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는줄 알면서"...스튜어디스 출신 일본 여성, 미스코리아 도전

김광원 2023. 5. 1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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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승무원 출신 대구관광 서포터 세이나 씨 
규슈 구마모토 출신, 한국인과 결혼 
2019년부터 대구경북 글로벌 서포터즈로 활동 
장애인 위한 옷 만드는 회사 설립이 꿈
일본 규슈 구마모토 출신 세이나 씨는 2년 전 한국 남성과 결혼해 현재 대구에서 생활하고 있다. 2019년 대구경북 글로벌 서포터즈로 활동했으며 "방송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광원 기자

경북대 의류학과에 재학 중인 세이나(25)씨는 최근 2023 미스코리아 대구 예선 대회에 도전장을 던졌다. 물론 도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혼 2년 차에 국적도 일본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안 되는 줄 알았지만 너무 도전해보고 싶어서 주최사 사무실에 전화를 넣었던 것"이라면서 "성격이 워낙 활발하고 또 무대 체질"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결혼하면 왜 대회에 못 나가요? 결혼한 사람 중에도 재능있는 사람 얼마나 많은데요"라고 애교 섞인 항의를 했다.


K-팝 '소녀시대'가 한국으로 이끈 스타게이트

세이나 씨를 한국으로 이끈 것은 K-팝이다. 시작은 ‘소녀시대’였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춤을 배웠어요. 중학교에 올라가던 해에 어느 날 우연히 소녀시대를 봤는데 깜짝 놀랐어요. 일본 아이돌과 춤 자체가 너무 다르더라고요. 소녀시대를 보면서 한국에 확 끌렸죠."

고등학교 1학년 때 학원에서 한국어를 배운 뒤 한국인 친구들을 사귀었다. 전문대학을 졸업한 뒤 2019년 아시아나에 입사해 1년 남짓 승무원 생활을 했다. 지난해 전문대학 시절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갔다가 만난 한국 남자와 결혼해 지금은 대구에 정착했다.

2019년부터 대구를 무대로 무대활동을 했다. 2020년 대구경북 글로벌 서포터로 외국인 친구들과 대구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홍보 영상을 찍고 서울을 방문해 무대에서 대구를 알리는 군무를 추기도 했다. 1년 남짓 활동했다.

"정말 대구 경북 안 가본 곳이 없어요. 구석구석에 예쁜 카페들이 너무 많아서 놀랐어요. 다녀본 곳 중에서 좋은 데는 동성로입니다. 젊음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잖아요. 이월드도 그렇구요. 이월드는 부모님이 한국에 오셨을 때 모시고 갔어요."


"구마모토와 대구는 비슷"

세이나 씨의 고향은 구마모토다. 세이나 씨에 따르면 대구와 비슷한 구석이 많다. 구마모토와 대구 모두 시내 중심가에 모든 것이 몰려 있어서 '시내(마치)에 간다'는 말이 통용된다. 또한 "구마모토 사람들도 한국인들처럼 정이 많다"고 했다.

"한국의 정이 참 좋아요. 승무원으로 일할 때 기상악화로 비행기가 결항된 적이 있었어요. 그때 한 여성 승객이 엄청 화를 냈었는데, 나중에 저한테 와서 '승무원 잘못도 아닌데 미안하다'면서 사과를 했어요. 그런데 그 여자분과 이후로 친구가 되어서 지금도 서로 연락하면서 지내요."

그녀에게 있어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는 동전의 양면 같다. 한국에서 생활한 지 4년째, 이제는 일본에 가면 답답증이 인다. 일본의 마트에서는 바코드를 찍어서 바구니에 담은 뒤 다시 옮겨담는다. 계산 직후 바로 바구니에 담으면 되는 한국과 비교해 한 단계를 더 거친다. 어머니에게 "답답하다"고 했더니 "한국 사람 다 됐다"는 답이 돌아왔다. 택배 속도도 한국과 일본은 비교 불가다. 그럼에도 "때론 일본의 그 느림이 그립다"고 했다.

"한국의 속도감이 만족스럽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느릿한 분위기가 편하게 느껴져요. 지금은 한국 생활에 매진해야겠지만 나이가 들고 여유가 생기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살고 싶어요. 속도의 쾌감과 느림의 미학을 동시에 품고 싶어요."

지금은 느림과 고요보다 스피드와 정신없는 일상이 더 좋다. 현재 인기 유튜버 '레이짱'과 함께 한국관광공사에서 서포터즈 활동을 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활발하게 하는 것"이다.

"서포터즈 활동도 충실하게 하고 유튜버로도 더 많은 영상을 올리고 싶어요. 레이짱처럼 텔레비전에서 불러주시면 정말 열심히 할 자신이 있어요. 너무 열정이 넘쳐요."

어느 정도 여건이 갖추어지면 의류 관련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장애인 등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입는 옷을 만들 계획이다.

"그분들도 예쁜 옷을 입고 싶을 것 아니에요. 예쁘고 좋은 옷을 만들어서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을 채워드리고 싶어요. 아직 공부할 게 많아서 구체적으로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지만, 꾸준히 공부해서 훌륭한 디자이너 겸 사업가가 되고 싶어요."

김광원 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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