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20년 철권통치, 14일 운명 갈린다…튀르키예 대선에 주목

강민경 기자 2023. 5. 13.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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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3개월도 안 돼 조기 대선…튀르키예 민주주의 향방에 이목
'튀르키예의 간디' 클르츠다로을루 역사적 전환 이뤄낼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왼쪽)과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오는 14일 치러지는 튀르키예(터키) 대통령 선거가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20년간 철권 통치를 이어 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막대한 지진 피해와 경제 파탄 속에서 권좌를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선거는 에르도안 정부의 오랜 집권 하에서 튀르키예 민주주의가 퇴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실시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오랜 집권으로 튀르키예는 사실상 독재국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야권 연합을 이끄는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가 평화롭고 민주적인 정권 교체에 성공할지도 관건이다.

튀르키예 민주주의의 운명을 결정할 이번 대선에는 유권자 약 6400만명이 임기 5년의 대통령을 선출한다.

지난 11일 야권 2위 후보인 무하람 인제 조국당 대표가 사퇴하면서 집권 여당 정의개발당(AKP)의 에르도안 현 대통령과 CHP의 클르츠다로을루 후보의 2파전이 예상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대선을 앞두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는 수십 만명의 군중들이 선거 집회에 참석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지진 3개월도 안 돼 조기 대선…에르도안 승부수 통할까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개정 헌법에 따라 무려 2033년까지 총 30년간 집권할 수 있게 된다. 당초 선거는 6월로 예정됐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5월14일 조기 대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강진으로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에서 5만여 명이 안타깝게 숨진 지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도 경제 상황과 지진 피해에 있다. 튀르키예는 2월 지진이 발생하기 훨씬 전부터 물가 상승과 리라화 가치 하락으로 신음하고 있었고, 지난해 10월에는 물가상승률이 무려 85%에 달했다.

튀르키예 외교관 출신으로 이스탄불에 본사를 둔 싱크탱크 EDAM의 시난 울겐은 CNN 인터뷰에서 "이는 대중의 구매력에 영향을 미쳤으며 근본적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의 인기가 약해진 이유다. 이것이 그의 가장 큰 핸디캡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지진 발생 지역의 인구(약 900만 명)가 튀르키예 전체 인구의 10.5% 가량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 지역의 민심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AKP는 지진 피해 지역 11개 주(州)를 오랫동안 지배해 왔다. 다만 클르츠다로을루 후보의 CHP는 안타키아가 속한 하타이주를 비롯해 이 피해 지역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2018년 총선에서 AKP는 5개 의석을, CHP는 4개 의석을 가져갔었다.

8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이 대지진의 진앙 남부 카흐라만마라슈 지역을 방문하고 있다. 2023.2.8 ⓒ AFP=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에르도안, 차이 근소할 경우 선거 불복할 수도

여론조사에서는 클르츠다로을루 후보가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메트로폴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클르츠다로을루 후보의 지지율은 42.6%, 에르도안 대통령은 41.1%를 기록했다.

현지 매체 두바르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실시된 조사에서도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는 50.9%의 지지율로 에르도안 대통령(45.4%)를 앞섰다.

이는 인제 후보가 사퇴하기 전에 실시된 조사로, CHP 출신인 인제 후보의 지지층이 클르츠다로을루 후보에게로 이동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노동계급 유권자 사이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가진 강력한 지지기반을 감안했을 때, 에르도안 대통령이 여전히 우세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근소한 차이로 패배할 경우, 에르도안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불복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30년간 에르도안 대통령의 행보를 지켜본 사람들은 그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다만 튀르키예 대통령실 관계자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부정이 발생하면 선거당국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며 이는 야당인 CHP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선거에서 패배해도 퇴임하지 않을 것이란 발상은 무의미하고 근거가 없다"고 반응했다.

튀르키예 정치 칼럼니스트 카드리 구르셀은 "결과가 근소한 차이일 경우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며 "그래도 야당이 압승하면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정치 경력에서 가장 약한 지점에 있다"고 평가했다.

2003년 에르도안 대통령이 처음 집권했을 때까지만 해도 튀르키예 경제는 회복세에 있었고, 이웃 국가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이 앙카라 국회에서 집권 정의개발당 의원들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에르도안식 '제왕적 대통령제' 지속될까

에르도안 대통령은 100년 전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현대 튀르키예를 건국한 이래 가장 영향력이 강한 지도자로 꼽힌다.

그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중심으로 권력을 축적하고, 반대파에 재갈을 물리고, 비판자와 반대자들을 투옥했으며 언론·사법부·경제를 압박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지난 2년간 3명의 중앙은행 총재를 해임하기도 했다.

특히 2016년 자신을 축출하려던 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간 뒤 반대파를 탄압하고 고위 장성들을 재판에 회부하는 등 군을 약화시켰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반대자들은 그가 아타튀르크에 필적하는 야망을 지닌 '술탄'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구르셀은 "그는 권력을 축적했고 그런 체제는 위기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관리 위기, 경제 위기, 국가 위기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투표를 불과 이틀 앞둔 현재 에르도안 대통령은 선거 유세 현장에서 과거의 성과를 되풀이하고, 각 가정에 천연가스를 무상 공급하고 연금을 조기에 수령하게 해주겠다며 포퓰리즘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터키 야당 공화인민당 대표가 이스탄불 말테페 해안공원을 향해 수천명의 지지자들과 450km '정의 장정'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튀르키예의 간디' 클르츠다로을루 역사적 전환 이뤄낼까

에르도안 대통령이 패배한다면 어떻게 될까. 온화한 리더십과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는 중앙은행 등 각 기관을 국가의 손아귀에서 자유롭게 해방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세속주의 성향의 야권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입김에 따라 움직이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회복하고, 의회 중심의 정권 운영을 부활시키며, 법치주의를 담은 새 헌법을 도입하겠다며 유권자들을 끌어모아 왔다.

아슬리 아이딘타스바스 브루킹스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이번 투표는 단순히 민주주의에 관한 것이 아니라, 튀르키예가 시민을 위한 규칙 기반 통치 체제로 돌아갈 수 있는지에 관한 투표"라고 말했다.

한편 튀르키예 대선은 1차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차 투표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한 두 후보 사이에서 28일 2차 투표가 진행된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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