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3인방 구속…'무더기 하한가' 원인 밝혀질까
'투자자·대주주 불법행위 알고 있었나' 쟁점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검찰이 투자컨설팅업체 H사 라덕연(42) 대표와 최측근 변모(40)·안모(33)씨 등 3명을 잇달아 구속하면서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를 불러온 주가조작 의혹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주가를 부양해온 여러 종목이 지난달 말 갑작스레 폭락한 배경에 대주주나 또 다른 세력의 인위적 개입이 있었는지도 규명할 방침이다.
라덕연 등 핵심 3인방 구속 수감
서울남부지법 유환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자본시장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받는 라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하고 "도주 우려와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변씨와 안씨도 이튿날 같은 사유로 나란히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투자자들에게서 휴대전화와 증권계좌를 넘겨받은 뒤 매수·매도가를 미리 정해놓고 주식을 사고파는 통정매매 수법으로 삼천리·다우데이타 등 여러 종목의 주가를 띄운 혐의를 받는다.
변씨는 H사를 총괄 관리하며 의사 등 고액 투자자 모집을 주도한 인물이다. 주가조작 세력이 수수료 창구로 활용했다는 케이블 채널 운영업체 C사에서 사내이사도 맡고 있다.
전직 프로골퍼 안씨는 역시 수수료 창구인 서울 강남구 S 실내 골프장과 C사, A 승마 리조트 대표이사다. 그는 골프 교습을 받는 고객을 중심으로 고액 투자자를 모집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서울남부지검과 금융당국이 합동수사팀을 꾸린 지 2주 만에 주가조작 세력의 핵심 인물들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추가 공범과 폭락 사태의 원인 수사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30억 부은 임창정 '작전' 가담했나
검찰은 이들을 도와 투자자를 함께 끌어모으고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심을 받는 주변 인물들도 차례로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국회 공직자윤리위원으로 재직한 청와대 행정관 출신 장모(61)씨는 주가조작 세력 내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한 인물로 꼽힌다. 그는 세력이 인수한 인터넷 언론사 N사에 감사로도 이름을 올렸다.
H사 감사로 등재된 조모(42)씨는 투자자를 접대하고 투자금을 모으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들로부터 수수료로 받을 돈을 자신이 대표로 있는 인터넷 언론 K사 광고비로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고소득 의사들을 라 대표에게 투자자로 소개·연결해줬다는 주모 씨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검찰은 라 대표 구속 이튿날인 지난 12일 주씨가 원장으로 있는 서울 노원구 재활의학과 병원을 압수수색했다.
수사팀은 주가조작 세력에 거액을 맡긴 의사들 일부를 이미 조사했다. 이들은 일단 참고인 신분이지만 통정거래 등 불법 행위를 사전에 안 것으로 드러나면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재작년 9월 라 대표 일당이 주최한 투자 설명회에는 주로 의사들이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서 투자의 불법성을 인식한 듯한 질문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H사 사내이사로 주식 매매 내역을 보고받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장모(36)씨, 주가조작 세력의 수익금 정산 등 자금 관리를 맡은 것으로 알려진 김모 씨도 투자자들 고소·고발에 따라 검찰 조사를 받을 전망이다.
김문순(79)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 이사장도 주가조작 세력의 수수료 창구로 알려진 실내 골프장에 억대 수수료를 내는가 하면 세력이 투자한 언론사 N사에서 수백만원의 고문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H사에 30억원가량을 맡겼다는 가수 임창정(50)씨도 주가조작 세력의 파티에 참석하는 등 긴말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져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량 매도→주가 폭락' 인위적 개입 있었나
수사팀은 나아가 삼천리·다우데이타·서울가스 등 9개 종목 매물이 지난달 24일부터 대량으로 쏟아져나온 배경도 살펴볼 방침이다.
당시 하한가 랠리는 금융당국 조사를 눈치챈 세력이 급하게 매물을 던지면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거론됐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주가 상승 뒤 폭락이 시장 원리에 따라 발생한 것인지, 누군가 장난을 쳐서 떨어졌거나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한 개입이 있었는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대량 매도로 폭락을 의도했거나 물량이 쏟아질 징후를 파악하고 매도 버튼을 눌러 이득을 본 시장 참가자가 있었는지도 수사대상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폭락 직전 지분을 현금화한 대주주들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폭락 2거래일 전인 지난달 20일 시간외매매로 다우데이타 140만주(3.65%)를 4만3천245원에 처분해 605억원을 확보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익래 회장은 지난 4일 그룹 회장직을 사퇴하고 지분 매각 대금은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영민 서울가스 회장도 지난달 17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주당 45만5천950원에 10만주를 팔았다고 공시했다. 총 매도금액은 약 457억원에 달한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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