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산다] ⑩ 폐가를 지역 명소로 문화 재생…남우진·기애자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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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의 명소로 자리 잡은 '3917 마중'은 이렇게 시작됐다.
나주 원도심에서 수십 년 폐가로 방치돼 있던 가옥과 정원을 사재를 털어 리사이클링해 복합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탄생시킨 남우진(48) 대표.
부인 기 대표가 지역 특산물인 나주배를 이용해 만든 브랜드 '배시시'는 양갱, 비누, 디저트 등으로 탄생, 살림에 큰 보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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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연합뉴스) 송형일 기자 = "지인 따라 나주 곰탕 먹으러 왔다가 낡은 주택과 나무에 반해 덜컥 땅을 계약했지 뭡니까"
전남 나주의 명소로 자리 잡은 '3917 마중'은 이렇게 시작됐다.
나주 원도심에서 수십 년 폐가로 방치돼 있던 가옥과 정원을 사재를 털어 리사이클링해 복합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탄생시킨 남우진(48) 대표.
남 대표가 '3917 마중'이라고 이름을 지은 것은 일제 강점기인 1939년에 지어진 '목서원'이라는 고택(古宅) 때문이다.
한옥과 서양, 일본식 가옥이 뒤섞여 있는 독특한 구조로 당시만 해도 매우 실험적이었을 근대식 주택이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남 대표는 부인 기애자(44) 공동 대표와 함께 2017년부터 폐가와 잡목으로 뒤덮였던 1만3천여㎡의 공간을 테마별 정원과 카페, 한옥 체험, 작은 음악회를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가꿨다.
낡은 집 한 채가 전북 전주에서 기업 컨설팅을 했던 그에게 나주를 제2의 고향으로 만들어준 셈이다.
남 대표는 13일 "한옥이라는 콘텐츠가 전주를 비롯해 완주, 나아가 전북 도내 전체까지를 바꾸는 것을 보면서 이 공간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라도 천년 도읍지인 나주읍성이 가진 다양한 역사와 문화자원에다 KTX 정차역이라는 교통 편의성, 나주혁신도시와 인접한 광주의 인적자원 등을 활용하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목서원과 함께 일제 강점기인 1915년에 지어진 난파정, 시서헌 등 쓰러져 가던 건물이 한 채, 두 채 제 모습을 찾고 입소문이 나면서 마중을 찾는 방문객도 늘기 시작했다.
2019년 5만명이었던 방문객은 지난해 50만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 장소로 변신했다.
하지만 돈 들어갈 일은 늘기만 하는 데 정작 수입 구조가 시원치 않은 것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전남도 민간 정원(16호) 선정, 예쁜 정원상 수상, 영화 촬영지 및 시사회 개최 등 아름다운 경관만으로는 사람을 끌어오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관광 못지않게 먹거리를 활용한 6차 산업의 중요성을 깨달은 남씨 부부는 설립 초기부터 나주의 대표적 특산물인 배를 활용한 배청, 배양갱, 배베이커리 등 다양한 관광 먹거리 개발에 나섰다.
부인 기 대표가 지역 특산물인 나주배를 이용해 만든 브랜드 '배시시'는 양갱, 비누, 디저트 등으로 탄생, 살림에 큰 보탬이 됐다.
현재 마중은 학계, 지자체의 벤치마킹 사례로도 활용될 정도로 성공한 순수 민간 재생 사례가 됐다.
남 대표는 "지방에 내려와 사는 것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을 준비하기에 앞서 기존에 했던 것을 한다면 그 또한 지역의 소중한 일손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처음 나주에 왔을 때 외지에서 온 투기꾼이라는 오해와 설움도 많이 받았다"는 그는 "지금은 지역민도, 지자체도 '3917 마중'을 지역의 보물로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경청해주고 있다"고 소회를 전했다.
남 대표는 마중을 운영하면서 갈수록 인구가 주는 지방에서 민간 중심의 문화 관광콘텐츠 업종이 뿌리를 쉽게 내릴 수 없는 구조적 한계도 절감했다.
정부나 지자체가 지역 재생과 인구 소멸 위기에 대응해 적지 않는 돈을 투입하지만, 하향식의 구조나 하드웨어 조성에만 집중하는 것을 누누이 봐와서다.
그는 "길을 내고 건물을 짓는 것 못지않게 지역민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그것을 지원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며 "수십만명이 다녀가는 데도 변변한 공용 주차장 하나 없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nic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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