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탈 중국' 솔루션은…

정재웅 2023. 5. 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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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인더스토리]
HD현대 실적견인…자회사 시너지 확대
중국 시장 침체…북미·신흥국으로 전환
/그래픽=비즈워치
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한 축을 담당하다

작년 3 현대중공업그룹이 HD현대로 사명을 바꿨습니다. 최근에는 계열사들의 사명도 모두 바꿨습니다. 'HD현대'가 들어갑니다. 사명만 바꾼 것은 아닙니다. 기존 영위하던 사업들을 세분화하고 전문화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그룹 시절에는 각 사업들이 흩어져 있었다면 지금은 HD현대를 중심으로 각 중간 지주사들이 사업을 책임지는 형태입니다.

중간 지주사를 둔 것은 시너지와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입니다. HD현대의 주요 사업은 조선, 건설기계, 에너지 등 입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조선과 에너지 입니다. 조선은 HD현대의 근간이죠. 에너지는 현대오일뱅크로 일반인에게 친숙합니다. 반면 건설기계는 상대적으로 생소합니다. 현대중공업이 굴착기 등을 제조·판매해왔다는 사실은 의외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사실 국내 건설 현장에서 자주 봤던 기계들은 대부분 과거 두산인프라코어 것들 이었습니다. 간간이 현대중공업 굴착기도 있었지만요. 두산인프라코어의 건설기계 사업은 국내에서 독보적이었습니다. 한때는 중국 시장에서도 큰 폭의 성장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두산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 두산인프라코어는 매물로 나왔고, 이를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했습니다. 그래서 이젠 HD현대인프라코어입니다.

HD현대의 건설기계사업을 책임지는 곳은 HD현대사이트솔루션 입니다. 과거 현대제뉴인 이었다가 최근 사명을 바꿨습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HD현대의 건설기계사업을 담당하는 중간지주사입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 밑에 HD현대인프라코어와 기존 현대중공업 건설기계사업부문이었던 HD현대건설기계를 두고 있습니다. 

서서히 드러나는 존재감

HD현대의 건설기계부문이 빛을 발한 것은 이번 실적 발표 때입니다.

HD현대의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35.2% 증가한 15조274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은 6109억원으로 전년 대비 24.1% 줄었습니다. 외형상 매출은 늘고 영업이익은 감소한 모습입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동안 HD현대의 실적을 견인했던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현대오일뱅크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3.2% 감소한 2590억원에 그쳤습니다.

현대오일뱅크의 빈자리는 조선과 건설기계 등이 메웠습니다. 그동안은 현대오일뱅크가 HD현대 실적을 이끌었다면 이번에는 여타 부문이 그 자리를 메운 겁니다. 업계에서는 HD현대가 효율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춘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이 건설기계 부문입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3.1% 증가한 231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HD현대의 연결대상 기업 중 HD현대오일뱅크 다음으로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거뒀습니다. HD현대오일뱅크가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전체 실적의 버팀목이 된 셈입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호실적은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 덕분입니다. HD현대인프라코어의 지난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6% 증가한 1조2878억원, 영업이익은 45.5% 늘어난 152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HD현대건설기계의 1분기 매출액도 전년 대비 9.2% 증가한 1조183억원, 영업이익은 71.3% 늘어난 800억원을 나타냈습니다.

중국 의존도 줄였다

그동안 우리 건설기계업계의 주요 시장은 중국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억제 정책을 편데다 중국 로컬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국내 업체들은 위기를 맞았습니다. 이에 따라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는 중국 이외의 시장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북미, 유럽, 중동·아프리카 지역입니다. 특히 북미 지역은 미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면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HD현대인프라코어의 지난 1분기 북미와 유럽 매출액은 전년 대비 14.3% 늘었습니다. HD현대건설기계도 마찬가지입니다. HD현대건설기계는 지난 1분기 북미 시장에서 전년 대비 84% 증가한 252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습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새 브랜드 '디벨론'을 론칭했다. 사진은 앙골라에 수출 예정인 디벨론 굴착기 / 사진=HD현대사이트솔루션

HD현대의 건설기계 부문은 각 지역별로 특화된 전략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입니다. 각 지역별로 요구하는 제품수요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북미·유럽은 MEX(Mini Excavator·소형 굴착기)와 같은 소형 제품을, 신흥시장은 대형·초대형 제품 위주로 공략하는 방식입니다. HD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가 각자 가진 장점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겁니다. 

시너지도 본격화할 계획입니다. HD사이트솔루션은 오는 2025년을 목표로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의 제품 플랫폼 통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마치 현대차와 기아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플랫폼 통합이 이뤄지면 가격 경쟁력은 물론 영업, 부품 호환 등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실적도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 포기 아니다

그럼에도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중국 시장을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중국 시장은 여전히 큰 시장이자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더불어 중국은 세계 최대 굴착기 시장입니다. 다만 중국 시장의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 시장 굴착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44.5% 줄어든 2만8833대에 그쳤습니다.

올해 전망도 좋지 않습니다. 중국공정기계협회와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중국 내 굴착기 판매량은 10만3000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됩니다. 지난 2020년 중국 굴착기 시장 규모가 29만3000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입니다. 심지어 중국 정부의 강력한 코로나 봉쇄 정책이 실시됐던 지난 2022년 15만2000대에도 못 미칩니다.

지난 2020년 HD현대인프라코어(당시 두산인프라코어) 중국 옌타이 공장에서 열린 굴착기 누적 생산 20만대 돌파 기념 행사 모습 / 사진=HD현대사이트솔루션

중국 시장은 정부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곳입니다. 중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경기부양책을 내놓거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놓지 않는 한 예전 수요를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중국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버티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중국 공장의 생산량을 조절하고 중국 생산분을 여타 국가로 수출하는 방법으로 수익성을 방어하겠다는 생각입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 관계자는 "탈 중국이라고 해서 중국 시장을 포기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라며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시장 상황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만큼 중국 시장에서 최대한 수익성을 방어하면서 버티는 것과 동시에 북미 등 다른 시장에서 수익성을 확보,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리기를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재웅 (polipsych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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