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확성기 비리' 업체 21억 손배소 …法 "국가, 배상 못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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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박근혜 정부 시절 대북 확성기 사업 비리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 실형이 확정된 업체 대표와 공범들에게 국가가 2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만사합의30부(부장판사 정찬우)는 국가가 전자응용기계 제조업 A사와 대표 조모씨 등 6명을 상대로 낸 21억5300여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피고들의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피해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먼저 가격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업체에 대한 산정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설령 A사가 과거 입찰 과정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기준을 설정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더라도 결국 성능평가를 통과했으며, 원고가 특정한 업체들이 A사가 통과한 기준을 달성할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A사의 입찰 방해행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확성기에 대한 기술평가가 생략되거나, 입찰에 참여한 모든 업체들이 전부 합격할 수 있는 완화된 평가 기준에 따라 심사됐을거라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이어 국가가 산정한 피해액의 감정 결과의 신뢰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위법한 입찰 담합에서 손해액을 산정하는 방식은 당해 시장의 다른 가격형성 요인은 통제하고, 불법행위로 인한 가격 상승분만 제외하는 방식으로 산정해야 한다"며 "원고는 최근 5개월 나라장터에 공고된 입찰을 표본으로 산정해 경쟁 낙찰률을 산정하는 등 그 신뢰가 떨어진다"고 했다.

끝으로 계약조건 미달과 관련한 손해배상 부분에 대해서는 "계약 조건으로 편입된 '가청거리 10㎞ 이상', '스피커는 악천후에도 사용제한이 없어야 한다' 등 문구의 계약서상 사실을 확인된다"면서도 "각 문언만으로 A사가 어떠한 기상조건에서도 가청거리를 만족하는 확성기를 납품할 의무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봤다.

이어 "앞선 형사사건의 판결 선고사례에서도 확성기에 대해 어떠한 기상조건에서도 가청거리 기준을 충족하는 성능을 갖출 것을 요구하는 건 실현 불가능한 일이다고 무죄로 확정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A사의 대표 조모씨는 지난 2016년 말 확성기 40대를 자사에 유리한 평가 기준이 반영되는 수법으로 166억 상당의 계약을 체결해 이득을 취득한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실형이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대북 확성기의 주요 부품이 국산인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거나 허위 원산지 증명서를 제출하고, 회사자금 30억원을 횡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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