는 남친의 사이에 존재하는 강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던 차에 서우진이 물어온다. 왜 자신들의 동거사실을 아버지에게 알리지 않고 있는지. “내가 챙피해서 그래?”라 물어올 때의 무신경함이라니. 대체 어떤 딸래미가 아버지에게 “남자랑 동거하고 있어요”라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여자 입장에 둔감한 건지 외면하려는 건지 모를 서우진에 말문이 막힐 때 콜이 온건 다행이었다. “나중에 다시 얘기해.”

수술실에서 지켜본 차진만의 솜씨는 명불허전이었다. 마취의 남도일(변우민 분) 선생이 “김사부가 유일하게 질투하던 솜씨”라 평할만 했다. 서우진으로선 차진만 특유의 오만함을 일부 인정할만 했다.

수술실을 나왔을 때 외상센터는 큰 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자신들이 수술실에서 목숨을 구한 연쇄추돌 교통사고 환자와 동승했던 17세 어린 환자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 소년은 다른 환자들에 비해 별다른 통증도 없고 이상 소견도 없이 내원해 집중관찰실로 후송됐었다. 수간호사 오명심(진경 분)이 응급의학과 정인수(윤나무 분)에게 노티했지만 정인수가 몰려드는 환자에 신경쓰느라 방치한 동안 심정지가 왔다.

소년의 엄마는 외상센터 예산을 담당하는 도의원이었다. 그 앞에서 박민국(김주헌 분)과 정인수가 고개를 조아리고 있을 때 수술을 마친 차진만이 센터장으로서 도의원 앞에 섰다.

차진만은 의료사고의 책임을 추궁하는 도의원에게 “방치가 아니라 우선 순위에서 밀린 겁니다. 응급에서는 들어온 순서가 아니라 위급한 순서가 먼저라서요”라고 원칙을 설명했고 여전히 의료소송을 고집하는 도의원에게 더 위급했던 비서들의 상태는 묻지 않은 점, 공무 시간에 아들을 수행하다가 사고가 난 점 등을 거론하며 도의원을 정치적으로 압박하면서 정인수의 편을 들어주었다.

그런 차진만을 보며 서우진은 사람을 겪어보지도 않고 편견에 사로잡혀 사람을 평가해선 안된다고 질책한 김사부의 말에 또 한번 공감한다.

그리고 한가한 시간 서우진은 당일 수술을 복기하고 있는 차진만을 방문한다. 그 자리에서 차진만이 차은재와 서우진의 동거사실을 알고 있음을 확인했고 차진만의 수술에 대한 열정을 확인했다. 자신의 술기를 인정도 해줬다. ‘아마 내가 이 양반을 오해했었나 보다’ 싶은 심정으로 함께 복기에 참여했고 그 모습을 차은재는 흐뭇하게 지켜봤다.

돌담 외상센터에서 첫 집도를 마친 후 차진만은 새로운 욕심에 눈을 떴다. ‘김사부’ 부용주의 돌담 식구들은 너무나 훌륭한 스태프들이었다. 수술 진행에 맞춰 오더 전에 다음 도구를 준비해주는 오명심이나 알아서 척척인 마취의 남도일이나 손색없는 수술 설계에 군더더기 없이 재빠른 서우진의 손기술이 너무나 탐났다. 부용주가 키워낸 스태프들이지만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모두가 차진만의 스태프가 되는 것이다.

숨진 아들의 사체를 운구하며 도의원은 차진만을 평했다. “정치를 했어도 성공할 사람이더군요.” 그러면서 김사부에게 선언했다. “소송은 않겠지만 전면전을 각오하셔야 할 겁니다.”

도의원이 그렇게 떠나고 울상이 된 정인수가 김사부 앞에 섰다. “제가 그 환자 놓친 거예요. 그래서 죽은 거예요. 제 잘못이 맞아요. 사부님 제가 다 책임지겠습니다.” 그런 정인수를 바라보는 김사부의 표정엔 센터장 차진만이 보여줬던 격려와 위로 대신 질책과 분노의 기색이 담겨있었다.

차진만이 뭐라 쉴드쳤든 엄격히 의료사고다. 정인수의 실수는 17세 소년의 생명을 앗아갔다. 최선을 다하고 환자를 잃었으면 격려와 위로를 건넬 사안이다. 하지만 환자를 방치해 잃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관찰실 밖에서 차진만의 또 다른 면모를 보고 감격한 장기태(임원희 분)에게 오명심은 말했었다. “저기 서 계신 분은 정치인도, 도의원도 아닌 아들을 잃은 엄마일 뿐”이라고.

차진만은 내 식구를 감쌌다. 그러자고 환자 보호자를 공박했다. 이 역시 의료계 관행이다. 김사부는 목숨 잃은 아이와 그 보호자에게 공감했다. 두 사람 사이의 간극이다.

서우진은 새삼 차진만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다. 마땅한 일이다. 이제야말로 선입견 없이 액면 그대로의 차진만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차진만을 이해하게도 될 것이다. 그렇다고 공감까지 하게 될까?

‘김사부’ 부용주의 스태프들은 가치관은 물론 환자와 환자 보호자, 인간에 대한 시선까지를 공유한 이들이다. 차진만의 “어깨 펴라”는 주문에도 김사부 앞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정인수처럼.

아무래도 부용주의 스태프들이 진정한 차진만의 스태프들로 표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제 마음의 문을 연 서우진이나 차은재 역시 가치관을 놓고 차진만과는 끊임없이 부딪히게 될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차진만이 돌담병원의 가치관에 동화되는 결말을 조심스레 예견해본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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