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재구성]"3500만원이 146억원으로…마법같은 조폭의 투자법"

김정현 기자 2023. 5.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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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논현동에서 작은 IT업체 대표를 맡고 있던 A씨(37)는 지난 2021년부터 '지옥'을 경험했다.

수도권 소재 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김씨는 A씨가 가상자산(코인) 투자로 큰 돈을 번 사실을 알게 되자 투자금 3500만원을 건네고 불려달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해당 법인에 과거 구치소 시절 알던 사람들을 이사, 수행비서, 홍보직원 등의 명목으로 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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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으로 매주 30% 벌어와" 감금·폭행…피해자, 빚내서 지급하기도
가족·지인까지 협박·폭행 "헤드기어 씌우고 수십대 때려"
피해자 A씨의 지인들이 가해자들의 사무실에 끌려와 야구방망이와 흉기 등으로 폭행당하는 모습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가족들에게까지 입에 담을 수 없는 정도의 폭행과 생명에 대한 협박까지…지인들도 저 대신 끌려가 죽도록 맞았습니다"

서울 논현동에서 작은 IT업체 대표를 맡고 있던 A씨(37)는 지난 2021년부터 '지옥'을 경험했다. 코로나19 시기 마스크 사업을 계기로 알게된 김모씨(36) 때문이다.

사건의 주범 A씨가 피해자에게 갈취한 수익으로 5만원짜리 하트를 만들고 피해 수익을 나눈 모습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제공) ⓒ뉴스1

◇피해자 직접 갈취 당한 48억6000만원 포함 총 146억원 가져가

수도권 소재 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김씨는 A씨가 가상자산(코인) 투자로 큰 돈을 번 사실을 알게 되자 투자금 3500만원을 건네고 불려달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A씨가 단기간에 실제로 약 20%의 수익을 올리자 돌변했다. 김씨는 A씨에게 "30% 상당의 수익을 수주 간격으로 입금하라"는 요구와 함께 폭행과 협박을 시작했다.

결국 A씨는 어머니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회사 직원들에게까지 돈을 빌려 김씨에게 돈을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20억원 상당의 허위 차용증을 강요당하기도 했다.

A씨에게 건넨 김씨가 갈취해 간 돈은 A씨가 직접적으로 뜯긴 피해액 48억6000만원을 포함해 약 146억원에 달했다. 초기 투자금으로 건넨 3500만원의 417배에 달하는 돈이다.

김씨는 자금 추적에 대비해 법인계좌로 받은 투자금을 다시 개인 계좌로 이체하고 현금으로 인출해오게 시켰다. 지폐 계수기로 갈취한 금액을 세는 모습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제공) ⓒ뉴스1

◇피해자 회사 옆에 페이퍼컴퍼니 차려 감시…범죄 수익금은 현금으로

이 과정에서 김씨는 A씨를 감시하기 위해 경영 컨설팅 등을 명목으로 A씨의 회사가 있는 건물에 '페이퍼컴퍼니'까지 차렸다.

김씨는 해당 법인에 과거 구치소 시절 알던 사람들을 이사, 수행비서, 홍보직원 등의 명목으로 고용했다. 김씨의 직원들은 A씨로부터 갈취한 돈을 매달 수백만원씩 월급으로 받았다.

이들은 A씨가 피해 사실을 외부로 발설하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A씨와 직원들을 감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

김씨는 자금 추적에 대비해 법인계좌로 받은 투자 수익금 명목의 돈을 다시 개인 계좌로 이체하고 현금으로 인출해오게 했다. A씨 회사의 직원 중에는 김씨의 지시로 현금을 인출하다 보이스피싱범으로 오인돼 현행범으로 체포당했다 풀려난 일도 있었다.

김씨가 차린 페이퍼컴퍼니 조직도(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제공) ⓒ 뉴스1

◇"길게는 하루종일도 맞아"…피해자 도망치자 지인 납치·폭행까지

김씨는 A씨를 특정 호텔에서 감금하고 도망가지 못하도록 24시간 동안 감시하면서 온갖 폭력도 가했다.

일례로 김씨는 수익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A씨의 얼굴에 헤드기어를 씌우고 입에 수건을 물린 다음 주먹과 발로 수십 차례에 걸쳐 때렸다.

A씨는 "한 번 때리기 시작하면 짧게는 수십 분, 길게는 하루종일 폭행이 이어졌다"고 증언했다.

견디다 못한 A씨가 2021년 12월24일 도주해 연락을 끊자 김씨는 A씨의 지인 2명을 납치해 'A씨의 위치를 불라'며 감금했다. 13시간 동안 감금당한 상태에서 야구방망이와 흉기로 폭행당한 지인들의 엉덩이와 허벅지에는 커다란 피멍이 들고 손가락에는 흉기에 찔린 상처가 남았다.

그러나 김씨 일당은 자신들의 범죄를 숨기기 위해 이들에게 합의서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한 것은 물론, 직원들을 시켜 폐쇄회로(CC)TV 셋톱박스까지 버리도록 지시해 증거 인멸까지 시도했다.

이 뿐만 아니라 김씨는 A씨를 찾아내기 위해 A씨 휴대전화를 위치추적하는 한편 조직폭력배들에게 착수금 수백만원씩 건네 충북 청주 시내 PC방과 숙박업소까지 뒤지는 치밀한 모습도 보였다.

김씨 일당에게 납치·폭행당해 피멍이 든 피해자 A씨 지인의 얼굴과 엉덩이.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제공) ⓒ뉴스1

◇피해자 "김씨 측 유언비어 퍼트리기도…범죄 수익금으로 비싼 로펌도 고용"

피해자 A씨는 "김씨는 자신이 법대 출신이라 법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했고 법조인, 경찰 고위직과 연이 있다고 강조해 경찰에 신고를 못했다"며 "자기는 절대 잡히지 않는다며 신고할테면 신고하라고 협박했다"며 눈물을 보였다.

또 "범죄수익금으로 김씨 일당은 비싼 로펌까지 고용한 상태"라며 "김씨가 제 지인들에게 'A가 150억원을 들고 도망쳤다'는 유언비어를 퍼트려 실제로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재판 결과가 나와야 떳떳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도 말했다.

한편 경찰은 김씨를 포함한 일당 16명을 상습 공갈, 특수중감금,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검거하고 주범 김씨와 조선족 출신 전직 조폭 B씨를 포함한 8명을 구속 송치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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