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이 갑질" "여경만 병가"…남녀갈등 터진 혼성기동대 '삐걱'
서울경찰청이 기동대의 운영 효율을 높이겠다며 올해 시범 도입한 '혼성기동대'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남녀 경찰관들 간 갈등이 불거지며 일부 여성 경찰관(여경)이 다른 기동대로 소속을 옮기면서다. 혼성기동대 존치 여부를 놓고 경찰 안팎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의 혼성기동대인 61기동대 소속 여경 6명 중 4명이 전출을 요청해 다른 기동단으로 소속을 옮겼다. 지난 2월부터 혼성기동대로 시범 운영된 61기동대는 남성 기동대원 74명과 여성 기동대원 6명으로 구성됐다.
지난해까지 여성 기동대는 남성 기동대와 별도로 운영됐다. 여성 기동대는 주로 여성 참가자 비율이 높은 집회와 시위에 배치돼 여성과 노약자 등을 보호하거나 검거하는 활동에 주력했다.
경찰은 여성 기동대를 별도로 운영해 행정인력이 낭비된다고 판단, 올해부터 혼성기동대를 운영했다. 혼성기동대로 지휘체계가 일원화돼 유기적이며 입체적인 현장대응이 가능하고 출동 가능 인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3일 한 경찰관이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61기동대 여경들이 건물 미화를 담당하는 여성 주무관들과 함께 화장실·샤워실을 이용하지 못하겠다'며 '비밀번호를 바꾼 뒤 알려주지 않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글에는 100여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면서 여경에 대한 각종 비난과 불만이 쏟아졌다. 이에 일부 여경들은 지난 4일 상부에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병가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도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먼저 기동대원은 역차별로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61기동대 소속이라고 밝힌 경찰관 A씨는 블라인드를 통해 "왜 기존 연가자들을 다 취소시키면서 여경 6명을 개인연가도 아니고 전부 병가조치해 발령까지 출근을 시키지 않냐"며 "어느 하나 이해가 가지 않고 남은 남직원들만 힘들고 지쳐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61기동대 관계자는 당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 일정으로 '갑호비상'(가장 높은 경비 비상단계)이 발령돼 경찰의 연가가 제한된 상태였다고 설명했지만 갈등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기동대와 지구대 등 육체적으로 힘을 쓰는 집단에서는 (여경에 대한) 불만이 생길 수 있다"며 "기동대 인력을 1.5배 정도 늘리면 업무 부담을 줄일 순 있지만 국가 예산상 힘들고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여경 비율을 줄이는 것도 현재 전반적인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다"며 "인력의 문제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여경에 대한 불만이 있다. '기동단 같은 곳은 (여경이) 필요 없는데 혼성기동단을 만들어서 더 힘들게 하냐' 등의 불만을 다른 방식으로 표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지역의 경찰관 B씨도 인력 증가가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B씨는 오히려 기동대 인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B씨는 "요즘은 집회·시위에서 옛날처럼 쇠파이나 돌을 던지는 것도 아니고 도로를 점거한다고 해서 경찰이 최루탄을 쏘는 시대도 아니다"라며 "실제로 기동대는 대기하다 오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무조건 인력을 늘리는 것보다는 정기적 훈련으로 더 전문적인 요원으로 양성해서 평상시 업무를 하다가 집회가 크거나 많을 때는 기동 인력으로 전환하는 등 탄력적으로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으로만 이뤄진 집회는 별로 없기 때문에 혼성기동대를 운영하자는 목적에는 나름대로 합리적이었다"며 "여성 집회·시위자들에 대응하기 위해 여성 기동대원이 필요한 건 맞다"고 말했다.
해결 방안에 대해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남경과 여경이) 상대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남경이 잘 할 수 있는 것과 여경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하는 등 역할을 정확히 분담해서 서로 간에 업무 접점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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