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70년, 피란수도 부산] ⑦ 급수 날은 수백미터 양동이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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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말경 인구 40만 도시로 계획됐지만, 일제 패망 후 해외 동포들이 부산항으로 귀국하면서 1940년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여기에 6·25전쟁 발발 이후 수십만 피란민의 유입으로 부산은 100만 인구를 단숨에 넘게 됐고 도시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게 됐다.
13일 부산시에 따르면 당시 피란민의 가장 큰 난제는 생존에 필수적인 식수 확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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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말경 인구 40만 도시로 계획됐지만, 일제 패망 후 해외 동포들이 부산항으로 귀국하면서 1940년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여기에 6·25전쟁 발발 이후 수십만 피란민의 유입으로 부산은 100만 인구를 단숨에 넘게 됐고 도시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게 됐다.
13일 부산시에 따르면 당시 피란민의 가장 큰 난제는 생존에 필수적인 식수 확보였다.
피란 시절 그나마 최소한의 식수를 보급할 수 있었던 것은 부산이 상수도 시설을 갖춘 덕택이었다.
하지만 당시 인구 대비 하루 필요한 4만t에 비해 공급할 수 있는 양은 2만t밖에 되지 않아 '제한 급수'가 이뤄졌다.
부산 시내에는 3일에 한 번씩 급수가 이뤄졌고, 섬 지역인 영도에서는 4일에 한 번씩 급수가 진행됐다.
급수 시간도 2시간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급수가 시작되는 날이면 공동수도 앞에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양동이가 꼬리를 물고 늘어서 수백 미터가 넘는 행렬을 이뤘다"는 게 당시 피란민들의 증언이다.
먼저 물을 얻고자 새치기하는 사람들 때문에 몸싸움이 벌어지는 일도 있었다.
물 전쟁을 치러 확보한 물은 한 가구당 세동이에 불과해 피란민의 증언 속에는 물과 관련한 절박함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지금의 행정구역상 부산진구에 위치한 '성지곡수원지'는 피란민에게 생활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필수 시설이었다.
1909년 만들어진 성지곡 수원지는 높이 27m, 길이 112m에 달하는 저수시설로 한 번에 60만t의 물을 담을 수 있었다.
성지곡수원지에 저장된 식수는 작은 관로를 따라 피란민 주거지역인 산복도로 인근 산동네까지 공급됐다.
중간 배수지였던 복병산 배수지, 수정산 배수지도 피란민 생존에 필수적인 공공 지원시설이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집수와 저수, 침전, 여과지로 향하는 도수로 등 상수 확보를 위한 성지곡수원지의 유기적인 시스템은 100여 년이 넘도록 원형 그대로 잘 보존돼 있다"면서 "부산이 기억해야 할 피란 유적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부경근대사료연구소 김한근 소장은 "제한적이지만 도심과 고지대의 피란민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물을 공급할 수 있어 성지곡수원지와 복병산 배수지는 피란민들의 젖줄이었다"면서 "현재 부산에 남아있는 임시수도 시절의 사연이 녹아있는 시설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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