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人] ⑤지성호 의원 "미중 무역협상서 탈북민 200명 북송 막아"

최현석 2023. 5. 13. 08: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북한 꽃제비(노숙 아동) 왕초가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먼 길을 온 것이 감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지성호(41) 의원은 지난 4일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꽃제비 시절 열차 사고로 장애인이 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 2020년 5월 당시 김정은 사망설 관련, 99% 확신한다고 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다른 탈북민 출신 태영호 의원과 함께 사과한 적이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꽃제비 출신 의원…"탈북민 심리치료·육아지원 로드맵 마련해야"
지성호 의원 [촬영 최현석] 왼쪽 배경그림은 북한 꽃제비를 형상화한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최현석 기자 = "북한 꽃제비(노숙 아동) 왕초가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먼 길을 온 것이 감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지성호(41) 의원은 지난 4일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꽃제비 시절 열차 사고로 장애인이 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탈북민 구출에 힘써온 그는 미·중 무역협상을 통한 중재로 중국에 억류된 탈북민 약 200명의 북송을 막기도 했다고 밝혔다.

동국대 대학원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탈북민의 심리치료와 인권교육, 법률지원을 강화하는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에 당부했다. 그는 의원이 된 후 다른 탈북민을 위해 임대아파트 임차권을 포기하고 현재 마포에서 전세로 살고 있다.

다음은 문답.

-- 북한에서 어린 시절은 어땠나.

▲ 함경북도 회령의 제22호 정치범 수용소가 도보로 20∼30분 거리에 있는 탄광 마을 세천노동자구에 살았다. 학교에서 급식도 못 먹고 작업복을 입은 채 일했지만, 정치범보다는 나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한번은 주물공인 우리 아버지는 힘들게 생활한다고 말했다가 학교에서 혼나기도 했다.

-- 어쩌다 꽃제비 생활을 했나.

▲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당시 식량 배급이 중단돼 많이 굶어 죽었고 친할머니도 돌아가셨다. 기진한 우리 식구들은 장례 때나마 옥수수가 2㎏ 배급된다는 생각에 활기를 되찾고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맴도는 기막힌 현실이었다. 영양실조였던 나는 굶어 죽지 않으려고 화물열차의 석탄 등을 훔치기 시작했다. 훔친 물건을 팔아 옥수숫가루를 사고 온기가 남은 석탄재에 굴을 파 살았다. 이런 꽃제비가 세천동에만 120여명 있었다. 14살 때 석탄을 훔치다 화물열차에 깔려 한쪽 팔과 다리가 잘렸다.

-- 페인트 사업도 했다는데.

▲ 20살이 되면서 계속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아 비싼 페인트 대신 벽에 회칠하는 석회 관련 장사를 했다. 석회석을 구운 뒤 물에 끓여 사용한다. 얼마 전 미사일 발사를 지켜본 김정은의 옷에 묻은 흰 얼룩이 국내 언론에 화제가 됐는데, 사실은 회칠한 벽에서 묻었을 것이다.

지난 2018년 당시 백악관에서 트럼프 만난 지성호씨 [연합뉴스 자료사진]

-- 탈북 계기는 무엇인가.

▲ 장사가 잘되니 국가안전보위부(현 국가보위성) 등에서 자기들 먼저 칠해달라거나 이것 내놓으라 저것 내놓으라고 했다. 장애인 신세도 서러운데 장사해도 다 뺏기니 자유롭게 살아보자는 생각에 2006년 탈북했다.

-- 탈북 과정은 어땠나.

▲ 남동생과 두만강을 건널 때 손과 다리가 불편해 물에 빠져 죽을 뻔했다. 중국에서 라오스, 미얀마, 태국을 거쳐 한국에 오기 전까지 1만㎞를 이동했다. 열차에서 중국 공안의 단속에 걸렸을 때 지적장애까지 있는 척해서 간신히 체포를 모면했다. 라오스에서 목발이 깨져 뒤처졌을 땐 누군가의 부축으로 밀림을 빠져나오기도 했다. 남동생과 어머니도 무사히 한국에 들어왔다. 하지만 아버지는 혼자 두만강을 건너다 붙잡혀 보위부에서 고문받다 돌아가셨다.

--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 때 북한 인권 문제의 증인으로 소개됐는데.

▲ 한국서 대학 졸업 후 장애인에게 주는 안정적 일자리를 찾을 수도 있었지만, 인권단체를 만들어 탈북민 구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2011년부터 10년간 500여명을 구출했다. 2015년 노르웨이 오슬로 자유포럼 강연에서 기립 박수를 받을 때 미국에서 눈여겨봤던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 초청으로 미 국회의사당에 가서 목발을 들고 인사했다.

2018년 2월 트럼프 국정연설서 소개한 탈북민 지성호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탈북민 구출 노력의 구체적 성과는.

▲ 2018년 200여명이 북송 위기에 처한 것을 알고 미국에 석방을 요청했는데 미·중 무역협상의 한 안건으로 포함됐다. 무역협상 안건 하나를 포기하는 건 국익에 큰 부분이라 미안했다. 도리어 미 정부 고위 당국자가 "당신이 하는 사람 살리는 일은 아름답고 존경받을 만하다"고 격려해줬다. 그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모두 석방됐다. 그러나 과거 한국 정부가 일부 탈북민을 범죄자라고 북송한 이후로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탈북하더라도 남한 당국에 연락해 잡아 오겠다고 협박한다.

-- 2020년 5월 당시 김정은 사망설 관련, 99% 확신한다고 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다른 탈북민 출신 태영호 의원과 함께 사과한 적이 있다.

▲ 민감한 정보는 우리 정부 정보당국의 이야기가 맞는 것으로 결심했고 더 관심을 안 가졌다. 북한 주민의 민생·인권에 초점을 맞춰 일하고 있다. 탈북민 노동현장에서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하려고 한다.(지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이다.)

-- 북한 인권문제 해결 방안은.

▲ 국제사회와 공조해야 한다. 북한은 ICC(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될 위험 때문에 인권 문제에 민감하다. 평양 특권계층과 지방 일반 주민을 달리 봐야 한다. 지방 주민이 탈북해서 서울 오는 것보다 5중 차단막을 둔 평양행이 더 힘들다. 특권계층은 나쁘지만, 일반주민은 착한 편이다.

-- 탈북민 지원에 필요한 부분은.

▲ 탈북민 중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율이 일반인의 4배다. 탈북 과정에서 발생한 인신매매 등에 따른 심리적 트라우마를 치유해줘야 한다. 6개월에 불과한 생계급여를 1년 정도로 늘려야 한다. 무연고자로 사망한 탈북민의 유산을 지금처럼 국고에 귀속하지 말고 통일 후 북녘의 가족들에게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또 탈북 여성 중 21%가 육아 때문에 경제활동을 하지 못한다.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에 탈북민 가정을 우선 배려해야 한다.

-- 북한 젊은 층은 통일에 관심이 많나.

▲ 이곳과 달리 북한의 MZ세대는 통일을 갈망한다. 남한 드라마와 영화, 뉴스가 그런 영향을 미쳤다. 대한민국은 수많은 외국 노동력을 수입해 이민청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탈북민 정착을 잘 도와주면 노동력 확보에도 도움 되고 결과적으로 북한 주민의 마음마저 얻어 장차 통일에 대비할 수 있다.

지성호 의원 [촬영 최현석] 사진 왼쪽 투명함 속 넥타이는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풀려난 뒤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유품으로 지 의원이 웜비어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다.

harrison@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