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는 어류인데?"…사냥 때마다 '숨 참고' 잠수하는 이유 [사이언스 PICK]

윤현성 기자 2023. 5. 1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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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체온 유지 능력 없는 귀상어…1㎞ 심해 사냥에도 체온 변화는 '0.1℃'
아가미·입 완전히 닫고 다이빙…호흡 중지로 바닷물에 뺏기는 체온 차단

하와이 코나 해변에서 헤엄치고 있는 홍살귀상어. (사진=하와이 대학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바닷속에서 사는 포유류인 고래들이 숨을 참은 채 헤엄을 치다가 호흡을 위해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것은 유명하다. 하지만 어류인 상어가 아가미까지 닫은 채 숨을 참고 깊은 심해로 나서는 모습이 관측됐다.

따뜻한 곳에 있던 상어들이 먹이 사냥 과정에서 체온을 지키기 위해 호흡을 멈춘 채 심해로 나서는 것으로 분석됐다. 학계에 따르면 심해로 뛰어드는 어류가 호흡을 참는 사례가 포착된 것은 이번이 최초다.

13일 글로벌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따르면, 하와이 대학교 마노아의 해양생물학 연구팀은 최근 귀상어의 심해 사냥에 대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해당 논문은 다른 심해어들과 달리 별도의 체온 유지 능력이 없는 귀상어들이 어떻게 극저온의 심해에서 사냥을 하는 지 초점을 두고 있다.

귀상어의 한 종인 홍살귀상어는 열대지방~아열대지방의 표해수대(수심 200m 가량 해수표면)에 주로 서식한다. 열대지방의 해수면 인근인 만큼 수온이 따뜻한 곳에서 활동하는 셈이다.

하지만 홍살귀상어는 수심 800m 아래 심해에 서식하는 오징어 등을 먹이로 삼는데, 해당 수역의 수온은 5℃에 육박한다. 당초 따뜻한 곳에서 활동하는 생물의 경우 신체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수준의 수온 차라는 게 학계의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백상아리·청상아리 같은 악상어류나 참치 등과 같이 수심이 깊은 곳에서 활동하는 어종은 마치 온혈동물처럼 체내에 부분적으로 따뜻한 피를 갖고 있다. 이들은 물이 얼어붙기 직전인 0℃ 수준의 수온에서도 체내의 열을 순환시켜 내장·근육 등의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악상어들은 이런 능력이 없다. 결국 20℃ 이상의 극단적인 수온 차를 직접적으로 버텨내야 하는 셈인데, 이를 두고 연구진은 "한여름날 사람이 빙하 사이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처럼 자체적으로 체온을 유지할 수 없는 동물이 극단적인 온도 하락을 겪으면 시력과 뇌 기능이 약화되기 쉽다. 하지만 연구 대상이 된 홍살귀상어는 심해 사냥을 무사히 마치고 표해수대로 돌아오는 행위를 하룻밤 사이에도 수차례 반복했다.

연구팀은 상어들이 어떻게 체온을 유지하는 지를 파악하기 위해 감지 센서를 부착했고, 상어의 체온·수심·수온·속도·움직임·신체 활력 등을 모두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상어들은 센서를 부착한 채 23일 간 생활했다. 실험 기간 동안 표해수면과 심해를 셀 수 없이 오갔음에도 측정 내내 체온이 0.1℃ 이상의 변화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체온이 크게 떨어진 것은 심해에서 해수면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300m였는데, 이 때도 체온 변화는 2℃ 수준에 그쳤다.

연구팀은 센서 분석 결과 상어들이 심해로 향할 때 입과 아가미를 모두 다물고 헤엄을 쳤고, 이를 통해 체온을 유지한 것으로 판단했다. 입과 아가미를 모두 닫음으로써 호흡이 불가능해지지만, 동시에 바닷물에 체온이 뺏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해수면으로 상승하는 과정에서 체온이 떨어진 것도 상어들이 수면에 가까워졌을 때 다시 호흡을 하기 위해 아가미를 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1044m 아래 심해에서 헤엄치는 귀상어의 아가미 구멍은 완전히 닫혀있고 해수면 가까이 올라온 상어의 아가미 구멍은 크게 벌어져 있는 영상이 포착되기도 했다. 상어들은 한번 심해로 향할 때마다 평균 17분 동안 숨을 참았는데, 심해 사냥터와 평소 서식지를 오가는 시간을 감안하면 최고로 깊은 심해에서 잠수하는 시간은 4분 정도로 파악됐다.

귀상어들이 호흡을 멈춤으로써 체온을 유지한다는 것은 밝혀졌지만 체온을 지키는 명확한 구조나 방법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향후 상어의 입과 아가미가 닫히는 영상자료를 추가 분석하고, 상어의 신진대사를 조사해 이들이 어떻게 심해 잠수에 나서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연구를 주도한 해양생물학자 마크 로이어는 "이번 연구를 통해 귀상어가 숨을 참은 채 헤엄을 치는 최초의 심해 활동 어종으로 파악됐다"며 "상어가 잠수하는 해양 포유류처럼 숨을 참는 다는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같은 노력이 에너지 낭비가 되지 않으려면 심해 깊은 곳에 있는 먹이의 가치가 아주 높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의 주인공인 홍살귀상어는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의 모든 열대~아열대 해역에서 살고 있으나 무분별한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멸종 위기에 놓여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홍살귀상어를 '위급' 수준의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고 국제적인 개체 수 보호에 나서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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