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는 ‘카스’, 소주는 ‘참이슬’ 공식 깨질까…주류업계 ‘왕좌의 게임’
2023. 5. 13. 09:54
하이트 진로, '테라' 이어 '켈리'까지 선보이며 1위 탈환 시동
소주 시장에서는 롯데칠성 '처음처럼 새로' 돌풍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치열한 경쟁.’
현재 주류업계의 구도는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맥주 시장은 오비맥주의 ‘카스’를 하이트진로가 ‘테라’와 신제품 ‘켈리’를 앞세워 추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소주 시장에서는 ‘참이슬’과 ‘진로’를 통해 이 시장을 움켜쥐고 있는 하이트진로의 아성에 롯데칠성음료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처음처럼’에 이어 신제품 ‘처음처럼 새로’를 출시하며 라인업을 강화했다.
이 제품들은 새로운 맛과 신선한 마케팅을 앞세워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단숨에 시장에 안착하며 1위 업체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모습이다.
카스 넘어서는 데 실패한 테라
특히 엔데믹(주기적 유행) 후 처음 맞는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올해 맥주 시장은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도 1위 탈환을 향한 하이트진로의 도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하이트진로는 야심작 테라를 출시하면서 판매율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코로나19 사태라는 변수를 만나 시장 1위인 카스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며 여전히 ‘추격자’ 자리에 있다.
하이트진로는 2011년까지 ‘하이트’를 앞세워 맥주 시장 1위를 지켰다. 하지만 이후부터 카스에 밀려 아직까지 2인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다시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시장 조사 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시장점유율은 카스가 41.3%(가정 시장 기준)로 1위였다. 테라는 20% 미만의 점유율을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가 다시 한 번 판을 뒤엎기 위해 불과 4년 만에 새로운 주력 제품인 켈리를 출시한 이유다. 한 맥주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가 4년 만에 새 주력 상품인 켈리를 선보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카스나 테라처럼 대형 맥주 회사들이 주력으로 내세우는 제품은 많은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는 최적의 맛 개발과 제품 디자인 등을 수없이 고민한 끝에 내놓은 결과물이다. 또 출시 이후에도 막대한 마케팅 비용까지 쏟아부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보통 대형 제조사들은 한 번 내놓은 주력 제품을 10년 이상 오랜 기간 유지한다.
하이트진로는 테라만으로 카스를 넘어서기 어렵게 되자 결국 켈리까지 함께 내세우게 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두 개의 주력 제품을 앞세운 ‘쌍끌이 전략’으로 맥주 시장 1위를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마케팅 경쟁도 관전 포인트
켈리는 4월 4일부터 본격적으로 출고에 들어갔다. 현재 가정 시장과 함께 음식점과 술집 유통망을 넓히는 작업이 한창이다.
소비자 반응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출시 직후 돌풍을 일으켰던 테라와 비슷하게 ‘맛이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며 “출시 100일 정도가 되면 그간의 판매량을 집계할 예정인데 나쁘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요즘 술집이나 식당들을 찾으면 여기저기에서 ‘켈리가 들어왔느냐’고 묻는 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테라와 켈리의 판매량을 동시에 끌어올려 맥주 시장 1위를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주 시장에서는 절대 강자인 하이트진로를 향한 롯데칠성음료의 거센 추격이 시작됐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과 진로를 내세워 소주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참이슬은 1999년부터 현재까지 소주 시장점유율 1위를 이어 가고 있는 제품이다.
2위는 처음처럼을 판매 중인 롯데칠성음료다. 점유율은 약 15%에 불과하다.
다만 시장에서는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가 올해 좁혀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말 출시한 무설탕 소주 새로가 기대했던 것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어서다.
새로는 롯데칠성음료가 16년 만에 선보인 소주 신제품이다. 건강을 즐겁게 관리하는 ‘헬시플레저’ 트렌드를 반영해 무설탕 소주를 개발했는데 이 같은 전략이 주효해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출시 7개월 만인 올해 4월 누적 판매량 1억 병을 돌파한 상태다. 특히 올해 들어서만 4월까지 7000만 병이 넘게 판매되는 등 소주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소주 신제품이 시장에서 이런 반응을 얻은 것은 근래 없었던 일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참이슬·처음처럼·진로 등 ‘빅3’ 구도였던 소주 시장이 4강 구도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의 눈도장을 찍기 위한 이들의 마케팅 전략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경쟁사들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알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하이트진로는 다시 한 번 ‘스타 마케팅’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대세로 떠오르는 배우 손석구 씨를 켈리 모델로 기용하며 맥주의 부드러운 맛을 강조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마케팅 비용이 다소 많이 들더라도 신제품을 알리기 위해 스타 마케팅만큼 효율적인 광고는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하이트진로는 테라의 모델로 배우 공유 씨를 등장시켜 왔다. 막대한 광고비용을 지출해서라도 반드시 1위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는 스타들의 등장 없이 ‘맥주 한잔이면 응원도 칭찬도 여렵지 않다’는 잔잔한 광고를 선보인 카스와 대조된다. 서 교수는 “카스는 이미 대중에게 익숙해진 제품”이라며 “맛이나 스타들을 내세운 광고보다 ‘공감’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새로도 참신한 광고로 주목받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에서 활약하며 이름을 알린 배우 이도현 씨를 등장시켰다. 아이유와 한소희 씨 등 여성 연예인들이 주름잡고 있는 소주 광고에 남성 모델이 등장한 것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브랜드명처럼 새로가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고 새롭다는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고 광고를 만든 흔적들이 엿보인다”며 “남성이 등장한 것 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느낌을 주는 소주 광고”라고 평가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소주 시장에서는 롯데칠성 '처음처럼 새로' 돌풍
[비즈니스 포커스]
맥주는 ‘카스’, 소주는 ‘참이슬’.
이 오래된 공식은 1990년대 생겨났다. 카스는 1994년, 참이슬은 1998년 각각 첫선을 보였다. 참이슬은 출시 이듬해인 1999년, 카스는 2012년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출시된 지 25~3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두 제품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며 여전히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최근 주류업계의 화두는 이런 카스와 참이슬이 과연 올해도 선두 자리를 수성할지 여부다. 다양한 신제품이 등장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맥주 시장에서는 ‘켈리’, 소주 시장에서는 ‘새로’가 그 주인공이다.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이들의 등장으로 주류 경쟁 구도가 새롭게 재편될지 관심이다.
이 오래된 공식은 1990년대 생겨났다. 카스는 1994년, 참이슬은 1998년 각각 첫선을 보였다. 참이슬은 출시 이듬해인 1999년, 카스는 2012년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출시된 지 25~3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두 제품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며 여전히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최근 주류업계의 화두는 이런 카스와 참이슬이 과연 올해도 선두 자리를 수성할지 여부다. 다양한 신제품이 등장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맥주 시장에서는 ‘켈리’, 소주 시장에서는 ‘새로’가 그 주인공이다.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이들의 등장으로 주류 경쟁 구도가 새롭게 재편될지 관심이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치열한 경쟁.’
현재 주류업계의 구도는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맥주 시장은 오비맥주의 ‘카스’를 하이트진로가 ‘테라’와 신제품 ‘켈리’를 앞세워 추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소주 시장에서는 ‘참이슬’과 ‘진로’를 통해 이 시장을 움켜쥐고 있는 하이트진로의 아성에 롯데칠성음료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처음처럼’에 이어 신제품 ‘처음처럼 새로’를 출시하며 라인업을 강화했다.
이 제품들은 새로운 맛과 신선한 마케팅을 앞세워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단숨에 시장에 안착하며 1위 업체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모습이다.
카스 넘어서는 데 실패한 테라
특히 엔데믹(주기적 유행) 후 처음 맞는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올해 맥주 시장은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도 1위 탈환을 향한 하이트진로의 도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하이트진로는 야심작 테라를 출시하면서 판매율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코로나19 사태라는 변수를 만나 시장 1위인 카스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며 여전히 ‘추격자’ 자리에 있다.
하이트진로는 2011년까지 ‘하이트’를 앞세워 맥주 시장 1위를 지켰다. 하지만 이후부터 카스에 밀려 아직까지 2인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다시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시장 조사 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시장점유율은 카스가 41.3%(가정 시장 기준)로 1위였다. 테라는 20% 미만의 점유율을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가 다시 한 번 판을 뒤엎기 위해 불과 4년 만에 새로운 주력 제품인 켈리를 출시한 이유다. 한 맥주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가 4년 만에 새 주력 상품인 켈리를 선보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카스나 테라처럼 대형 맥주 회사들이 주력으로 내세우는 제품은 많은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는 최적의 맛 개발과 제품 디자인 등을 수없이 고민한 끝에 내놓은 결과물이다. 또 출시 이후에도 막대한 마케팅 비용까지 쏟아부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보통 대형 제조사들은 한 번 내놓은 주력 제품을 10년 이상 오랜 기간 유지한다.
하이트진로는 테라만으로 카스를 넘어서기 어렵게 되자 결국 켈리까지 함께 내세우게 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두 개의 주력 제품을 앞세운 ‘쌍끌이 전략’으로 맥주 시장 1위를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마케팅 경쟁도 관전 포인트
켈리는 4월 4일부터 본격적으로 출고에 들어갔다. 현재 가정 시장과 함께 음식점과 술집 유통망을 넓히는 작업이 한창이다.
소비자 반응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출시 직후 돌풍을 일으켰던 테라와 비슷하게 ‘맛이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며 “출시 100일 정도가 되면 그간의 판매량을 집계할 예정인데 나쁘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요즘 술집이나 식당들을 찾으면 여기저기에서 ‘켈리가 들어왔느냐’고 묻는 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테라와 켈리의 판매량을 동시에 끌어올려 맥주 시장 1위를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주 시장에서는 절대 강자인 하이트진로를 향한 롯데칠성음료의 거센 추격이 시작됐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과 진로를 내세워 소주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참이슬은 1999년부터 현재까지 소주 시장점유율 1위를 이어 가고 있는 제품이다.
2위는 처음처럼을 판매 중인 롯데칠성음료다. 점유율은 약 15%에 불과하다.
다만 시장에서는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가 올해 좁혀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말 출시한 무설탕 소주 새로가 기대했던 것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어서다.
새로는 롯데칠성음료가 16년 만에 선보인 소주 신제품이다. 건강을 즐겁게 관리하는 ‘헬시플레저’ 트렌드를 반영해 무설탕 소주를 개발했는데 이 같은 전략이 주효해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출시 7개월 만인 올해 4월 누적 판매량 1억 병을 돌파한 상태다. 특히 올해 들어서만 4월까지 7000만 병이 넘게 판매되는 등 소주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소주 신제품이 시장에서 이런 반응을 얻은 것은 근래 없었던 일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참이슬·처음처럼·진로 등 ‘빅3’ 구도였던 소주 시장이 4강 구도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의 눈도장을 찍기 위한 이들의 마케팅 전략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경쟁사들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알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하이트진로는 다시 한 번 ‘스타 마케팅’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대세로 떠오르는 배우 손석구 씨를 켈리 모델로 기용하며 맥주의 부드러운 맛을 강조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마케팅 비용이 다소 많이 들더라도 신제품을 알리기 위해 스타 마케팅만큼 효율적인 광고는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하이트진로는 테라의 모델로 배우 공유 씨를 등장시켜 왔다. 막대한 광고비용을 지출해서라도 반드시 1위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는 스타들의 등장 없이 ‘맥주 한잔이면 응원도 칭찬도 여렵지 않다’는 잔잔한 광고를 선보인 카스와 대조된다. 서 교수는 “카스는 이미 대중에게 익숙해진 제품”이라며 “맛이나 스타들을 내세운 광고보다 ‘공감’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새로도 참신한 광고로 주목받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에서 활약하며 이름을 알린 배우 이도현 씨를 등장시켰다. 아이유와 한소희 씨 등 여성 연예인들이 주름잡고 있는 소주 광고에 남성 모델이 등장한 것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브랜드명처럼 새로가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고 새롭다는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고 광고를 만든 흔적들이 엿보인다”며 “남성이 등장한 것 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느낌을 주는 소주 광고”라고 평가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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