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보는 세상] 자유를 위해 춤추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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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쇼생크 탈출'을 '인생 영화'로 꼽는 사람이 많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유와 희망을 노래한다.
영화가 펼쳐 보여 준 주제는 자유와 희망이다.
영화와 소설, 미술과 음악이 한 데 결합해 자유와 희망을 발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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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영화 '쇼생크 탈출'을 '인생 영화'로 꼽는 사람이 많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유와 희망을 노래한다.
많은 명장면 중 가장 큰 울림은 마지막 장면이다. 태평양 푸른 바닷가에 사는 친구를 찾아가는 모건 프리먼(레드)의 대사다.
"나는 친구와 만나 악수하기를 희망한다. 태평양이 꿈에서 본 것처럼 푸르기를 희망한다. 나는 희망한다."
영화가 펼쳐 보여 준 주제는 자유와 희망이다. 그 주제와 겹치는 그림이 있다. 앙리 마티스(1869~1954)의 '춤'(1910)이다.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벌거벗은 채 손을 잡고 한바탕 춤을 춘다. 자유와 희망을 발산한다.
인간은 자유로울 때 춤을 춘다. 희망이 솟구칠 때 춤을 춘다. 자유와 희망은 사람들 '사이'에서 발현된다. 자유와 희망은 '지금-여기' 사람들 '사이'의 목표다.
이 춤에 어떤 음악이 있을 것 같은가? '쇼생크 탈출'에서 팀 로빈스(앤디)가 재소자들에게 들려주며 잠시나마 자유를 선사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편지의 이중창'이 울려 퍼지는 듯하다.
그 음악이 펼쳐지는 동안 레드의 독백이 깔리는데, 이 대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대단히 치명적인 울림이다. 이런 말이 나온다. "어떤 것들은 말하지 않고 놔두는 게 최선이다 (Some things are best left unsaid)."
김훈의 소설 '현의 노래'에도 비슷한 문구가 있다. "스스로 그러한 것은 본래 그러하다. 말하여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레드의 대사를 부연해 설명하며 뭔가에 더 다가가는 느낌이다. 그리고 소설에는 이런 글귀도 있다. "종은 둥글고 비어 있으니 진리의 모습이 이와 같아라."
앙리 마티스의 작품처럼 색과 붓질이 자유로운 다른 한 그림을 보자. 얼굴과 주변에 칠해진 붉은색이 특히 강렬하다. 누구를 그린 것일까?
이번엔 영화가 아니고, 소설이다.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1946년 발표한 '그리스인 조르바'다.'20세기의 자유'를 상징하는 인물, 물질의 자유, 소유의 자유를 넘어 정신의 자유를 대표하는 인간상, '조르바'다.
이 그림의 작가는 골리즈 레즈바니. 2015년 작품이다. 런던 사치갤러리가 소장한 이 작품은 19.7cm*15.7cm로 아주 작고 거친 붓질이지만, 작품이 상징하는 자유는 무척 크다.
이 소설에도 '춤'이 등장한다. 앤서니 퀸이 주연한 1964년 동명의 영화에서도 두 주인공은 바닷가에서 자유를 노래하며 춤을 춘다.
소설 속에서 조르바가 하는 대사를 상기한다. "새 길을 닦으려면 새 계획을 세워야 해요.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하지 않아요. 내일 일어날 일을 묻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건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은 조르바의 태도와 겹친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롭다."
마티스가 그린 '춤'의 역동성, 레즈바니가 그린 초상의 과감한 붓질, '쇼생크 탈출'의 음악, '그리스인 조르바'의 대사 등은 모두 한 지점을 가리킨다. '지금-여기 우리들 삶의 자유'다. 그건 자유롭게 춤을 추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영화와 소설, 미술과 음악이 한 데 결합해 자유와 희망을 발산한다. 자유를 잃거나 잊은 인간과 자유를 찾거나 희구하는 인간의 간격은 삶과 죽음의 차이만큼 크다.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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