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고민에 빠뜨린 역대급 ‘그 선택’… 결국 AG 후보 좌완 손에 넣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19년 봄 SK(현 SSG, 이하 SSG 통일) 프런트, 그중에서도 스카우트 팀은 쉽게 답이 안 나오는 큰 고민에 빠져야 했다. 팀의 미래를 좌우할 1차 지명 후보가 두 명 있었는데 누구를 뽑을지 좀처럼 결정을 못 내렸다. 스카우트들은 지명 대상자가 있는 야탑고등학교에 상주하다시피 했다.
후술할 결과를 떠나, 이 고민의 배경은 역설적으로 안인산(22‧NC)이라는 재능이 너무 거대했기 때문이었다. 고교 1학년부터 투‧타 모두에서 큰 재능을 드러낸 특급 유망주였다. 고교 2학년 때는 1년 선배들과 더불어 당당히 청소년 대표팀에도 뽑혔다. 당시 SSG 팬들부터 “이미 우리 팀 선수”라고 말할 정도였다.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안인산의 1차 지명을 의심하는 자가 없었다.
당시 안인산의 인상은 시간이 꽤 흐른 지금도 SSG 스카우트 팀 곳곳에 남아있다. 관계자들은 “투수든 야수든 무엇을 해도 성공할 수 있는 재목이었다. 야구에 대한 태도도 워낙 좋았다”고 기억한다. 실제 1군 데뷔 당시 최고 시속 150㎞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며 NC 팬들의 기대감을 부풀렸다. 지금은 부상 및 군 복무로 아직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지만, 아프지만 않다면 추후 큰 성공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로 이견이 없다.
당시 야탑고 감독이었던 김성용 SSG 단장 또한 “당시 스카우트들이 두 달 동안 매일 우리 학교를 찾았던 것이 기억난다. 안인산이 2학년 때 워낙 좋았다. 최고 구속이 시속 152㎞까지 나왔을 정도였다”면서 “부상도 3학년 올라가면서 너무 준비를 열심히 하고 많이 던져 생긴 것이었다. 타고 난 힘도 있었고, 구속도 좋았고, 생각도 깊었고 또 머리도 좋았다”고 떠올린다.
그러나 SSG는 안인산의 어깨 상태를 고민했고, 결국 2학년 때부터 급성장한 좌완 오원석(22)을 1차 지명자로 선택했다. 최종 결정을 내린 뒤, 손차훈 당시 단장은 “오원석을 선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게 아니다. 안인산을 포기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끝까지 안인산이 눈에 밟혔다. 팬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거셌다. 안인산을 뽑지 않은 것에 대한 비난 여론도 있었다. 고교 시절 보여준 건 확실히 안인산이 강렬했다.
하지만 안인산의 추후 성공 여부와 별개로, SSG는 당시 1차 지명으로 팀 선발진을 이끌 자원을 건졌음을 증명해 나가고 있다. 오원석은 매년 발전하는, 리그에서 보기 드문 젊은 투수다. 어린 투수들은 잠깐 반짝했다가 긴 슬럼프를 겪고, 이를 극복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그게 다 육성의 과정이다. 그런데 오원석은 그 과정들을 묵묵히 이겨내며 계속해서 오름세의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이런 좌완은 흔하지 않다.
이닝 소화 추이만 봐도 이런 그래프가 단적으로 보인다. 2020년 8경기에서 9⅔이닝을 던진 오원석은 2021년 부임한 김원형 SSG 감독의 눈에 딱 걸렸다. 김 감독은 오원석이 향후 팀 마운드를 이끌어나갈 적임자 중 하나로 판단하고 꾸준하게 기회를 줬다. 맞아도, 볼넷을 줘도 입술을 딱 깨물고 지켜봤다. 그 결과 2021년 33경기에서 110이닝을 소화하며 점차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기복도 줄였고,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31경기에서 144이닝을 던졌다. 4점대 평균자책점(4.50)이었지만 첫 규정이닝 소화라는 의미가 있었다. 올해는 더 치고 나간다. 시즌 7경기에서 40이닝을 던지며 3승1패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 중이다. 안정감과 투구의 질이 더 좋아졌다. 시즌 전 캠프 당시 “오원석이 매년 성장하는 게 보인다”고 했던 김 감독의 말과 눈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데뷔 당시 약점이었던 구속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시속 140㎞대 중‧후빈의 공을 던질 수 있다. 그러면서 경기 운영은 더 노련해지고 있고, 이닝 소화에 있어서는 선배들 부럽지 않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7경기 중 5이닝을 못 던진 경기는 딱 한 번인 반면 6이닝 이상을 던진 경기가 네 번이다. 본의 아니게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 SSG 선발 로테이션 자리도 사수했다.
지금 페이스라면 올해 열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 아시안게임은 지명도가 아닌, 오직 실력과 실적으로 뽑아야 한다. 그렇다면 오원석은 뒤질 게 없다. 게다가 오원석은 선발과 불펜 모두 경험이 있다.
여러 경쟁자들이 있어 확답은 이르지만, 현재 아시안게임 좌완 선발 자원 중 에이스감인 구창모(26‧NC)와 더불어 가장 돋보이는 선수가 오원석이다. 이번 대표팀과 연관이 없는 안우진(키움)을 제외하면, 오원석은 만 24세 이하 리그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40이닝)을 소화했으며 가장 좋은 수비무관 평균자책점(FIP‧3.06)을 소화 중이다. 경쟁자들을 압도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뒤지지는 않는다.
김 단장은 “오원석이 고교 당시 파워와 구속이 다소 떨어지는 점은 있었지만, 메커니즘 측면에서는 아주 좋았다”면서 앞으로 더 체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수라고 강조했다. 그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항저우 마운드에 서 있는 오원석의 모습을 그리는 것은 결코 과장된 상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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