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재능 키우고 신분 상승도…소년학생궁전
[앵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요즘 곳곳에서 많은 행사들이 열리고 있는데요.
북한에서도 최근 눈길을 끄는 공연행사가 있었다고 하죠?
네, 이맘때면 <전국 학생소년 예술축전>이 열리는데 올해도 북한 전역에서 많은 학생들이 참가해 자신만의 솜씨를 뽐냈다고 합니다.
북한 학생들의 춤과 노래, 악기 연주는 볼 때마다 신기하다 싶고, 어디서 이렇게 재능있는 학생들을 모아서 가르칠까, 궁금하기도 한데요.
국가가 운영하는 특별한 교육 기관이 있다고 합니다.
네, 바로 학생소년궁전인데요.
특히 예체능 교육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 학생들에겐 ‘꿈의 궁전’ 인 학생소년궁전.
그곳에 들어가기 위한 조기교육 경쟁과 선발 이후 교육과정 등을 <클로즈업 북한>에서 자세히 살펴드립니다.
[리포트]
북한 조선중앙TV가 최근 전한 전국학생소년 예술축전입니다.
전통 무용부터 노래, 기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목이 무대에 올랐고, 우수한 공연을 선보인 학생의 지역은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예술적 재능을 남김없이 발휘한 평양시, 함경북도, 평안남도, 함경남도단체들에 사회주의 애국청년동맹중앙위원회 표창장이 수여됐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예술공연을 통해 학생들의 재능을 발굴하고 양성하는데요.
학생들의 기량도 대단합니다.
그리고 공연 참가자 대부분은 바로 학생소년궁전 소속입니다.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주요 참가자들이 학생소년궁전 출신들이에요. 각 지역에 있는 소년궁전 출신이 모여서 민요경연을 하기도 했고 개인 경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주요한 키워드를 살펴보면 소년궁전이 현대적인 과외 교양 기지라고 표현했고요. 이 친구들을 예술 인재 후비라고 표현합니다."]
학생소년궁전은 우리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소학교와 초급, 고급중학교 학생들이 수업 후 과외 활동을 하는 교육시설입니다.
우수한 실력과 재능을 갖춘 학생을 따로 뽑아 교육하는데요.
1961년 개성 학생소년궁전을 시작으로 주요 시, 군에 1개씩 세워졌고, 평양에선 두 곳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알려진 평양의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이 대표적입니다.
["하루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과외 수업을 받기 위해 궁전으로 오고 있습니다."]
과학과 예술, 체육 부문에서 140여 개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단연 눈에 띄는 건 음악 인재 양성인데요.
재능만 있다면 지방에서도 선발돼 평양으로 올라올 수 있습니다.
[장영애/만경대 학생소년궁전 교사 : "우리 효종이는 강원도 고성군에서 데려온 학생입니다. 전국 독창·독주 경연에서 2등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때 인물도 곱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민요적인 색채도 있고 음악적인 소질이 있는 학생이기 때문에 우리가 키워보자 하고 데려왔습니다."]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에 들어가면 예술 인재들이 주로 진학하는 최고 수준의 금성제일중학교 입학 특전까지 누릴 수 있어, 지방 학생에겐 꿈의 궁전이기도 합니다.
[황상혁/前 평양음악무용대학 피아노과 교수 : "이동의 자유가 북한에는 없다고 하잖아요. 지방에 있는 학생 부모님들은 자녀가 평양에 올라가서 (만경대 학생소년궁전 공연에) 나오면 가문의 영광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 속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거죠."]
국가 차원의 집중적인 영재 육성은 학생들의 수준도 한껏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에서 열린 학생들의 예술 무대.
어린 학생의 신들린 듯한 장구 연주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이어지는 가야금 독주에는 어깨춤이 절로 나는데요.
한 어린이는 장구 하나로 무대를 가득 채웁니다.
한편 이 학생들의 공연은 체제 선전에도 활용됩니다.
["우리나라 주재 외교단 성원들이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을 참관했습니다."]
외국 주재원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학생소년궁전 방문은 사실상 관광코스인데요.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좋은 시설에서 능력 있는 학생들이 교육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사회주의 교육이 이렇게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들을 체제 선전용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주요 국가 정치 인사들이 북한을 찾으면 특별 공연도 엽니다.
2018년, 평양정상회담 당시 김정숙 여사가 방북단과 함께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의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황상혁/前 평양음악무용대학 피아노과 교수 : "어린이들이 (높은 수준의 공연)하는 게 외국 사람들 보기엔 믿어지질 않죠. 성인들 하는 것보다 어린애들이 더 신기할 정도로 하니까 그게 엄청 홍보가 되고."]
때론 해외 공연에 직접 나섭니다.
2000년엔 평양 학생소년예술단이 서울을 방문해 6박 7일간 공연을 펼쳤는데요.
대부분 학생소년궁전 출신이었고, 총연출 역시 만경대 소년학생궁전 부총장이 맡았습니다.
더 나아가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는 영재들도 곧잘 나옵니다.
2016년 쇼팽 국제 청소년 피아노 경연에서 1등을 차지한 마신아 양.
2010년 독일 에틀링겐 국제 청소년 피아노 경연에서 특별상을 받은 박건의, 2012년 쇼팽 국제 청소년 피아노 경연에서 조 1등을 차지한 최장흥과 한시내 등이 두드러진 성과를 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이들을 유럽 국가들과의 문화 교류에 기여한 음악 신동으로 소개합니다.
일찌감치 국가가 필요에 맞춰 키우는 음악 영재들은 자라는 과정도, 장래도 다른 학생들보다 평탄하다는데요.
[황상혁/前 평양음악무용대학 피아노과 교수 : "북한에선 음악을 정치의 선동자, 나팔수라고 하니까 힘든 일에서 면제될 확률도 높고 제가 음악대학 다닐 때도 학생들은 군사복무 안 하고 농촌지원도 안 나갔어요. 기악 하는 학생들은 이 손가락들 농촌지원 하면 손이 다 망가진다고."]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북한에서 지식인층이라 불리는 엘리트들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고 특기 적성들을 길러서 평양의 학생소년궁전으로 가게 되면 예체능을 통해서 사회의 주요한 인물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릴 가능성이 생길 수 있고요."]
학생소년궁전 입성을 위한 경쟁은 매우 치열합니다.
요즘은 아이들보다 학부모들이 학생소년궁전에 더욱 목을 맬 정돕니다.
[최인옥/학부모 : "우리 평영이는 유치원 때도 노래 잘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여기 와서 보니까 교육 수준이 확실히 다릅니다. 얼마나 발전 많이 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학생소년궁전에 들어간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예술가로서의 자아를 제대로 이룰 수 없는데요.
[황상혁/前 평양음악무용대학 피아노과 교수 : "내 음악을 하고 싶다고 생각할 수가 없는 것 같은데요. 내 음악을 한다는 건 우선 생각도 안 하고 생각해도 그것은 인정받지 못할 것 같아요."]
평등 사회를 내세우는 북한 사회에서 특권화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지금 들리는 내용에 의하면 지방 같은 경우는 학교 내에서 소조 활동 자체가 잘 이뤄지지 않고 노동에 투입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러면 노동에 투입되는 친구들과 학생소년궁전에 가서 활동하는 친구들의 격차는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는 그런 일들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죠."]
한국의 아이돌 연습생이 떠오를 만큼 기량을 갈고닦는 소년궁전의 어린 학생들.
재능을 통한 신분 상승이 보장되는 만큼 꿈의 학생소년궁전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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