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부엉이 생존 위협"…화성 지정폐기물 매립장 추진에 반발

최해민 2023. 5. 1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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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곡산단 내 추진…환경단체 "업체 환경영향평가 초안 못믿어"
'해양 오염 우려' 목소리도…"당초 계획대로 일반폐기물 매립장을"

(화성=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경기 화성시 전곡해양일반산업단지 내 폐기물 처리시설 용지를 매입한 한 민간 업체가 당초 계획된 일반폐기물 매립장이 아닌 '지정 폐기물' 매립장을 건설하려고 하자 지역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해양 오염이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환경단체는 매립장 부지 근처에서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의 서식이 확인됐음에도 환경영향평가 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며 관계 기관에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수리부엉이 본 둥지(왼쪽)와 확대한 모습(오른쪽) [화성환경운동연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일반폐기물 매립장 조성한다더니 지정폐기물을?"

13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곡해양일반산업단지는 화성도시공사와 경기도시공사(현 경기주택도시공사)가 화성 서부 해안가인 서신면 전곡리 일원 161만㎡에 공영개발 방식으로 조성한 산업단지이다.

2016년 부지 조성이 완료된 이 산단에는 현재 금속가공업체 등 211개 업체가 입주해 3천7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산단 내에 있는 폐기물처리시설 용지 2만3천㎡는 2019년 A 업체가 수분양자로부터 매입한 후 폐기물 45만㎥ 매립 규모의 폐기물매립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전곡해양산단 폐기물처리장 용지(빨간색 원) [연합뉴스]

당초 2009년 산단 승인 때는 일반폐기물만 처리하는 용도로 계획돼 있었으나 A업체는 지난해 6월부터 이곳에 지정 폐기물 매립도 가능한 매립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폐기물은 통상 생활 폐기물, 사업장 폐기물, 건설 폐기물로 분류되는데 '지정 폐기물'은 사업장 폐기물 중에서도 중금속과 같이 환경이나 인체에 유해한 폐기물을 뜻한다.

이에 전곡산단 한 입주 업체 관계자는 "입주 계약 당시 일반폐기물 매립장 용지가 있다는 것 정도만 알았는데 이제 와 땅 주인이 바뀐 뒤 지정 폐기물 매립장이 들어선다는 건 용납할 수 없다"며 "직원들의 건강권 침해도 문제지만 해양 오염이 더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강유역환경청은 A업체가 제출한 폐기물처리시설 사업계획에 대해 "일반폐기물 매립장을 지정 폐기물 매립장으로 변경하려면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한다"며 지난해 10월 사업 계획서를 반려했다.

현재 매립장 건설 사업은 환경영향평가서(초안)가 나와 지자체 의견 회신 절차가 이뤄지고 있다.

"수리부엉이 서식지 파괴 우려"

최근 공개된 A업체 작성 '폐기물최종처분시설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초안)'를 보면 수리부엉이 둥지는 사업구역 195m 밖에서 발견됐고, 이곳은 번식까지 이뤄진 '본 둥지'가 아닌 잠시 쉬어가는 '가 둥지'로 판단돼 매립장 건설 사업이 수리부엉이 서식에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지역 환경단체 화성환경운동연합은 이 초안이 부실하게 작성됐다고 주장한다.

이 단체가 지난달 9일 수리부엉이 전문가인 신동만(한국조류학회 이사) 박사 등 전문가와 동행해 현장 조사한 결과 사업 구역 101m 거리 석산 중턱에서 수리부엉이의 본 둥지를 발견했다.

환경단체가 발견한 101m 밖 본 둥지 위치 [화성환경연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단체는 수리부엉이가 가 둥지 여러 곳을 만드는 습성이 있으나 101m 거리에 있는 둥지에서 ▲ 펠릿과 같은 취식 흔적 ▲ 조사자 접근 시 새끼를 보호하는 부모 새의 음성 행동 ▲ 둥지를 떠난 새끼가 근처에서 발견된 점 등을 들어 이곳이 올해 초 번식까지 이뤄진 본 둥지라는 입장이다.

화성환경연합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 조사자들이 수리부엉이와 같은 대형 조류의 번식 둥지(101m 지점)를 발견하지 못해 가 둥지(195m 지점)만 보고 초안을 작성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경우"라며 "이를 근거로 수리부엉이의 가 둥지만 있으므로 영향이 미미할 거라 예측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은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단체는 "지정 폐기물 매립장이 들어서면 얼마 안 가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가 독성에 중독된 먹이를 먹는 치명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환경영향평가 협의기관이자 폐기물처리시설 사업 승인기관인 한강환경유역청은 수리부엉이의 서식 상황을 직시하고, 환경영향평가 초안이 부실하게 작성된 경위를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A업체에 대해서는 "지정 폐기물 매립장 건설을 중단하고 애초 계획대로 일반 매립장만 건설하라"고 촉구했다.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내용 [화성환경연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대해 화성시 관계자는 "폐기물처리시설 승인권자가 한강환경유역청이어서 지자체에선 주민 의견을 전달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수리부엉이 서식지 파괴 우려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서 환경단체와 입주 업체, 주민들의 반대 의견을 충실하게 담아 관계 기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업체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해 지난 4월 의견 청취 차 화성시로 내용을 통지하면서 수리부엉이 서식과 영향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추후 A업체가 초안에 대한 지자체 의견을 반영한 보완 본을 제출해오면 이를 놓고 사업 승인 여부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goal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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