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체크]尹, 1년 공약이행률…"좋아 빠르게 가" 이행・파기 모두 높아
이행률 14.7%, 파기 11%…이행・파기 모두 높아
기업,규제 공약 이행률↑, 안전, 환경 공약 파기율 ↑
문재인 정권 2년과 비슷한 수준
"좋아 빠르게 가" 스타일 그대로 반영…결단? 일방통행?
■ 진행 : 조태임 앵커
■ 대담 : 선정수 (뉴스톱 기자)
◆ 선정수 > 지난 10일이 윤석열정부 출범 1주년이었는데요. 뉴스톱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윤석열미터>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윤석열미터도 정부출범 1주년을 맞아 공약 이행 평가를 해봤습니다.
◇ 조태임 > 윤석열미터 생소하실 분도 많이 계실 텐데요.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 선정수 > 미국에는 바이든프라미스트래커라는 공약 이행 평가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이전에는 트럼프오미터, 오바미터 이런 것들이 있었구요, 캐나다에는 트뤼도미터 이런 공약 이행 점검 사이트가 있죠. 한국에는 윤석열미터가 있습니다.
뉴스톱이 한국언론학회와 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아 만들었는데요. 윤석열 대선후보 공약 중 136개를 뽑아서 객관적 근거를 활용해 공약 이행 정도를 평가합니다. 평가는 완료-진행중-변경-파기 이렇게 4가지 지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 조태임 > 공약이 136개인가요?
◆ 선정수 > 20대 대선 당시 국민의힘과 윤석열후보는 굉장히 다양한 경로로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국민의힘에서 만든 공식 선거공약집이 있고요, 짧은 동영상을 이용한 숏츠 공약도 있었습니다.
페이스북 한 줄 공약, 석열씨의 심쿵약속 뭐 이런 것들도 있었구요. 이렇게 내건 공약이 940개 정도 됩니다. 그런데 공약이 선언적인 내용 또는 객관적인 지표로 평가할 수 없는 내용들이 많아서 일단 객관적으로 평가 가능한 공약만 추렸구요. 화제성, 중대성 등을 기준으로 136개를 추렸습니다.
◇ 조태임 > 전체적인 성적은 어떻습니까?
◆ 선정수 > 출범 1주년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14.7% 이행됐고요. 파기는 11%, 공약변경 6.6%, 진행중 67.6%로 나타났습니다.
◇ 조태임 > 문재인 정부 때도 문재인미터 하셨잖아요. 그때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 선정수 > '좋아 빠르게 가' 기억나시나요?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원희룡 현 국토부 장관이 꽁트 형식으로 문제를 짚고 공약을 제시하면 윤 후보가 '좋아 빠르게 가' 이렇게 외치는 콘셉트였는데요. 공약이행도 딱 그렇습니다.
문재인정부는 문재인미터 2주년 평가를 기준으로 이행률 13%를 기록했고요. 파기는 1.8% 였구요. 윤석열정부는 1주년에 이행 14.7%, 파기 11%니까 굉장히 빠른 거죠. 되든 안 되는 속도를 내고 있다. 이렇게 보입니다.
◇ 조태임 > 문재인 정권 2년차, 윤석열 정부 1년 차면 기간도 다른데… 이행률과 파기율 모두 윤 정부가 높네요. 그만큼 속도를 보여준 것 같기도 한데, 완료-파기-변경-진행중 이런 판정은 어떻게 내리는지 궁금한데요.
◆ 선정수 > 객관적인 근거 자료를 통해서 공약 취지가 완전히 달성됐다고 평가되면 완료이고요. 국정과제에도 포함되지 않고 정부 여당 대통령실 아무데서도 관리를 안하고 정책이 추진되는 흔적이 없으면 파기입니다. 공약 취지는 살아있지만 세부 내용이 바뀌었으면 변경으로 평가합니다. 공약 이행을 위해 추진되는 정책이 있으면 진행중이고요.
◇ 조태임 > 그렇군요. 그럼 먼저 완료된 공약들 좀 살펴볼까요? 주요 공약들이 뭐 있을까요?
◆ 선정수 > 자본시장, 부동산, 기업정책과 관련된 것들이 많습니다. ▲분할 자회사 상장 엄격 제한 ▲물적 분할 시 기존 주주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주식 공매도 감시 전담 조직 설치 및 불법 공매도 엄정 처벌 ▲부동산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 ▲30년 이상 노후 공동주택 정밀안전진단 면제 ▲비거주 외국인 주택 거래 허가제를 도입 ▲반도체 관련 대학 정원 확대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 ▲탈원전 정책 폐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방안 전면 수정 이런 것들입니다.
◇ 조태임 > 시장 친화적, 규제 완화 이런 부분 공약에 속도를 냈다 볼 수 있겠네요. 다른 완료 공약은 뭐가 있나요?
◆ 선정수 > ▲국방백서 북한 '주적' 명기 ▲북한인권 관련 국내외 연대활동 추진 은 남북관계 강경 기조를 잘 드러내고 있구요. 생활밀착형 공약으로는 ▲'만 나이'로 법적·사회적 기준 통일 ▲성범죄 양형기준 및 양형 인자 강화 ▲안전속도 5030 개선 ▲재난적 의료비 지원 모든 질환으로 확대 이런걸 꼽을 수 있겠습니다.
◇ 조태임 > 그럼 파기된 공약도 한 번 살펴보죠.
◆ 선정수 > ▲50조원 이상 온전한 (코로나19) 손실 보상 ▲대통령 직속 코로나 긴급구조 특별본부 설치 등 코로나 관련 공약이 파기됐고요. 복지공약 중에선 ▲근로 능력 없는 가구원 1인당 생계급여 월 10만원 추가지급 공약이 파기됐습니다.
▲5년간 전기차 충전요금 동결 ▲임대료 나눔제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대입 정시 모집인원 비율 확대 ▲대통령직속 공적연금개혁위원회 설치 ▲초등학생 아침밥, 방학 점심밥 급식으로 해결 등도 관심을 많이 받았던 공약인데 파기로 평가됐습니다.
◇ 조태임 > 코로나 손실보상은 대선 국면에서 굉장한 이슈였어요. 그런데 파기됐군요.
◆ 선정수 > 지난해 5월 12일 윤석열 정부는 59.4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는데요. 당초 약속과는 달리 코로나 손실보상금은 공약의 절반도 안 되는 24.5조원만 반영됐습니다.
◇ 조태임 > 그러면, 완료 공약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뭔가요?
◆ 선정수 > 재난적 의료비 지원 모든 질환으로 확대 입니다. 4인 기준 가구 소득이 540만원 이하이고, 재산이 과세표준 기준으로 7억원 이하인 가구가 연소득의 10%를 초과하는 의료비를 부담하게 될 때 소득에 따라 의료비 본인부담금의 50~80%를 연 최대 3000만원 이내에서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기존에는 외래의 경우 6대 중증질환에만 해당됐는데요. 이게 모든 질환으로 확대된 겁니다.
◇ 조태임 > 파기 공약은요?
◆ 선정수 >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굉장히 화가 나고 안타까운 일인데요. 그 중에서도 저는 '초등학생 아침밥 방학 점심밥 급식으로 해결' 공약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줬다 빼앗는 거잖아요. 특히 먹을 거요. 아이들한테 선거권이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이 공약이 파기됐겠습니까? 이런 공약 파기됐다는 건 이 정부가 유권자와 어린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조태임 > 파기된 공약에 대해서 윤석열 정부는 어떤 입장인가요?
◆ 선정수 > 일언반구 사과가 없죠. 정부가 출범하면 국정과제를 추립니다. 대선공약들이 걸러져서 국정과제가 되는데요. 국정과제로 채택이 돼야 공무원들이 움직입니다. 대선공약 중에서 추진하기 어려운 것들,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것들은 국정과제로 채택되지 않습니다. 대부분 폐기되는 건데요. 이 과정에서 양해를 구하거나 사과를 하는 일이 없습니다.
◇ 조태임 > 인수위에서 국정과제를 추리는 과정에서 인수위원장이었던 안철수 의원에게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었어요.
◆ 선정수 > 안철수 의원은 2022년 4월28일 '과학적 추계 기반의 온전한 손실보상을 위한 코로나19 비상 대응 100일 로드맵'을 발표했는데요. 당초 약속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사업장 1곳당 600만원 일괄 지급 공약이 달성될 수 없음을 알리는 자리였습니다.
안 의원은 이전 정부가 손실 규모를 제대로 추산하지 않아 여러 부작용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어느 정도 형편이 괜찮으신 분은 돈을 받으면 소고기 사서 드시고 형편이 어려운 분은 그 돈 받아서는 가게를 운영할 수도 없고 월세도 낼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이렇게 말해서 공분을 샀습니다.
2022년 5월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열린 인수위 해단식에서는 "국정과제(선정)는 공약이 실현가능하고 지속가능해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과정에서 공약과 조금 틀린 안이 나올 수 있다"며 "그 욕을 인수위가 먹어야 당선인이 마음 편하게 국정운영을 하실 수 있다는 게 원칙이었다. 그래서 요즘 언론을 보면 욕하는 기사가 가끔 나오는데 제가 기분이 참 좋다"고 말했습니다.
◇ 조태임 > 당과 후보가 이렇게 약속을 했지만 '이런 이런 이유 때문에 지키지 못하게 됐다' 이렇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사과하고 넘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 선정수 > 그렇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면 미안하다고 하는 게 상식이겠죠. 그런데 더 근본적으로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함부로 남발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관련된 공약이 얼마나 지켜지는지 눈을 뜨고 감시하고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겠죠.
◇ 조태임 > 공약 하면 매번 하는 말이 '빌공(空) 의 공약'이다. 공약은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라는 씁쓸할 얘기들이 있는데…공약의 의미는 공적인 약속이거든요. 지켜야죠. 임기가 끝날즈음 이행률이 얼마나 될지…잘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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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조태임 기자 jogiz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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