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마지막이길”…‘우회전 사고’ 유족들이 남긴 말 [취재후]
지난 10일, 길에서 두 사람이 숨졌습니다. 8살 조은결 군은 하굣길 달려오는 버스에 부딪혔고, 37살 석 모 씨는 자전거를 타다 14톤 화물차에 치었습니다. 같은 날, 우회전을 하던 차량에 치인 사고였습니다.
KBS 취재진은 숨진 이들의 유족을 만났습니다. 사연은 달랐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같았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짧은 뉴스에서는 다 전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취재후’에 담았습니다.
■ “유독 씩씩하게 먹은 밥”…돌아오지 못한 은결이
초등학교 2학년 은결 군은 10일 낮 12시 반쯤, 수원 호매실동의 한 사거리에서 우회전 신호를 무시한 채 달리던 버스에 치였습니다. 사고가 난 곳은, 은결 군이 다니던 초등학교와 불과 400m 거리에 있는 어린이 보호구역이었습니다.
사고 다음날인 11일, 취재진은 아주대학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은결 군의 빈소를 찾았습니다. 유족들은 은결 군이 평소 ‘까불이’라고 불릴 만큼 밝은 아이였다고 말했습니다. 영정사진 속 활짝 웃고 있는 은결 군과 달리, 빈소에서는 유족의 곡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은결 군의 아버지는 취재진 앞에서 어렵게 입을 뗐습니다. 사고 당일 유독 밥을 잘 먹었던 은결이가 눈에 밟힌다고 했습니다. 은결 군 아버지는 “평소에 아침밥을 잘 안 먹던 아이인데, 그날따라 계란후라이에 비벼서 잘 먹고 씩씩하게 잘 갔다. 너무나 기특했는데…”하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사고 뒤 마지막으로 본 아들이 너무 아파보였다는 은결 군 아버지는 “은결이가 더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위에서 엄마, 아빠, 형, 누나를 지켜봤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이 인터뷰를 하는 동안, 빈소 안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이어졌습니다.
■ 수백 번 오간 길에서…“해준 게 없어 미안”
은결 군과 같은 날, 경기도 안양에서 ‘우회전 사고’로 숨진 30대 청년 석 씨의 빈소는 유독 쓸쓸했습니다. 직계 가족 몇 명만이 있던 빈소에서 유족은 가족을 잃은 허망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자전거로 음식 배달을 하던 성실한 청년이었던 석 씨는 배달을 하며 수십, 수백 번을 오갔던 길에서 14톤 화물차에 치어 숨졌습니다. 우회전 직후 석 씨를 친 화물차 운전 기사는 사람이 깔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1km를 더 달리다, 주변 차량 운전자의 외침을 듣고서야 차를 세웠습니다.
이날은 석씨가 모처럼 쉬는 날이었습니다. 석 씨의 아버지는 “아들과 아내의 생일이 곧 다가와 이번 주말 베트남 여행을 가기로 했었다”며 “아들이 엄마 여행 보내주겠다며 여권을 찾으러 다녀오다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아버지는 말하다 여러번 울었습니다.
석 씨의 아버지는 생전 아들에 대해 “이해심 많은 아들이었고, 해준 게 없어 안타깝고 미안하다”고 재차 언급했습니다. 대화가 끝날 무렵, 아버지는 “1km 넘게 끌고 가서 머리를 그렇게 만드는 사람이 어딨냐”며 “이런 일은 정말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 반복되는 인재…“무조건 ‘일시정지’해야”
도로교통공단이 집계한 최근 3년 간의 우회전 사고는 모두 5만 7천 건입니다. 사고로 숨진 사람은 모두 406명인데,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213명이 보행자입니다. 올해부터 우회전을 할 때 차를 잠깐 멈추도록 법까지 개정됐지만, 비슷한 사고는 끊이지 않는 실정입니다.
법을 바꿔도 사람들이 계속 죽거나 다치는 현실에, 전문가들조차 허탈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정경일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안전시설 설치를 늘리고, 처벌을 강화하는 법까지 마련돼 있는데도 이런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결국 운전자들의 인식이 문제인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도 “아무리 강력한 법과 제도가 있어도 거기에 따른 사람의 관심이 없으면 이 사고가 계속 일어난다”며 “우회전 할 때는 경우의수를 따지지 말고 ‘무조건 일시정지’를 하라”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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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민 기자 (reason@kbs.co.kr)
김화영 기자 (hwa0@kbs.co.kr)
이원희 기자 (212@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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