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으로 긴급 출동" 사활 건 알곡증산

최유찬 2023. 5. 1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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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얼마 전 평양의 공장 근로자 수백명이 농기계 부품을 갖고 농촌으로 향했습니다.

일종의 대규모 긴급출동 서비스 팀을 급파해야 할 정도로 북한 농촌 상황이 좋지 않다는 말이겠죠?

◀ 차미연 앵커 ▶

코로나 위기가 풀리면서 중국에서 쌀도 일부 들여오고 있지만 여전히 북한의 쌀값은 높고, 식량 사정은 어렵다고 합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도 이제 막 모내기를 시작했다는데요.

올해 곡물 생산은 좀 나아질까요?

최유찬 기자가 분석해봤습니다.

◀ 리포트 ▶

[조선중앙TV/5월 9일] "남포시 강서구역 청산농장에서 8일 첫 모내기가 시작됐습니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쓴 남녀 세 명이 기계로 모를 심고 있습니다.

작년 이맘때는 극심한 가뭄 때문에 물이 보이지 않는 논에 모를 꽂아야 했지만, 올해는 강수량도 물 온도도 모내기에 제법 적합합니다.

[로성일/증산군농업경영위원회 기사장] "경제선동의 목소리가 울리니 알곡고지점령을 선차적 과업으로 내세운 당의 의도에 맞게 농사를 과학적으로 알심있게 해서 올해 기어이 대풍을 이룩할 결심입니다."

[김영훈/농촌경제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상 여건이 작년보다 좋기 때문에 작황은 작년보다 기본적으로 좋아지지 않겠는가 이렇게 내다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 봄 북한의 식량 수급 상황은 매우 좋지 않습니다.

평양의 쌀 가격은 kg당 5천5백원, 작년보다는 3백원, 2년 전보다는 1500원 이상 급등했습니다.

곡물 생산이 필요량에 턱없이 부족한데다가 지난해 양정법까지 개정해 개인이 시장에 곡물을 내다팔지 못하도록 하면서 시장 쌀 값이 치솟고 있는 겁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식량 판매소를 통해서 국가가 식량을 공급할 때 부분적인 하락은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평시보다 30~40%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거든요 현재 북한의 식량 사정을 말해주는 거다."

지난해 북한이 생산한 곡물은 쌀 207만 톤, 옥수수 157만 톤 등 451만톤, 한 해 필요량 550만톤에 비하면 1백만톤 이상이 부족합니다.

대북제재와 코로나 봉쇄가 지속되면서 전시 비축미까지 풀었기 때문에 고갈된 비축미를 다시 채워넣으려면 올해는 더 많은 곡물을 생산해야 합니다.

[조충희/탈북민] "(전시비축미가) 1년 식량 생산량의 30%정도 되죠, 올해 농사가 평년처럼 되면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저축(비축)을 안한다고 봤을때 소비할 때 배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북한은 농사가 점령해야 할 첫번째 고지라면서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나라의 쌀독을 채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나마 봄철 기후조건이 나쁘지 않아 작년보다는 작황이 좋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북한이 지속적으로 강하천 바닥을 준설하고 둑을 보수하는가 하면 관개 배수 시설을 정비해 어느 정도의 가뭄과 홍수에 대비하는 능력도 조금 개선되기는 했습니다.

[김혁/농어촌공사 선임연구원] "가장 선차적으로 해야되는 게 관개 배수다, 관계 배수를 우선적으로 정비하고 거기에 필요한 물을 최대한 많이 확보를 해야 된다는게 지금 북한이 가지고 있는 목표죠."

하지만 비료, 농약, 농기계 등은 아직 턱없이 부족합니다.

비료는 품질이 좋지 않은 퇴비와 약간의 질소비료에 의존할 뿐, 정작 열매를 맺는데 필수적인 인 비료가 충분치 않습니다.

[김일한/동국대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평양 북쪽) 순천 지역에 대규모 (인 비료) 공장을 만들었어요. 준공은 했는데 3년 동안 이렇다 할 생산 소식이 없었어요. 질소 비료가 계획대로 생산이 되고, 인비료가 추가로 더 생산이 되면 올해 당장은 생산량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농업 생산량은 늘 수밖에 없다."

농기계 부족과 노후화 문제도 심각합니다.

[김영철/평양시직맹위원회 부부장] "400여명의 농기계수리지원조 성원들의 출동식과 농기계부속품 전시회를 조직해 진행했습니다. 고장난 농기계들은 현장에서 즉시즉시 수리해주고.."

평양 시내 기계분야 근로자 400여명이 농기계 부속품을 들고 농촌으로 가서 직접 고장난 농기계를 수리해주는 출동 행사까지 열 정도입니다.

[김혁/농어촌공사 선임연구원] "(모내기) 적기를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거든요. 그걸 맞추려면 북한이 노동력을 대신할 수 있는 농기계가 풍족해야 되는데 지금 그 부분은 아직까지 좀 한계가 있지 않을까"

북한 당국과 농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곡물 생산이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그래도 코로나 봉쇄가 해제되면서 중국으로부터 조금씩 곡물이 들어오면서 급한 불은 끄는 형국입니다.

북한이 올들어 지난 지난 3월까지 중국에서 쌀은 약 7만6천톤, 작년 1년 내내 수입한 곡물보다 많습니다.

[김일한/동국대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중국에서) 쌀을 조금 더 수입을 한 건 맞는 것 같아요. 그 기조가 그대로 유지되면 앞으로 4, 5, 6월까지 계속 조금씩 부족한 것들을 수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 북한이 부쩍 중국 러시아와 가까워지면서 두 나라가 북한에 어느 정도 식량을 지원하거나 수출할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중국도 마냥 북한을 지원할 정도로 곡물 생산량이 넉넉치는 않습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중국도 식량 부족 국가거든요.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고, 단적으로 만일에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면 90년대에 수십 만명 이상이 아사했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겠죠 그러니까 중국도 해결하기 어렵다."

세계적으로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여전히 식량가격이 높고, 수출도 통제되고 있어서 북한이 국제시장에서 식량을 조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계속되는 식량난과, 경제난으로 주민들의 불안과 불만이 높아진다는 진단도 나옵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대북 제재, 코로나19, 양곡유통 정책, 알곡구조 변화 정책 등 네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식량 위기가 왔기 때문에 지금 사실상 고난의 행군기에 준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북한은 "쌀이 곧 사회주의"라며 민심 이반을 막고 체제를 지탱하기 위해 농사에 총력을 쏟고 있습니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1990년대와 같은 최악의 식량난으로까지 번지지는 않겠지만 대형 태풍이나 홍수 등 재난이 닥친다면 그때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최유찬입니다.

최유찬 기자(yucha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483193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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