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초등돌봄교실 공급률 25%에 불과…여성 '경력단절'로 이어져
"가족과 함께 시간 보낼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우선시돼야"
[편집자주] 우리 아이들은 안전할까? 주변을 살펴보면 곳곳에서 위험에 '방치된 아이들'을 찾을 수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부산지역의 돌봄 복지와 아이들의 통학로 안전, 학교 폭력을 살펴본다.
(부산=뉴스1) 박채오 기자 = 지난해 부산시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전국 평균(0.78)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만 12세 이하 아동 인구수는 지난 5년간 3만8000여명이 감소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시와 시교육청에서 돌봄 서비스를 포함한 다양한 아동돌봄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인력'과 '시설'의 부족으로 현장에서 혜택을 보지 못하는 학부모들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5월1일 기준) 부산에서 운영 중인 초등돌봄교실은 총 300교 565개실이다. 여기에 방과후학교 연계형돌봄 144실까지 포함하면 총 709개의 교실이 운영 중이다.
하지만 아동인구 수에 비해 돌봄전담사와 교실의 수가 부족해 초등돌봄교실의 공급률은 25% 수준에 그친다.
특히 학교별로 초등돌봄교실의 입급학생 선정순위가 있어 애초부터 '돌봄학교'를 신청하지 않거나 지역 아동돌봄센터를 찾는 경우도 다수 존재한다.
이 같은 상황에 초등학교 입학 준비를 하는 순간부터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초등학교 진학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돌봄'에 대한 불안감과 초조함이 앞선다.
부산 북구의 한 학부모 A씨는 "아무래도 인원이 정해져 있는 반면에 신청자는 많아서 돌봄교실에 들어가기가 힘이든다"며 "입학 전에 돌봄교실과 지역돌봄센터 두 곳을 모두 신청했지만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우 여성들은 '경력단절'을 겪기도 한다. 실제 A씨는 "돌봄교실에 떨어진 이후 어쩔수 없이 하던 일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엄마라서 미안해"...돌봄교실 입급해도 걱정 앞서
부산의 경우 초등돌봄교실을 300교 565개실을 운영 중이지만 '아침돌봄'은 운영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맞벌이를 하는 많은 학부모들은 '등교전쟁'을 겪게 된다. 저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침 일찍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것도 미안해 출근시간을 조정해야 했다"고 말했다.
더욱 큰 문제는 '방학기간'이다. 방학기간 학교를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은 언제나 '죄인'이 되고 한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 학교를 가는데 '엄마, 방학 같지가 않아요'라고 하더라"며 "그 말을 듣는데 '일하는 엄마라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초등생 2학년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는 B씨는 "육아휴직 이후 복직하면서 아이가 혼자 등교하게 됐다"며 "주위에 알아보니 등교를 도와주는 사람을 고용하면 또 돈이 들고,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것이 맞는가 하는 고민도 든다"고 말했다.
◇돌봄정책 필요성 커지지만 인력은 상시 부족해
아이돌봄에 대한 지원은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인력과 교실 등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정부의 '늘봄학교' 등 돌봄확대 기조가 커지면서 현장에서는 '기대감'과 더불어 '불안감'이 동시에 나온다.
학부모와 돌봄전담사 등 현장에서는 근무 시간만 늘릴 게 아니라 인력 충원과 수업 프로그램 지원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학부모는 "돌봄교실은 수업 자체가 체계화되어 있지 않고 돌봄전담사의 수에 비해 학생 수가 많아 일일이 아이들을 신경써주기는 어려운 면이 있는 것 같다"며 "저번에 아는 분 중에 초등생 자녀가 머리에 혹이 난 채 집으로 왔는데 돌봄전담사는 잘 모른다고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 돌봄전담사는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한다고 하지만 시간제가 대부분이다"며 "전일제 돌봄전담사를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실 때문에 맞벌이를 하는 학부모들은 '사교육'으로 눈길을 돌리기도 한다. 초등 저학년의 경우 정규수업을 마친 후 돌봄교실에서 일정 시간을 보낸 뒤 다시 학원으로 보내는 형태다.
한 학부모는 "방과후 교실과 연계한 돌봄교실도 있지만 원하는 수업을 하기 힘들다"며 "전문인력도 부족해 사교육으로 많이 빠지는 듯 하다"고 말했다.
지역아동돌봄센터의 관계자는 "아이들 간식이나 식사, 그리고 행정업무 등 다방면으로 처리할 업무량이 많다"며 "인력이 확충된다면 학부모들도 돌봄 인력들도 모두가 윈-윈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아이를 맡기는 '돌봄'보다는 부모가 직접 '보육'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부산의 한 초등돌봄전담사는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하는 돌봄정책은 최대한 아이가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부득이하게 늦은 시간까지 돌봄이 필요한 경우에는 같은 지역 내에서 또래 아이들끼리 모일 수 있는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등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출산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아직까진 포용적이지 않은 문제가 더 크다"며 "육아휴직 후에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는 게 눈치도 보이고 힘들다. '엄마가 일해야 하니 남겨진 아이들을 대신 맡아주는 정책보다 엄마가 적게 일하며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he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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