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 일당 표적된 기업들 왜 몰랐나?…"실체 없었다"

김진석 기자, 정혜윤 기자 2023. 5. 13. 09: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SG증권발 셀럽 주식방 게이트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라덕연 일당의 표적이 된 기업들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다.

다우데이터와 서울가스에서 오너와 임원들이 주가폭락 직전 주식을 매도하면서 연관성 의혹이 증폭됐다.

다만 해당 기업 관계자들은 라덕연 일당의 주식 매입 자체를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G發 셀럽 주식방 게이트]-148
김익래 다우키움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회장은 다우키움그룹 회장직과 키움증권 등기이사장직에서 사퇴하고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를 매각해 현금화한 605억원은 사회에 전액 환원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2023.5.4/사진=뉴스1


SG증권발 셀럽 주식방 게이트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라덕연 일당의 표적이 된 기업들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다. 다우데이터와 서울가스에서 오너와 임원들이 주가폭락 직전 주식을 매도하면서 연관성 의혹이 증폭됐다. 다만 해당 기업 관계자들은 라덕연 일당의 주식 매입 자체를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13일 검찰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라덕연 일당은 2020년 초부터 대성홀딩스와 선광, 서울가스, 삼천리, 다우데이타, 세방, 하림지주, 다올투자증권 등 8종목의 주가를 천천히 끌어올리는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차액결제거래(CFD)와 신용융자를 동원해 투자수익을 극대화하는 수법을 썼다.

해당 기업들은 라덕연 일당의 투자 사실을 몰랐고, 주가폭락 징후도 포착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한 기업의 관계자는 "사태가 일어나기 전 갑작스러운 주주변동이나 이상징후 등이 크게 보이지 않았다"며 "주가가 이상하게 오른 것과 관련해서는 연말에 많이 내렸던 주가가 다시 반등하기 시작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신용 잔고가 늘어난 부분은 '신용까지 내면서 투자할 종목일까'라는 생각만 했다"고 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주가가 이상하게 많이 올랐다는 낌새는 있었지만 주가조작이 이뤄지고 있다는 실체에 대해선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주가폭락 직전 석연치 않은 대규모 주식 매각은 이들 기업의 연루 의혹에 불을 지폈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전 회장은 지난달 20일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를 주당 4만3245원에 처분해 605억원을 현금화했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을 향한 의구심이 증폭되자 그룹 회장과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고, 주식매각대금 전액을 사회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주가폭락 사전 인지 가능성을 주장한 라덕연 대표에 대해선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 고소를 단행했다.

서울가스에서는 오너와 임원들의 주식 매각이 동시에 이뤄졌다. 김영민 회장은 지난달 17일 서울가스 10만주를 45만6950원에 처분해 457억원을 확보했다. 김 회장의 주식 매각은 2010년 1월 이후 13년 만이다. 김진철 부사장도 지난달 10일 1029주를 장내 매도해 4억9444만원을 확보했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라덕연 투자자문업체 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라덕연 일당이 운용한 자금이 1조원 이상이어서 개별 종목에선 지분공시 의무가 있는 5% 이상 지분을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1000명이 넘는 투자자들의 주식계좌를 활용했기 때문에 주주명부상에선 특이점이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표적이 됐던 한 기업에서는 1% 이상 지분을 확보한 개인투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라 대표와 일당이 상당한 자본으로 조직적 주가조작을 자행했더라도 하나의 계좌가 아닌 여러 계좌로 분산 투자를 했다면 실체를 발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다만 기업 내에 IR 담당이 없는 등 무관심했거나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도 방관했다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와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내부자 거래 사전 공시 의무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정무위에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계류됐다. 지분율 10% 이상을 보유한 주요 주주와 임원을 대상으로 보유 주식의 1% 이상을 3개월에 걸쳐 대량 매도할 경우 최소 30일 전 증권선물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사전 신고하는 내용이다.

김진석 기자 wls7421@mt.co.kr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