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윤석열 대통령의 1년, 인사(人事)는 만사(萬事)였을까

이경원 기자 2023. 5. 1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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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人事)는 만사(萬事)다. 어느 조직이든 좋은 인재를 잘 추려내 적재적소에 잘 배치해야 미래가 있다. 당연한 말이다.

자연히 국정 운영의 정점에는 대통령 '인사'가 있다. 대통령의 인사는 국정 운영의 방향성을 함축한다. 인재들의 철학을 세심히 파악한 뒤 쓰임새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들이 정책의 장을 펼칠 수 있게 감투를 씌워 판을 깔아준다. 우리는 이를 '임명'이라고 부른다. 대통령이 모든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까닭이다. 대통령은 그들에게 신뢰를 보내며 의사결정을 '하청'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뿐이다. 이런 면에서 대통령의 인사는 국가 전체의 만사다.

또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 인사는 늘 평가의 대상이 되며, 되어야만 한다. 동질적인 사람으로 권력의 핵심부가 구성된다면 국정 방향을 읽어내기 쉬울지 몰라도, 이견이 질식될 위험성 역시 공존한다. 그 부메랑은 격렬한 사회 갈등이다. 대통령의 인사는 권력 배분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에 누군가는 만족하지만 누군가는 또 억울해한다. 인선 행위를 통해 이 복잡다난한 문제를 가운데서 조율한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의 뉴스쉽은 윤석열 정부의 인사를 심층 분석하고 인사 다양성의 의미를 따져보려고 한다.

때마침, 지난 10일이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임명해, 지금 시점 현직에 있는 장관과 차관, 장관급과 차관급 고위 공무원 114명을 기준으로 분석했다. 행정안전부가 펴내는 행정통계연보 분류 방식을 따랐다. 임명 기간은 2022년 5월 10일부터 2023년 5월 9월까지다.
 

서울대, 50대, 남성…'서오남'이 대세였을까

어떤 정부든 '코드 인사' 논란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 때는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박근혜 정부 때는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 출신), 문재인 정부 때는 캠코더(캠프, 코드 인사, 더불어민주당) 일색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초도 그랬다. 이른바 '서오남'(서울대, 오십대, 남성) 편중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 출범 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먼저, 성별 비율부터 확인했다. 윤석열 정부의 장·차관급 여성 인사는 12명으로 전체의 10.5%였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한화진 환경부 장관 등이 포함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딱 '한 달' 됐을 때는 8명이었는데, 그때보다 4명 늘었다. 다만, 임기 한 달 차 임명이 진행된 장·차관급 인사는 77명 정도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4%로 전체 비율은 지금과 비슷했다.

문재인 정부 때 여성 비율은 14.3% 수준이었다. 그때와 큰 차이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는 세대별로 분류했다. 논란이 된 50대는 57.9%, 60대 이상은 41.2%였다. 40대는 1명으로,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김영미 부위원장이었다. 지난해 5월 17일 임명 당시 법무부 한동훈 장관도 만 나이 기준 40대였지만(1973년생), 현재 나이 기준으로 따졌기 때문에 이번 분석에서는 50대로 분류됐다.

문재인 정부와 비교해보면 40대 1.9%, 50대 61.9%, 60대 이상 36.2%였다. 성별과 세대는 지난 정부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는 없었다.

다만, 출신 대학에서는 변화가 컸다. 서울대 출신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윤석열 정부 1년 차 서울대 출신 인사는 54.4%로 문재인 정부 1년 차 41.9%보다 많았다. 특히, 윤 정부 한 달 차에는 50.6%였는데, 정부 출범 1년인 지금 그 비율은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남성과 50대 중심의 인사라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와 비슷하지만, 서울대 출신 인사는 더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검피아, 모피아…'검사'와 '경제 관료'에 편중됐을까

윤석열 정부 인사의 또 다른 논란, 그 중심에는 '검사'가 있다. 검사 출신 인사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 경험 없는 검사 출신이다 보니, 인재풀이 검사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란 예측이 많았고, 실제로 주요 보직에 검사 출신 인사가 임명됐다는 뉴스가 자주 나왔다. 한편에서는 그런 비판이 과하다는 반박이 맞섰다.
지난해 5월 임명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


분석 결과는 어땠을까. 윤석열 정부 1년 차, 검사 출신 장·차관급 인사는 총 13명으로 전체의 11.4%였다. 윤석열 정부 출범 한 달 차는 8명이었는데, 그때보다 5명 늘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4%로 비슷했다.


문재인 정부 1년 차, 당시 검사 출신을 살펴보니 2.9%였다. 전 정부와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계산됐다.

윤석열 정부 검사 출신 인사에는 법무부 한동훈 장관, 금융감독원 이복현 원장, 국가정보원 김남우 기획조정실장 등이 포함돼 있다. 다만,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 국가보훈처 박민식 처장, 통일부 권영세 장관 등도 검사 출신으로 분류됐다. 정치 경력이 긴 다선 정치인 출신인 만큼, 순수한 검사 출신 인사를 인선했다고 보는 것은 착시라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경제 관료 출신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른바 '모피아' 논란이었다. 사실 밖에서는 검찰이나 국회 권력이 더 막강해 보일 수 있지만, 정부 부처의 돈줄을 쥐고 있는 기재부 권력은 국가 정책을 사실상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국가 예산만 하더라도 국회가 건드리는 규모는 3~4% 남짓일 뿐, 대부분 기획재정부가 짜놓은 대로 흘러간다. 관료 엘리트의 정점인 만큼, 굳이 논란이 없더라도 이들의 장악력을 분석하는 작업은 늘 필요하다.

기재부 관료 출신 비율은 이전 정부와 비교할 때 큰 차이는 없었다. 문재인 정부 1년 차 7.6%, 윤석열 정부 1년 차 10.5%였다. 윤석열 정부 출범 한 달 차에는 13.0%였는데 소폭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고시(5급 이상) 출신은 크게 늘었다. 문재인 정부 1년 차 당시 41.0%였는데, 윤석열 정부는 61.4%에 달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 비해 관료 출신 인사가 많아졌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고려대 최장집 교수는 그의 책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은 점차 관료에 의존하게 되고, 곧 관료에 포획되는 관계로 바뀌게 될 수 있음을 역설했다. 새 정부 출범 직후 정치 엘리트들은 늘 국정 운영의 우선권을 쥐었지만, 임기가 지날수록 힘이 빠지면서 관료 엘리트의 관성에 의탁하는 정치 역학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시 중심의 인선이 강화됐다는 것은 이런 부분에 취약할 수 있음을 함축한다.

선출직 도전 여부도 따졌다. 실제로 선거에 출마한 경험이 있는 인사들이 얼마나 되는지, 쉽게 말해, 정치권에 계속 관심을 두고 활동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기 위한 취지다.

윤석열 정부 15.8%로 문재인 정부 16.2%와 비교하면 거의 비슷했다.

이번에는 출신 지역 분석이다. 한국 사회는 동서 지역 갈등이 크다. 자연히 인사에서 '지역 안배' 문제가 늘 거론된다. 분석 결과, 출신 지역 분석에서는 과거와 큰 차이가 있었다.


윤석열 정부 1년 차, 영남권이 39.5%로 가장 많았고, 수도권과 충청권이 그 뒤를 이었다.

문재인 정부 1년 차 역시 영남권이 가장 많았던 것은 같았다. 다만, 호남권과 수도권이 그다음이었다. 호남권 인사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 청와대에서 인사 검증 업무를 했던 현역 정치인에게 경위를 물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의힘은 영남,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이라는 지역적 색채를 강하게 품고 있고, 자연히 인재풀도 연동되기 마련이다. 국정 철학에 맞다면 특정 지역 출신이라고 의도적으로 배제할 이유가 없다. 정부의 한계라기보다는 우리 정치의 한계로 봐야 할 문제"라고 귀띔했다.
 

인사 다양성의 의미

솔직히 위와 같은 분석 틀은 도식적이고 기계적으로 보일 수 있다. 성별, 나이, 출신 대학, 출신 지역, 출신 직군은 이력의 일부일 뿐, 개인의 정체성을 온전히 드러내는 변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기계적 안배가 능력을 담보한다고 말하는 것은 비약일 수 있다. 여성과 청년 장관 많다고 질 좋은 여성, 청년 정책이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민주주의 공동체는 다양한 인사에서 다양한 정책이 나올 수 있고, 그렇게 사회는 진보한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인사의 다양성은 민주주의 발전의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권력 중심에 어떤 유형의 사람들이 포진해 있는지 꼽아보는 작업은 늘 필요하다. 미국 주요 언론은 주기적으로 행정부 인사 분포를 검증하고 있다. 성별과 대학은 늘 중요한 기준이다. 미국 사회의 가장 예민한 현안이 인종 문제인 만큼, 인종 비율은 정부 인사를 평가하는 매우 중요한 척도로 통용된다.

심지어 우리보다 더 기계적이며 더 도식적이기까지 하다. 행정부 인사들의 인종 비율과 국가 전체의 인종 비율을 단순 비교하는 보도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 인선을 검증한 CNN 보도. 행정부의 인종 비율과, 미국 전체의 인종 비율을 비교하고 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이경원 기자leek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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