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련 변호사 “권력자 박원순,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 말한 이유는…”

김재련 변호사, 당시 재판부 판결 내용 일부 공개하며 故 박원순 전 시장 옹호 세력 비판
“변호사 자격증, 수많은 지지자들 두고 있는 권력자 박원순이 ‘문제 삼으면 문제될 소지가 있는 문자’라고 말한 이유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무책임한 죽음까지 책임져야 하나…가해자가 스스로 포기한 방어권”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왼쪽)과 김재련 변호사. <디지털타임스 DB, 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다큐멘터리 영화 '첫 변론' 포스터. <디지털타임스 DB,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 제공>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옹호하는 취지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오는 7월 개봉될 예정인 가운데, 정치권에서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피해 여비서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고 수많은 지지자들을 두고 있는 권력자 박원순이 '문제 삼으면 문제될 소지가 있는 문자다'라고 말한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라면서 "피해자가 가해자의 무책임한 죽음에 대해서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가해자가 스스로 포기한 방어권"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21년 1월 14일 서울 중앙지방법원 제31 형사부 판결 내용 중 일부를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 변호사가 공개한 판결 내용에 따르면,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는 2020. 5. 1.경부터 ◇◇◇ 정신과 병원에 내원해 정신과 상담과 약물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2020. 11월경까지도 계속 치료를 받고 있다"며 "피해자는 ◇◇◇ 정신과 병원에서 상담 및 치료를 받으면서 이 사건 범행 이전에 발생한 피해자의 직상 상사인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으로부터의 성추행 피해에 대해 말한 사실이 있고 이에 의하면 피해자는 고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으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이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 법원의 □□□ 병원 의사에 대한 문서제출명령회신결과에 의하면 2020. 5. 15.경부터 (피해자가)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진술하기 시작했는데 그 주요내용은 '고 박원순 시장 밑에서 근무한지 1년 반 이후부터 야한 문자, 속옷차림 사진 등을 보냈고', '냄새가 맡고 싶다', '오늘 몸매가 멋있다', '사진을 보내 달라' 등의 문자를 받았다"면서 "00년 00월경 다른 부서로 이동하였는데 2020. 2월경 'sex를 알려주겠다'고 했고, 다음날 남성과 여성의 성관계를 줄줄이 얘기했다. 'sex를 알려주겠다, 만나자, 오겠다, 이제는 같은 부서가 아니니 들키지 않고 몰래 더 편하게 만날 수 있잖아'라고 했다"고 말했다.

수사 결과 확인된 사실관계에 대해선 "특보 갑이 2020. 7. 8. 23:00경 공관에서 기획비서관 등과 함께 박원순 시장을 만나 '국회의원 ○○○으로부터 시장님 관련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는 소문이 돈다는 전화를 받고 시민단체 △△에게 전화했는데 받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하자 박원순 시장이 '피해자와 4월사건(별건 성폭력 사건) 이전에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박원순 시장은 2020. 7. 9. 10:44경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메모를 남긴 채 공관을 나왔고, 같은 날 13:24경 특보 갑에게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텔레그램을 보냈다"고 밝혔다.김 변호사는 "'문제 삼으면 문제될 소지가 있다',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등 망인의 생각이 담긴 이 문장들이 많은 해석을 요구하는 난해한 문장들인가"라며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인정하는 객관적 자료들이 명백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 사실을 부인하는 행위가 지속된다면 징벌에 가까운 배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또 다른 게시물에서 김 변호사는 "가해자의 죽음을 가장 원통해 하는 사람은 당신들이 아니라 피해자"라면서 "피해자는 변호사 김재련을 만나기 하루 전날인 2020. 5. 11. 서울시청 과장인 모 상사와 (박원순 전 시장 가해 사실을 알리는) 카톡을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살아있는 권력, 대권을 꿈꾸는 3선 시장이 재임하는 기간 중에 서울시청의 과장에게 시장으로부터 입은 성폭력의 구체적 내용을 문자로 알리며 고통을 호소한 것"이라며 "피해자가 박원순 시장의 성폭력에 대해 고소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