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첫 승 vs 데뷔 첫 세이브...기념구는 누구에게로 갔을까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인천 유진형 기자] SSG 최주환의 타구가 2루수 정면으로 향했고 한화 정은원이 침착하게 처리했다. 이렇게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한화 이글스는 SSG 랜더스에 5-2 승리를 거두며 3연승을 질주했다.
전날 수베로 감독의 갑작스러운 경질로 팀 분위기가 떨어진 상황이었지만 한화 선수들이 똘똘 뭉쳐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최원호 감독에게 첫 승을 선물했다.
한화는 1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진행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선발투수 장민재의 5.1이닝 무실점 호투와 채은성, 노시환의 홈런으로 5-2로 앞서가고 있었다. 9회말 세이브 상황, 한화는 마무리 투수를 올려야 할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전날 경기까지 연투한 박상원과 강재민은 이날 경기에 등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최원호 감독은 슈퍼루키 김서현을 9회말 세이브 상황에서 투입했다. 김서현은 올 시즌 중간계투로 활약하며 위력적인 구위를 선보이긴 했지만 홀드나 세이브는 없었다.
김서현은 초구부터 156km를 전광판에 찍으며 인천 SSG랜더스필드를 술렁이게 했다. 그런데 초구는 맛보기에 불과했다. 두 번째 던진 패스트볼은 158km 찍었고 관중석에서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다음 투구에서 힘이 들어가며 공이 손에서 빠졌고 156km 패스트볼이 오태곤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당황한 김서현은 모자를 벗고 안절부절하며 1루를 밟은 오태곤에게 두 번이나 고개 숙여 사과했다.
루키에게 세이브 상황은 부담이 되었던 걸까. 김서현은 이후 조형우 타석 때 폭투하며 무사 2루 위기를 자초했다. 김서현이 마운드 위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베테랑 포수 최재훈은 급하게 마운드로 올라가 다독였고 이내 평정심을 되찾은 김서현은 다시금 위력적인 공을 던졌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로 조형우와 최항을 가볍게 처리한 뒤 최주환을 상대했다. 2볼 2스트라이크 상황, 이날 경기에서 한 번도 던지지 않았던 146km 체인지업을 승부구로 던지며 타이밍을 뺏었고 2루 땅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1루수 김인환은 자신의 글러브에 들어간 공을 최재훈에게 건넸고 최재훈은 기념구를 누구에게 줘야 할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결정을 내렸다. 그는 승리 하이파이브를 하기 전 최원호 감독에게 "감독님 축하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으로 승리구를 전달했다.
승리구를 받은 최원호 감독은 환하게 웃으며 기뻐했고 김서현도 박수치며 기뻐했다. 감독 데뷔 첫 승을 거둔 최원호 감독도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한 김서현도 이날 경기는 야구 인생에서 평생 잊지 못할 경기일 것이다.
한편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받으며 승리를 거둔 한화는 13일 선발투수 문동주를 앞세워 4연승에 도전한다.
[감독 데뷔 첫 승을 거둔 최원호 감독이 최재훈 포수로부터 승리구를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 = 인천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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