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갤3’, 하이 에볼루셔너리와 타노스는 닮은꼴 빌런[MD칼럼]
[곽명동의 씨네톡]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의 흥행 성공 이유 중 하나는 강렬한 빌런 하이 에볼루셔너리(추쿠디 이우지)의 등장이다. 제작 초기에 캐스팅 논란이 불거졌을 때 제임스 건 감독은 “나는 최고의 배우와 그 역할에 가장 적합한 배우를 선택했다. 추쿠디 이우지가 어떤 민족이고, 인종인지 신경도 안 쓴다. 그가 왜 캐스팅됐는지에 대한 인종 차별적인 추측은 그만하라”고 말했다. 그의 선택은 옳았다. 추쿠디 이우지는 타노스(조시 브롤린)에 버금가는 강렬한 카리스마로 극의 중심을 잡았고, 결국 가디언즈 멤버들과 최후의 전투에 이르기까지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무릇,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빌런은 주인공 만큼이나 중요하다. 빌런이 약하면 영화 자체의 동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제임스 건 감독이 ‘가오갤’ 시리즈에서 가장 중점을 둔 작품은 3편이다. 그는 ‘로켓 비긴즈’의 서사를 펼쳐내기 위해 시리즈를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유전자 조작을 일삼는 빌런이다. 본인이 꿈꾸는 이상사회의 실현을 위해 동물과 아이를 잡아다 각종 실험으로 업그레이드된 생명체를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적응하지 못하면 폐기처분한다. 그는 어린 로켓(브래들리 쿠퍼)을 데려다 뛰어난 두뇌를 갖춘 생명체로 탄생시켰다. 로켓은 위기의 순간에 탈출해 스타로드(크리스 프랫) 등과 가디언즈를 결성했다.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도망간 로켓을 다시 잡아와 그의 두뇌를 이용해 무엇인가를 만들려고 한다. 로켓을 비롯한 가디언즈는 극악한 빌런에 맞서기위해 마지막 전투에 나선다.
제임스 건 감독은 ‘아웃사이더들의 수호자’다. 그는 언제나 아웃사이더, 사회 부적응자 등을 옹호했다. 1996년 데뷔작 ‘트로미오와 줄리엣’부터 B급 정서를 발휘하며 주류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애정과 관심을 보여준 그는 ‘가오갤3’에서 로켓의 탄생과정을 통해 아웃사이더를 배제하려는 세상에 일침을 날린다.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극중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대상을 향해 “통일감이 없고 아름답지 않다”고 말한다. 로켓은 그를 향해 “놈은 그냥 원래대로가 싫었던 거지”라고 하는데, 과연 그렇다. 빌런은 로켓을 ‘숫자’ 89P13으로 부른다. 로켓이 그를 다시 만났을 때 “난 로켓 라쿤이야”라고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밝힌다.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개별성’이 아니라 ‘통일성’이 중요한 계몽주의자다.
그는 ‘인피니티 사가’의 빌런 타노스를 닮았다. 타노스는 한정된 자원에서 우주 생명체의 절반을 날려야 균형을 맞출 수 있고, 생명력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믿는 빌런이다. 타노스와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균형’과 ‘진화’라는 이름의 악마다. 자신이 원하는 ‘이상세계’를 상정해 놓고 그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어울리지 못하면 가차없이 제거한다. 하이 에볼루셔너리가 로켓을 숫자로 부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계몽주의자들에게 숫자는 경전이자 교본이다. 타노스 역시 ‘절반’이라는 숫자를 맞춰놓고 ‘핑거 스냅’을 실행하지 않았는가. 계몽은 숫자로 환원되지 않고, ‘하나’로 될 수 없는 것을 ‘가상’으로 취급한다. 이러한 계몽의 태도는 독재자의 행동과 같다.
독일의 철학자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계몽의 변증법’에서 나치의 반문명적 만행의 근본 원인을 '이디오진크라지'(idiosincrasy)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는 이질적인 것, 다른 것에 대한 거부이자 동일화를 향한 욕망으로 발현된다. 홀로코스트는 예외적이고 특수한 것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것을 동일한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계몽의 결과물이다. 계몽은 통일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것은 처음부터 존재나 사건으로 인정하지 않는데, 하이 에볼루셔너리와 타노스의 사고방식이 그렇다. 가디언즈와 어벤져스는 그러한 폭력에 맞서 빌런들과 싸우는 히어로들이었다.
우리가 그토록 그들을 응원하는 이유다.
[사진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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