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준 미달 대북확성기' 손배소 패소…1심 "손해 인정 어려워"

김진아2 기자 2023. 5.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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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16년 대북확성기 추가 도입을 위한 입찰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저지른 업체 및 관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정찬우)는 대한민국이 전자응용기계 기구류 제조사 대표 및 A사 외 6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 측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B씨 등 업체 및 군 기관 관계자들의 공동불법행위, 입찰방해 등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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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2016년 확성기 계획 수립 전 정보 이용해 범행 공모
관계자 청탁에 평가기준 등 유리하게 만든 정황도
정부, 손해 가정해 감정액 냈지만 法 "인정 어려워"

뉴시스DB.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정부가 2016년 대북확성기 추가 도입을 위한 입찰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저지른 업체 및 관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정찬우)는 대한민국이 전자응용기계 기구류 제조사 대표 및 A사 외 6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 측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사건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합동참모본부는 2016년 1월께 대북 확성기를 추가로 설치하는 계획을 수립했고, 이에 따라 관련 기관은 같은 해 3월부터 2개종 확성기 총 40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후 국군재정관리단은 확성기 입찰을 공고했고, 관련 법에 따라 1단계 기술평가(100점 만점)에서 85점 이상을 획득한 업체를 선정하고, 이후 단계에서 최저가를 제공하는 업체와 계약을 맺기로 했다.

두 종류의 확성기 입찰에는 각각 A사를 포함해 총 5개사, A사 포함 3개사가 제안서를 제출했는데 A사만이 기술평가 통과기준을 충족시켰고 결국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A사는 확성기 40대를 납품하는 대가로 165억원 상당에 달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총 144억6500만원가량을 지급 받았다.

문제는 A사 대표인 B씨와 협력사 대표 등 관계자들이 해당 입찰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으며 불거졌다.

B씨는 2019년 1월 입찰 과정에서 위계공무집행방해 및 입찰방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A사의 협력사를 실제 운영했던 C씨 역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이들은 이 사건 입찰공고가 있기 전 사전 정보를 접하고 기관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청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입찰 과정에 A사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평가기준과 배점 등을 만들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사 측은 입찰 과정에 제출한 기술 능력을 보유하지도 않았고, 부품 제조사를 국산으로 속여 표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정부는 B씨 등 업체 및 군 기관 관계자들의 공동불법행위, 입찰방해 등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A사 등이 입찰을 방해해 참가 업체들이 기술평가에서 모두 탈락해 가격 경쟁이 이뤄지지 않아 계약금이 부당하게 높게 책정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정부 측은 자체 감정을 요청한 가상 경쟁가격과 실제 낙찰가의 차액에 대해 손해금을 요구했다.

정부는 또 이들이 외제 부품을 국산으로 속여 확성기를 납품해 계약조건에 미달될 뿐만 아니라, 군 관계자 등과 공모해 제품 평가도 특정 시간대에만 실시해 합격 판정을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A사 측에 13억6400여만원을, B씨 등 이 사건 공동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7억8000여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 등 피고인들이 유죄를 받은 만큼 이들이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은 인정했지만 정부 측이 제출한 가격 경쟁 참여사에 대한 추정 수치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봤다. 1단계 기술평가에서 A사를 제외하고 탈락한 업체들을 상대로 한 감정 자체를 수용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또 정부 측이 국산화 장비를 도입하지 못한 데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 역시 가정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사의 기망행위가 없었더라면 원고가 국산 부품을 납품 받았을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결국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기망행위에 따른 손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증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ummingbir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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