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약 직접 운반 나서겠다는 '한화'…수십㎞ 질주 안전한가
㈜한화그룹이 지역별 거점 역할을 하던 도매업체 저장소를 거치지 않고 산업용 폭약을 직접 공사 현장에 판매키로 하면서 ‘시민 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화에서 곧장 현장으로 가려면 폭약이 기존보다 수십km를 더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한화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한화는 국내 산업용 화약 시장의 약 70~75%를 차지하고 있다. 한화에서 생산하는 산업용 화약류 중 폭약은 대부분 민간 건설사업 현장에서 발파 목적으로 쓰인다.
폭약은 이동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 시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이동 거리를 최소화 하는 것이 중요, 그동안 도매상들이 보유한 저장소가 폭약 운반의 중간 거점 역할을 해왔다.
이런 가운데 한화가 올해 초부터 경기, 울산 등 일부 지역에서 폭약 직판을 시작했다. 현재 한화의 내수시장 판매 비중은 직판(25%), 도매업체(75%)로 나뉘는데, 여기서 직판의 비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중간 거점 역할을 해온 도매업체 저장소를 거치지 않고 폭약이 운반될 경우, 폭약이 수십km의 도로를 더 달릴 수 밖에 없어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를 들면, 기존의 폭약 납품 방식은 충북 보은 소재 한화 제조공장에서 폭약이 만들어져 저장소가 있는 한화 소유 천안영업소, 포천영업소 등으로 옮겨지면, 도매업체들이 이곳에서 폭약을 구매해 각각 경기 남부지역과 북부지역 등의 건설 현장 등에 운반·재판매하는 형태였다. 이 경우 가평·광명·용인·화성 등 총 12개 도매업체(저장소)들이 각 지역에 분포돼 있어 운반거리를 최소화 할 수 있다.
하지만 향후 직판이 시작되면 천안영업소나 경인영업소(포천 소재), 한화가 직접 소유한 여주저장소 등 3곳에서 도내 수요처로 바로 옮겨지는 터라 운반거리는 늘어난다.
올해 하반기부터 착공이 시작되는 3기 신도시 부천 대장지구에서 발파 작업이 진행된다고 가정하면, 이곳과 가장 가까운 저장소는 약 27㎞(약 30분 소요) 떨어진 광명 소재 도매 업체다. 하지만 천안영업소에서 직접 판매·운반하면 이 두 곳 사이 거리는 115㎞로 약 4.3배 늘고, 소요시간은 1시간30분 가량으로 약 3배 증가한다.
전문가들은 운반거리 상승은 결국 안전 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꼴이라고 지적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판매처와 수요처와의 거리가 늘어나면 당연히 자동차 사고 등이 개입할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라며 “운반거리가 늘어나면 안전이 위험해진다는 것은 자명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화는 거리 상승과 안전 문제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한화 관계자는 “폭약의 직판 확대는 오랜기간 검토해 왔던 부분”이라며 “전반적으로 도매업체들 보다 한화가 안전 부분에 있어 더 많이 투자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단순히 이동거리가 늘어난다고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8년 충북 지역에서는 한화 영서지사(제천시)에서 충주시내 공사현장으로 폭약이 운반되던 도중 한 지방도로에서 ‘고성능 에멀전 폭약’ 한 상자(20㎏)가 도로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호준 기자 hojun@kyeonggi.com
김정규 기자 kyu5150@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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