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안 하지 않냐"…아내·두아들 잔혹살해 40대 무기징역 선고 이유는

재판부 "정신감정 '정상'이지만…정신적 문제 배제 못해"
'국가의 책무' 강조하며 사형 구형한 검찰 항소 검토

(안산=뉴스1) 최대호 기자 = "범행의 반인류성, 피해의 중대성 등 모든 양형요소를 종합하면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하는 게 마땅하다. 그것이 국가의 책무이고, 그래야만 피해자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어줄 수 있다"

자신을 업신여긴다는 이유로 아내와 두 아들을 둔기와 흉기로 잔혹하게 계획 살해한 40대 고모씨에 대해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면서 한 말이다.

하지만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의 양형 판단은 '사형'이 아니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2부(남천규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고씨에 대해 "횟수를 세는 것이 무의미할 만큼 둔기와 흉기로 피해자들을 내리치고 찔렀다. 범행 방법이 극히 잔인하고, 통상적으로 보기 힘든 폭력성과 잔혹성을 드러내고 있다"면서도 "정신적인 문제가 범행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고씨에 대한 양형 사유 설명에서 아내와 첫째 아들에 대한 살인은 계획범죄로 인정했지만 둘째 아들은 사전 계획하에 살해했다는 증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또 범행에 사용된 둔기 역시 계획범행을 위해 사전에 구매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살해를 목적으로 둔기를 구매했다는 검찰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특히 고씨의 정신적인 문제를 양형에 고려했다.

고씨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기억상실, 시공간 왜곡, 다중인격 등을 주장했지만 고씨에 대한 정신감정에서는 '확인 불가' 결과가 나왔다. 통합심리분석에서도 정신병리에 대한 특성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재판부는 그러나 기억상실 및 정체성 혼란에 관한 고씨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상세하며, 실제 고씨가 2014년 8~9월 정신과 진료를 받을 당시 기억상실을 주 증상으로 호소한 바 있다는 점을 참작했다.

남 부장판사는 "의학적으로 명백히 드러나 있지 않더라도 피고인에게 어느 정도 정신적인 문제가 있고 그것이 범행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고씨는 지난해 10월25일 오후 8시10분쯤 경기 광명시 소하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부인 A씨(42)와 아들 B군(15), C군(10)을 둔기로 수십여차례 내려치고 흉기로 목부위 등을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3월 진행된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고씨에 대해 사형을 구형하면서 "피고인은 가족을 화풀이 대상으로 삼았고 철저히 계획된 범행으로 끔찍하게 살해했다"며 "피고인은 범행 후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다중인격장애, 기억상실을 주장했지만 정신감정 결과 모두 거짓으로 판명됐다. 과연 자신의 범행을 진심으로 반성하는 지, 죄의식을 느끼는 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둔기를 사전에 구입한 뒤 가족 살해 후 자살로 위장하려 했고, 거짓 알리바이를 만들며 태연히 유족 행세도 했다"며 "흉기 범행 시에는 횟수를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잔혹했으며, 그 과정에서 '아디오스 잘가'라고 말하는 등 마치 살인을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고씨 범행의 계획성과 잔혹성을 열거했다.

당시 고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잠시나마 자유를 줬으면 좋겠다. 죽을 수 있는 자유가 없다. 우리나라는 사형 (집행을) 안 하지 않냐. 부디 자비를 베풀어주셨으면 좋겠다"며 사법부를 농락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sun07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