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은 글로벌 트랜드?! [서초동에서]
미 바이든, 취임 직후 대법관 증원 추진
지난 2019년 조국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와 2020년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2021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들까지 서초동발 이슈로 한국 사회는 두 쪽으로 나뉘었고, 아직까지 극심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검찰과 법원 주변에 끊이질 않는 시위 행렬을 보면 과연 이 갈등을 어떻게 수습할 수 있을지 까마득합니다.
그런데 이런 갈등은 비단 한국 사회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국제 뉴스를 봐도 여러 나라가 한국과 ‘따로 또 같은’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2월 말 네타냐후 총리가 극우 정당과 초정통파 종교 정당 등과 연립정부를 이뤄 재집권한 뒤 사법개혁을 추진하며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이를 '사법 쿠데타'로 규정하고 대규모 반대 시위를 이어왔습니다. 시위가 급속히 번진 데는 네타냐후 총리가 계속되는 부패 스캔들을 겪어 왔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2019년 뇌물 등 부패 혐의로 기소된 네타냐후 총리를 위한 '방탄용 입법'이라는 거부감이 밑바탕에 쌓인 거죠.
'민주주의의 나라'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021년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법원 개혁을 연구할 위원회 설립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당시 외신들은 위원회 발족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진보 진영에서 제기된 이른바 '법원 채우기' 계획과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위원회는 토론 끝에 증원 여부에 대한 결론을 담지 않은 보고서를 채택하며 종료됐습니다. 증원에 대한 합의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위원회에 참석했던 데이비드 레비(전 듀크 로스쿨 학장·전 연방 판사)는 그러한 생각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축소시키고 법의 지배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하며, 해외에서 독재자들이 권력에 대한 도전을 제거하기 위해 하는 방식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한국의 A 법조인은 "정치권의 거센 압박에도 법조인의 양식이 작동한 미국의 품격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호평했습니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사례는 한국에서 최근 몇 년 사이 벌어졌던 일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21년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습니다. 민주당은 '사법 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민주당에 불리한 판결이 잇따르자 법원을 길들이기 위한 정치적 탄핵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지난 3월 헌법재판소는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권한쟁의 청구를 각하했습니다. 헌재는 입법 과정에서 절차상 일부 문제가 있었지만, 법의 효력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작지 않은 후폭풍이 불었습니다. 그런데 여러 법조인이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 것은 헌법 재판관들이 평소 이념적·정치적 성향에 따라 판결을 내린 것으로 비친다는 점입니다. B 법조인은 정권 교체로 헌법 재판관들과 대법관들 상당수가 교체될 예정인데 이런 추세라면 정권 코드와 얼마나 일치하느냐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성식 기자 mods@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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