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빵·패전조에서 마무리 그리고 상상 못했던 첫 FA까지, 참 악착같이 버텼네요.” [MK인터뷰]

김근한 MK스포츠 기자(forevertoss@maekyung.com) 2023. 5. 13. 0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땜빵·패전조에서 필승조, 그리고 마무리 투수에 생애 첫 FA까지. 두산 베어스로 트레이드 뒤 야구 인생 역전이 이뤄졌다. 올 시즌 풀타임 마무리 투수에 도전하는 홍건희의 얘기다.

홍건희는 올 시즌 마무리 투수로 보직을 시작해 15경기 등판 1패 7세이브 평균자책 2.30 11탈삼진 4볼넷 WHIP 1.09를 기록했다. 개막 초반 약간 흔들리는 그림이 나왔지만, 홍건희는 점차 구위를 회복하면서 5월 들어선 좋았던 시기의 구속과 구위를 거의 다 회복했다. 두산 이승엽 감독도 시즌 초반부터 “우리 팀 마무리 투수는 당연히 홍건희”라며 굳건한 믿음을 내비쳤다.

KIA 타이거즈 시절만 해도 미완의 우완 파이어볼러였던 홍건희는 두산으로 트레이드 뒤 완전히 알을 깼다. 선발 보직 도전 권유에도 불펜에서 계속 자기의 장점을 살리기로 결심한 홍건희는 이제 두산 불펜진에선 없어선 안 될 존재로 거듭났다. MK스포츠가 홍건희에게 풀타임 마무리 투수 역할로 생애 첫 FA 시즌을 치르는 속내를 직접 들어봤다.

두산 투수 홍건희가 첫 풀타임 마무리 시즌을 소화하고 있다. 사진(잠실)=김근한 기자
4월 출발은 다소 불안했는데 이제 안정기에 들어선 느낌이다. 위기를 어떻게 넘겼나.

시즌 개막 때 100% 몸 상태를 만들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했다. 몸 상태는 나름대로 올라왔는데 개막 초반에 투구 밸런스가 살짝 흔들렸다. 팔 건강에 문제가 없고 몸에도 힘은 있는데 그 힘을 잘못 쓰는 느낌이었다. 약간 당황했는데 그 위기를 잘 넘겼다. 안 좋은 상태라도 어떻게든 좋은 결과로 잘 마무리하려고 노력했다.

개막 초반엔 구속 저하도 우려됐었다.

원래 구속에 신경 쓰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런데 지난해까지 구속이 잘 나오다 보니까 개막 초반엔 주변에서 어디 아픈 거 아니냐고 자주 걱정을 해주시더라. 몸 상태보단 투구 밸런스 때문에 100% 힘을 제대로 못 쓴 거라 구속도 떨어졌던 듯싶다.

전환점이 있었던 건가.

특정 경기가 있는 것보단 등판을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나아진 느낌이다. 지난해까지 좋았던 시기와 비교하면서 달라졌던 부분을 수정하고 보완하다 보니까 감이 오기 시작하더라. 솔직히 지금도 베스트 투구 밸런스는 아닌데 그래도 4월보다는 많이 올라왔다고 본다. 앞으로 더 좋아질 일만 남았다고 긍정적으로 생각 중이다.

베테랑 양의지 포수와 첫 배터리 호흡을 맞추는 시즌인데 투수로서 어떤가.

마운드 위에 섰을 때 듬직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투수 리드나 볼 배합이 원체 좋으시니까 투수들을 잘 이끌어주신다. 나도 마음 편안하게 공을 던지고 있다. 아무래도 투수가 흔들리는 날이 분명히 있다. 본인 생각이 막힐 때도 그렇고 그럴 때 포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 때 투수가 믿고 따를 수 있는 포수가 있으면 든든하다.

양의지 선수가 어떤 말을 자주 해주나.

시즌 초반에 (양)의지 형이 좋았을 때 100%는 아니지만, 구위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말씀해주셨다. 스트라이크 존에 넣어도 상대 타자들이 쉽게 못 치니까 자신감을 갖자고 해서 개인적인 위기를 넘기는 데 큰 힘이 됐다.

풀타임 마무리는 처음인데 어떤 면이 다른가.

나름대로 풀타임 마무리 시즌을 준비한다고 했는데 개막 초반부터 잘 안 풀려서 쉽지 않을 듯싶었다. 그래도 운 좋게 결과 자체는 좋게 나오면서 안도하고 있다. 감독님과 코치님, 동료들도 마무리 투수로서 자부심을 느끼라는 말도 자주 해주니까 이제 나도 모르게 자신감이 붙고 여유가 생겼다. 그날 투구 밸런스가 안 좋아도 경기를 풀어가는 노하우도 얻은 느낌이다.

두산 팬들은 마무리 투수 홍건희와 포수 양의지의 승리 세리모니를 더 자주 보고 싶은 마음이다. 사진=천정환 기자
마무리 투수의 매력이 궁금하다.

마지막 순간 팀 승리를 지키는 위치인데 경기를 마무리하는 순간 쾌감이 확실히 있다. 때로는 부담감이 크지만, 마지막에 경기를 매듭짓고 동료들과 하이파이브 하는 느낌이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기분이다.

혹시 마무리 투수로서 따로 개인적인 세레모니를 만들 생각은 없나.

내가 세리모니를 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따로 생각은 안 한다. 세리모니는 (정)철원이가 잘하니까 철원이가 담당하면 된다(웃음).

트레이드 뒤 홍건희 선수가 맡았던 8회 셋업맨 역할을 정철원 선수가 이제 인수인계해서 맡은 모양새다. 그 역할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 텐데.

철원이는 본인이 가진 구위 자체가 원체 좋기에 몸 관리만 잘하면 꾸준히 잘 던질 수 있는 투수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처음 1군에 올라와서 많이 던진 여파가 분명히 있을 거다. 또 처음이라서 1군 풀타임 시즌을 치르는 것에 대해 모르는 부분도 많을 텐데 몸 컨디션 관리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해주고 싶다.

정철원 선수도 시즌 초반 쉽지 않은 시기를 헤쳐 나가고 있다.

불펜 투수가 한 시즌 동안 매일 잘 던질 수 없다. 역전을 내주거나 대량 실점을 하는 등판은 당연히 나온다. 아마 철원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힘든 순간도 찾아올 거다. 그래도 그 어려운 순간을 극복해야 하는 게 투수의 숙명이다. 철원이는 성격이 원체 좋아서 그런 부분을 잘 이겨낼 수 있는 스타일이다. 나는 한 번 안 좋은 생각에 빠지면 오래 빠져있는 스타일인데 철원이는 잘 넘기더라. 금방 머리를 비워내고 다음 경기에서 곧바로 잘 던질 수 있는 선수라 나도 믿고 본다.

확실히 8회 셋업맨 역할이 가장 고된 위치인 듯싶다. 애매한 상황에서도 준비해야 하고 등판도 해야 하는 역할이다.

나도 경험해봤지만, 여러 가지 상황에서 다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까 몸도 자주 푼다. 결국, 아까 말한 것처럼 그럴수록 시즌 동안 몸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풀타임 시즌을 치르다 보면 힘들고 지치는 시기가 분명히 온다. 평소에 몸 관리를 잘해야 그 위기를 잘 넘길 수 있다.

시즌 7세이브를 기록 중인데 세이브 목표치는 따로 세웠나.

개인적으로 그런 숫자 목표를 세우면 뭔가 잘 안 풀리더라. 그래서 시즌 끝까지 마무리 자리를 안 비우고 잘 지키면서 최대한 팀 승리를 잘 지키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오히려 숫자로 치면 블론 세이브 숫자를 지금부터 늘리지 않는 게 목표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홍건희는 올 시즌 종료 뒤 생애 첫 FA 자격을 취득한다. 두산에서 대체 불가 마무리 자리에 올랐기에 FA 투수 최대어 가운데 한 명이 될 전망이다. 사진=천정환 기자
팀 동료들은 일찌감치 홍건희 선수의 종신 투수조장을 소망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올해 겨울 큰 일(예비 FA)을 잘 치러야 한다.

팀 동료들이 ‘벌써 다른 팀하고 계약한 거 아니냐’라고 장난을 자주 친다(웃음). FA라고 해서 더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 괜히 의식하다간 더 말릴 수 있다. 우선 시즌을 잘 마치고 그때 상황을 봐야 한다. 올 시즌 두산 마무리 투수로서 팀 승리를 지키는 것에만 집중하겠다.

개인적으로 KIA 시절 때부터 본 기억이 있지만, 굴곡이 있었어도 생애 첫 FA 자격을 눈앞에 둔 것 선수 인생에서 남다른 감정일 듯싶다.

선수 생활 초반엔 힘든 시기를 자주 겪었다. KIA에 있을 때도 땜빵 선발이나 추격조를 주로 맡았지 않나. 나는 1군 선수로서 성공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당시 룸메이트였던 (양)현종이 형이 ‘남들이 봤을 때 멋진 자리가 아니더라도 결국 1군 마운드에서 어떻게든 버티고 오랫동안 있는 게 중요하다’라고 조언해주셨다.

결과적으로 홍건희 선수에게는 그 말이 옳았다.

그래서 자포자기하지 않고 더 악착같이 1군 마운드에서 버텼다. 2군으로 내려가서 투구 자세를 수정하고 선발 준비를 하는 것도 필요한 부분이지만, 1군 마운드 위에서 어떻게든 공을 던져서 경험을 쌓으려고 한 게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땜방 선발과 추격조로 참 악착같이 버틴 그 시간 덕분에 지금 마무리 자리에다 상상도 못했던 생애 첫 FA 시즌까지 오지 않았나 싶다.

양현종 선수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있겠다.

얼마 전에 현종이 형이 160승을 달성했을 때 축하 전화를 드렸다. 항상 응원해주시는 좋은 선배라서 계속 인사드린다. 트레이드 때도 현종이 형이 두산에 친분 있는 선수들에게 연락을 다 돌려놔서 깜짝 놀랐었다. KIA에서 막내 때도 그렇고 트레이드 됐을 때까지 잘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할 뿐이다.

FA 얘기가 앞에서 나왔지만, 기량을 만개한 두산에 좋은 조건으로 남는 게 가장 베스트 시나리오가 아닐까 싶은데.

솔직히 그런 생각을 안 했다면 거짓말이지 않을까(웃음). 아무래도 시기가 시기다 보니까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두산에 잔류하든 다른 팀으로 가든 결국 내가 올 시즌 잘해야 좋은 조건이 따라오는 거다. 미리 설레발을 치지 않고 올 시즌 일단 잘해보고 나서 보자는 생각이다. 우선 아프지 않고 마무리 투수 자리를 시즌 끝까지 지키면 내가 생각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두산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투수가 홍건희 선수 아닐까 싶은데.

그런데 다른 어린 후배들이 나보다 훨씬 더 인기가 많은 거 아닌가(웃음). 우선 두산 팬들께서 크게 응원해주시는 만큼 최대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드리고 싶다. 오랫동안 두산 팬들과 함께 있고 싶은데 올 시즌 뒤에 어떻게 될지 나도 궁금하다.

트레이드 뒤 두 차례 경험했던 가을야구 무대가 지난해 끊긴 점도 아쉬웠다. 포스트시즌 마운드에서 활약상이 나온다면 더 풍성한 겨울이 될 듯싶다.

두산에 와서 두 차례 준우승을 경험하고 지난해 처음으로 가을야구 무대에 못 갔는데 진짜 너무 아쉽더라. 나뿐만 아니라 팀 동료들도 다 분함을 느꼈다. 절치부심해서 올해는 꼭 가을야구 무대로 다시 돌아가겠다. 그리고 가을야구 마지막 무대에서 최후의 마무리 투수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두산 팬들에겐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나.

두산 팬분들을 10번 타자들이라고 하는데 잠실구장에서 응원 열기가 정말 대단하다고 항상 느낀다. 이길 때 질 때나 두산다운 경기력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그림을 팬들에게 선물해드리고 싶다. 시즌 마지막 순간까지 응원을 해주신다면 선수들이 꼭 팬들에게 보답하는 순간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항상 감사드린다(웃음).

[잠실(서울)=김근한 MK스포츠 기자]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