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조회만 640만…'밀덕 성지'로 거듭난 진주박물관

박정헌 2023. 5.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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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로 오르기는 이미 늦었다. 거마작(기병대를 막기 위하여 대 따위로 만든 울타리)을 세워라. 여기서 적을 상대한다."

진주박물관은 임진왜란이라는 특정 시기를 넘어 전쟁사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전쟁 전문 박물관으로 거듭나고자 2년 전부터 '화력 조선'이라는 유튜브 콘텐츠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진주박물관은 성공적으로 유튜브를 활용한 전국 첫 사례로 꼽히며 한때 서울 중앙박물관보다 유튜브 콘텐츠 전체 조회수가 더 높았던 시절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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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영화 '사르후' 140만 조회 돌파…지역박물관 대표 성공 사례로 '우뚝'
단편 영화 '사르후' [국립진주박물관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진주=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언덕 위로 오르기는 이미 늦었다. 거마작(기병대를 막기 위하여 대 따위로 만든 울타리)을 세워라. 여기서 적을 상대한다."

동로군 좌영장 김응하의 비장한 한마디에 조선의 1만 총병은 지친 몸을 이끌고 거마작을 세우며 조총을 장전한다.

이윽고 지평선 넘어 후금의 기마대가 모습을 드러내고 곧 지축을 뒤흔드는 말발굽 소리와 함께 돌격하기 시작한다.

압도적 위용을 뽐내는 후금 기마대에 조선 병사들은 하나둘씩 쓰러지고 결국 들판의 먼지와 함께 장렬히 산화한다.

최후까지 남아 활을 쏘며 응전하던 김응하는 버드나무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는다.

언뜻 큰 예산을 들인 블록버스터 영화로 느껴질 만큼 완성도가 뛰어난 이 영상은 경남 국립진주박물관에서 제작한 단편 영화 '사르후'의 한 대목이다.

임진왜란 전문인 진주박물관이 SNS 시대에 발맞춰 유튜브를 통해 선보인 자체 제작 콘텐츠가 열광적인 반응을 얻으며 '밀덕'(밀리터리 덕후·각종 무기와 전쟁 역사 등 군사 분야에 관해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의 성지가 되고 있다.

사람들의 외면과 무관심에 한때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낭비 아니냐는 비판까지 들었던 지역 박물관의 안착을 위한 성공 사례라는 평가도 받는다.

진주박물관은 임진왜란이라는 특정 시기를 넘어 전쟁사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전쟁 전문 박물관으로 거듭나고자 2년 전부터 '화력 조선'이라는 유튜브 콘텐츠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전문 분야를 활용해 조선의 뛰어난 화약 무기를 대중들에게 선보이자는 취지였다.

진주박물관 내에서 상영 중인 유튜브 콘텐츠 [촬영 박정헌]

박물관과 흔히 연관 짓기 쉬운 딱딱하고 고리타분한 내용 대신 화려하고 다채로운 시각 효과를 곁들여 조선의 화약 무기를 하나씩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 연장선상에서 진주박물관은 1619년 조선·명나라 연합군과 후금이 맞붙은 '사르후 전투'를 단편 영화 형식으로 제작했다.

이후 유튜브에 올라오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현재까지 누적 조회수만 140만회를 돌파했다.

약 1천600만원이라는 저예산으로 제작된 이 영상은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섬세한 연출, 조총 발사순서와 발사음까지 그대로 재현한 엄격한 고증으로 단숨에 진주박물관을 대표하는 유튜브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이밖에 조선 최초의 대규모 화력전을 다룬 '1467년 만령전투'나 대규모 왜구 침입을 다룬 '1555년 을묘왜변' 등 다른 영상도 수십만 조회를 상회하는 인기를 끌며 진주 박물관이 제작한 전체 콘텐츠의 누적 조회수만 640만회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에도 진주박물관에서 진행한 '병자호란 특별전'과 연계해 소설 '남한산성'의 작가 김훈 인터뷰나 척화파와 주화파의 설전을 다룬 영상 등으로 계속 좋은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유튜브 콘텐츠를 보고 박물관을 찾는 발길도 늘어 재작년 10만명이었던 입장객 수는 올해 벌써 9만명을 돌파했다.

무엇보다 진주박물관은 성공적으로 유튜브를 활용한 전국 첫 사례로 꼽히며 한때 서울 중앙박물관보다 유튜브 콘텐츠 전체 조회수가 더 높았던 시절도 있었다.

진주박물관 전경 [촬영 박정헌]

보통 관공서에서 제작한 영상 콘텐츠는 조회수 500회를 넘기기도 쉽지 않은 현실에서 진주박물관이 성공적 선례를 남기자 전쟁기념관 등 다른 곳에서도 유사한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진주박물관 장상훈 관장은 "동아시아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발버둥 치는 현실은 바로 오늘의 이야기"라며 "냉혹한 국제질서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화두는 여전히 유효하며 우리가 영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살아가는 현실과 이어지지 않으면 박물관은 나와 상관없는 유물만 전시하는 고리타분한 공간이 된다"며 "영상을 접하고 박물관을 찾는 방문객이 늘어나는 선순환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home12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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