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지을 땅 찾기 힘든 서울...‘신통’한 방법으로 해결한다고? [부동산 이기자]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2023. 5. 13.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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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기자-3]
서울시 주택공급 정책 쉽게 보기

압구정 현대, 여의도 시범, 목동 6단지 아파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신속통합기획’으로 재건축을 추진한다는 것입니다. 줄여서 신통기획이라고도 합니다. 서울 정비사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재작년부터 이 단어를 자주 들었을 겁니다. 신통기획에 참여하는 서울 재건축·재개발 지역이 지난달 기준 무려 82곳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재건축 단지 20곳과 재개발 구역 62곳이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어요. 도대체 어떤 정책일까요?

1. 도입 배경
신통기획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1년 처음 선보인 주택 공급 정책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 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대규모 아파트를 지을 땅은 거의 없는 상황이죠. 서울 주택을 늘리는 방안은 사실상 재건축·재개발 뿐이란 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낡은 아파트를 허물고 새로 짓는 과정에서 물량을 늘리는 게 최선이란 겁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1년 9월 서울 관악구 신림1구역 ‘신속통합기획’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문제는 재건축·재개발 절차가 워낙 길고 복잡하다는 데 있습니다. 가령 재건축하면 떠오르는 대표 단지인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는 1996년부터 사업을 추진했지만 여전히 남은 절차가 많죠. 정비사업이 늦어지면 자연히 주택 공급도 미뤄집니다. 그래서 서울시가 민간 재건축·재개발이 빠르게 이뤄지도록 신통기획이란 제도를 마련한 겁니다.
2. 주요 내용
이 제도는 서울시가 민간과 함께 정비계획안 초안을 만드는 게 핵심입니다. 지난 2화에서 노후 아파트 단지가 안전진단을 통과하면 다음으로 정비계획을 짠다고 절차를 설명했습니다. 보통 주민들이 정비계획안을 마련해 관할 구청에 입안을 제안합니다.

여러 단계를 거친 후 정비계획안은 결국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 오르는데요. 이때 서울시는 ‘공공성’을 어느정도 확보했느냐를 살펴봅니다. 만약 서울시가 높이 등 각종 규제를 풀어줬다면 요구하는 게 더 많아집니다. 현행법에 규제를 완화해주면 그 대가로 기부채납 등 공공기여를 받아야 한다고 나와 있거든요.

신속통합기획 설명자료
다만 주민들이 처음 만든 정비계획안에는 이런 내용이 충분히 담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시가 개선을 요구하며 계획안을 돌려보내면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합니다. 당연히 시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서울시가 아예 초기부터 개입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서울시가 요구하는 공공성과 주민들이 중시하는 사업성이 적절히 섞인 가이드라인을 일찌감치 제시하면 신속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죠. 이 가이드라인의 이름이 바로 신통기획안입니다. ‘심사위원’격인 서울시가 마련한 신통기획안에 따라 정비계획안을 만들면 심의 통과가 금방 될 것이란 발상입니다.

추진 방식은 2가지로 나뉩니다. 서울시가 직접 기획해 가이드라인을 짜는 방식과 주민들이 이미 만든 계획안을 자문해주는 방식입니다.

3. 장점은?
장점은 서울시가 후속 재건축 절차를 고려한 지침을 준다는 것입니다. ‘공원이나 도로, 공공청사 등 기반시설의 위치와 형태를 이렇게 하는 게 좋겠어’라고 가이드라인을 세워주는 거죠. 이를 토대로 하면 주민들이 단지 설계를 더 빨리 할 수 있습니다.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 △사업시행계획인가란 후속 절차를 밟는데 속도를 내게 되는 겁니다.
서울시가 마련한 송파구 마천동 93-5 일대 신통기획안 예시도
심의 과정을 단순화 시킨 것도 장점입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전문가 30명 안팎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아무래도 심의 인원이 많으면 그만큼 시간도 더 걸리겠죠. 그래서 서울시는 5~9명으로 구성된 ‘특별분과(수권)위원회’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신통기획 대상지는 이 소규모 위원회에서 심의를 합니다.

사업시행계획인가 단계에서 통합 심의를 받을 수 있기도 합니다. 보통 이 단계에선 건축·경관·교통·재해·환경·교육 등 심의를 하나하나 넘어야 합니다. 시간이 상당히 걸리는 구간이에요. 서울시는 이에 신통기획 대상지는 건축·교통·환경 심의를 따로 따로 하지 않고 통합해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절차를 조금이라도 줄이겠단 취지입니다.

4. 단점은?
단점은 ‘서울시 입장이 너무 많이 반영됐다’는 반발이 나올 수 있는 겁니다. 공공성과 사업성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테니까요. 서울시는 신통기획안에 주민 요구를 잘 녹여냈다고 생각해도 주민 입장에선 마음에 안 들 수 있죠.

가령 서울시는 최근 압구정 2~5구역에 대한 신통기획안을 마련하고 주민 설명회를 진행했습니다. 여기서 압구정 재건축 방향을 ‘수변주거문화 선도지구’로 잡았다고 밝혔습니다.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 한강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공공기여를 받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아파트 일대 전경
구체적으로 아파트 단지 안에 공공보행통로를 만드는 방안이나 입체보행교·덮개 공원을 만드는 방안 등을 제안했어요.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아파트 한복판에 외부인이 지나다니는 통로가 생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냈습니다. 소음 피해와 청소·시설 관리비는 누가 책임지냐는 겁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강남구 대치미도아파트를 최고 50층 높이, 3800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신통기획안을 확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이 “임대주택이 약 630가구로 너무 많다”고 반발하고 나섰어요. 신통기획안이 발표된 후 약 6개월이 지났지만 계속 정비계획안을 조율하는 중입니다.

결국 주민 반발이 거셀수록 사업은 지연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과연 ‘신속’한 게 맞느냐는 목소리도 나와요.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재개발은 원래도 기부채납을 좀 많이 걷어가는 편이라 속도를 빨리 낼 수 있는 신통기획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며 “그런데 재건축은 초고층으로 해준다고 해도 기부채납 내는 걸 보면 이게 과연 혜택일까 고민하는 곳들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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