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영끌?" 부동산 지표는 다른 말을 했다

최아름 기자 2023. 5. 1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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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영끌 시작됐다’ 기사 봇물
부동산 바닥 쳤다는 징후일까
부동산 지표 보면 그렇지 않아
2030세대 집 구매자 늘었지만
생애 최초 구매자 되레 줄어
집값 하락폭 작아졌지만
연초 대비 매물은 늘어나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는 건 '앞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행위다. 곧 값이 떨어진다면 무리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최근 집값이 한창 오르던 시기에나 나돌던 '영끌'이란 말이 다시 회자된다. 지금 부동산 시장이 '영끌'을 할 만한 상황일까.

내집 마련을 위해 '영끌'을 하는 2030세대가 늘어났다는 보도가 나온다.[사진=뉴시스]

자취를 감췄던 단어가 다시 등장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이다. 한창 집값이 오르던 시기에 나돌던 '모든 돈을 끌어모아 주택을 사야 한다'는 자조적 표현이 다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주택 가격이 이제 바닥을 쳤으니 다시 '내집'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거다.

이 때문인지 몇몇 미디어는 벌써부터 '영끌'을 통해 유입된 2030세대가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영끌'을 할 만한 상황일까. 한발 더 나아가 '영끌'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긴 한 걸까. 이 질문을 하나씩 풀어보자.

■ 질문❶ 영끌한 사람 많은가 = '영끌'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매수자 수가 늘었음을 언급한다. 내집을 아직 마련하지 못한 2030세대가 주택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서둘러 사들이고 있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3년 3월 서울 아파트를 사들인 집주인이 30대 이하인 경우는 1161건을 기록했다. 2021년 10월(1036건) 이후 처음이다. 아파트 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했던 2022년엔 1000건을 넘긴 달이 없었다.

이렇게만 보면 젊은 세대가 다시 '영끌'을 시도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법원의 등기 기록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집을 사기에 적합한 시기라면 '내집 마련'에 처음으로 성공한 사람이 얼마나 늘었는지 봐야 한다.

법원의 등기 기록에 따르면, 서울 집합건물(아파트ㆍ다세대 주택ㆍ다가구 주택ㆍ다중 주택 등)의 전체 매수자 수는 20 22년 4월 1만490명에서 2023년 4월 9048명으로 13.8% 감소했다. 그중 연령대가 2030인 매수자는 1784명에서 1185명으로 33.9% 줄었다.

전체 매수자에서 처음으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2030의 비중 역시 17.0%에서 15.9%로 1.1%포인트 작아졌다. 2030만이 아니다. 전체 연령대로 봐도 2023년 1~4월 '처음으로' 주택을 매수한 경우는 월평균 1954건으로 전년(월평균 3867건)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2030 아파트 매수자의 증가세는 이미 주택을 보유했던 사람이 이끌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시장이 '영끌할 만한' 상황이 아님을 잘 보여주는데, 근거는 또 있다. 생애 최초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사람은 줄었지만 '빚'으로 집을 잃는 사람은 늘었다.

집합건물이 경매로 넘어가는 건수를 확인해보자. 서울의 경우, 집합건물이 임의 경매(재판 없이 근저당권ㆍ전세권 등 행사)로 넘어가는 건수는 2023년 월평균 356회로 2022년(228회)에 비해 56.1% 늘어났다.

강제 경매(재판 후 결과에 따른 권리 행사)는 2023년 월평균 384회를 기록해 2022년(428회)에 비해 10%가량 줄었지만 임의 경매와 비슷한 수준으로 매달 이뤄지고 있다. 이는 전세 보증금 반환이나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여전히 적지 않음을 방증한다.

■ 질문❷ 영끌할 상황인가 = 이런 상황에서도 집을 '산' 사람은 분명히 있다. 현시점에서 집을 산다는 건 결국 집값이 더 오르겠다고 판단했다는 거다. 그렇다면 '영끌'을 감수할 정도로 집값은 지금 오르고 있는 걸까. 서울 아파트 매매가의 하락폭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2023년 들어 5월 첫째주 하락폭(0.133%)이 가장 낮았다. 1월 셋째주 하락폭이 0.54%였다는 걸 고려하면 그 속도가 분명 완만해졌다.

다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가격이 꾸준히 오른 아파트들도 있었다.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 단지인 은마 아파트는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일주일 새 1000만~2000만원씩 오른 채 거래되기도 했다.

일부 사례를 더 확인하면 '은마아파트'처럼 오른 곳이 더 있긴 하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오르기만 하는 아파트는 없다. 오른 것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는 게 아파트 시세의 현실이다.

KB부동산 자료를 통해 4월 첫째주와 4월 마지막주 매물로 나왔던 아파트의 시세를 비교해 봤다. 그 기간 매매 시세가 가장 많이 올랐던 서울 아파트는 11. 43%를 기록했다. 매물 시세가 떨어진 아파트의 경우 같은 기간 시세 하락폭은 17.1%였다. 떨어진 폭이 더 깊었다.

[사진 | 뉴시스]

2023년 초에 비교해 쌓여 있던 매물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2023년 1월 1일 서울 아파트 매물은 5만513호였지만 5월 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2997호로 연초 대비 24.7% 늘었다.

매일 늘어난 건 아니지만 1월부터 흐름을 보면 매물이 쌓이고 있는 건 명확해진다. 매물 축적은 곧 '공급' 효과로 이어져 아파트 가격의 '오름세'를 제어한다. 이 자료만 보면, 지금은 결코 영끌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 상황에서 집을 살 때 자금을 보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뒀다. 고정금리 4%대의 특례보금자리론이 대표적이다. 4월 30일까지 이뤄진 대출을 확인하면 신규 주택 매입을 위한 평균 대출 금액은 2억원이었다.

생애 최초 주택 매수자에게는 주택담보대출이 80%까지 열려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정부의 정책만 보면 또 '영끌'을 해도 가능할 듯한데, 시장 상황에 파란불만 켜진 건 아니다. 정부 생각은 무엇일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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