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술탄 vs 간디'… 튀르키예 민심의 선택은?
4일 대선…과반 실패시 28일 결선 투표
튀르키예 대통령 선거가 14일 치러진다. 이번 대선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20년 철권통치가 과연 막을 내릴지 여부가 최대 관심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운명은 야당 단일 후보인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가 과반의 지지를 확보하는지에 달렸다. 과반 지지를 받는 후보가 없을 경우 오는 28일 결선 투표가 실시된다.
최근까지 여론 조사 결과 클르츠다로을루 후보가 에르도안 대통령을 근소하게 앞섰다. 이런 상황에서 지지율 3위를 달리던 무하람 인제 조국당 대표가 11일 전격 사퇴했다. 야권 2위 후보가 사퇴하면서 확실한 양강 구도가 됐다.
여론조사 기관 콘다(Konda)가 이날 실시한 지지율 조사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43.7%의 지지율로 49.3%인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에 5.6%포인트 차이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조사에서는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의 지지율이 50%를 넘는 것으로 나왔다.
인제 후보의 표가 클르츠다로을루로 간다면 두 후보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BBC는 "비록 인제 후보의 지지율이 미미하지만 그의 사퇴는 클르츠다로을루의 승리에 필요한 과반 확보에 힘을 보태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르도안 30년 철권정치 가능할까?
전세계가 이번 튀르키예 대선에 주목하는 이유는 두 후보의 성향이 확연하게 다르고 향후 튀르키예 정국이 180도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69세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20년 장기 집권중으로 '21세기 술탄'이라고 불린다. 올해가 세 번째 대선 도전이다. 이번 선거와 중임 중 조기대선에서 잇따라 승리하면 최장 30년 집권 까지도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반해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는 74세로 재무부 경제 관료 출신이다. 외모가 마하트마 간디와 닮은데다 2017년 에르도안 정권이 CHP 부대표를 체포하자 이에 항의하며 수도 앙카라에서 이스탄불까지 '정의를 위한 행진'을 벌여 '간디 케말', '튀르키예 간디'라는 별명이 생겼다.
그의 정책은 사회민주주의 성향으로 정의, 부패척결, 교육 개펵 등을 내세우고 있다. 중앙은행 독립과 인플레이션 완화, 서방세계와의 관계 개선도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역시 '경제'…살인적 물가 해법 절실
이번 대선의 향배를 가를 결정적 요인은 역시 경제다. 튀르키예는 수년째 경제난을 겪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2018년 임기 시작 이후 리라화 가치는 76%나 하락했다. 그 여파로 물가가 폭등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전년 대비 상승률이 85%로 2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물가 속에 오히려 중앙은행장을 교체해가면서까지 금리 인상을 막았다. 경제성장률은 2021년 11.4에서 지난해 5.6%로 반토막이 났는데 지난 2월 강진의 여파로 최대 2% 포인트 더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론을 의식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저소득층과 농촌 및 낙후 지역, 보수 이슬람 신자 층 등 지지층 결집에 주력하고 있다. 또 조기연금 수령과 수입 농산물 관세 인상 등 포퓰리즘 정책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대선이 치러지는 이달은 아예 가정용 가스를 무상 공급하기로 했다.
반면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과 경제 실정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그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회복하고 에르도안 대통령의 비정통적 경제 정책 철폐를 약속했다.
에르도안 패배시 불복 가능성도 거론
만약 에르도안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이슬람주의를 앞세우며 계속 철권통치할 것으로 보인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친 러시아 행보를 더욱 강화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내에서 독자행보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클르츠다로을루 후보가 이기면 튀르키예는 정치와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대개조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저금리 정책을 철폐하고 중앙은행의 독립을 보장하는 정책을 펼치고 극심한 경제난 해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 국내적으로는 권위주의적 대통령 중심제를 의회 민주주의로 되돌리고 대외적으로는 친서방정책을 통해 유럽연합(EU), 나토와의 관계 회복에도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패배할 경우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에르도안이 패배를 우아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만약 이같은 가정이 현실화 된다면 튀르키예 정국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의 상황이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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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임미현 기자 marialmh7@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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