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식탐탐] ⑧ '야생에 더 가깝게' 황금색 팽이 아람
전문가들 "한식·양식 모두 활용 가능…단단한 육질 매력"
[※ 편집자 주 = 각종 콘텐츠 플랫폼에서 '먹방', '맛집'이 주요 콘텐츠로 자리 잡으면서 먹거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요식업계는 자영업 태동기, 프랜차이즈 시대, 노포·맛집 유행기를 지나 이제는 어떤 식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만들었는지가 중요해지는 '식재료 시대'에 왔습니다. 연합뉴스는 농도(農道) 전북에 자리한 농촌진흥청과 함께 국내 우수 식재료(농축산물)와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생산물, 생산자, 연구자의 뒷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또 현업에 있는 셰프와 식음업계 전문가들의 솔직한 식재료 리뷰를 담아내 소비자의 궁금증을 해소할 계획입니다. 코너 제목은 '좋은 식재료를 탐구하고 연구한다'는 의미로 호식탐탐으로 지었습니다.]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된장찌개, 불고기, 전골, 고기구이까지 한국인의 식탁 터줏대감 메뉴에 어느 새인지 모르게 스며든 식재료가 있다.
기다란 몸통 위에 동그랗게 맺힌 갓이 매력적인 팽이.
팽나무에서 잘 자라는 버섯이라 팽이라 불리지만, 지금은 대부분 배지에서 인공재배되고 있다.
일본에서 팽이가 처음 인공재배에 성공했기 때문에 팽이는 일본산으로 잘못 알려졌다.
농진청이 발간한 <농업기술길잡이 식용버섯>(2013)에 따르면 팽이는 예부터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와 북미 야생에서 자생해왔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800년 전 동아시아 지역에서 팽이가 기원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일본은 1899년 팽이 인공재배를 시작해 재배법을 지속해서 발전시켜 왔다.
현재는 전 세계로 퍼져 식용 버섯 가운데 양송이, 표고, 느타리에 이어 4번째로 많이 생산되는 버섯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에서는 1936년 처음 원목재배가 시작돼 1974년 농업기술연구소 균이과에서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배지 재배가 본격화했지만, 이때까지도 재배농가 수는 7곳에 불과할 정도로 생산량이 적었다.
1990년대 이후 재배농가 수가 100여 곳으로 급격히 늘었으나 액체 종균 배양기술과 기계화된 재배기술이 결합하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됐다.
현재는 농가가 대형화하면서 19개 농가(총 재배면적 34㏊)에서 2만6천여t(2021년 기준)이 생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일본 품종인 '치쿠마쉬 T-011', '오키노메구미' 등 외래품종 비율이 약 66%, 국산품종 보급률은 약 34%다.
팽이는 일본에서 개량해 만든 백색 팽이가 널리 보급되면서 '흰색'이 표준처럼 인식됐다.
그러나 야생에서 팽이는 늦가을부터 봄철까지 활엽수의 고사목에서 자생한다.
버섯 중에서는 가장 낮은 온도인 4∼12도의 저온에서 자라 서양에서는 '겨울 버섯'(winter mushroom)으로 불리며 야생에서는 갈색을 띤다.
백색 팽이는 빛이 없는 암실에서 재배해 흰색과 연한 미색을 띠어 외형이 보기 좋지만, 대가 길고 약한 특징이 있다.
농촌진흥청은 백색 팽이가 주도하고 있는 팽이 시장을 겨냥해 황금색 팽이 '아람'을 개발했다.
아람을 개발한 임지훈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농업연구사는 "국내에 백색 팽이가 대량으로 재배되다 보니 가격 등락이 심했다"면서 "농가에는 새로운 소득원을 만들어 주고, 소비자에게는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갈색 팽이인 아람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황금색을 띠는 아람은 기능 성분과 특성이 야생 팽이에 가까워 성분이 우수하고, 개체가 튼튼하다.
실제 농진청 연구진이 3년간 영양학적 가치를 분석한 결과 아람은 면역세포의 기능을 높이는 베타글루칸 함량이 100g당 19∼32g,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 함량은 100g당 25∼73㎎으로 백색 팽이보다 1.3∼1.8배 더 높았다.
임 연구사는 "백색 팽이는 일본에서 처음 개량해 만들었다. 이게 아시아와 미주로 퍼져나가면서 시장을 우점하게 됐다"며 "야생에서 발견되는 팽이는 갈색을 띠고, 갓이 크고, 대가 짧다. 아람은 기존 백색 팽이보다 자연 상태에 더 가까워 성분적인 측면에서 우수하고, 배양 속도 역시 빠르고, 활력이 좋다"고 강조했다.
3년여가 걸린 아람 품종 개발에는 농가의 도움이 컸다.
경북 청도에서 23년간 팽이를 재배해 온 허종범(42)씨는 아람의 실증 재배 등 현장 테스트를 맡아 왔다.
허씨는 아람이 기존에 개발된 갈색 팽이 품종과 비교해 생산성과 재배 편의성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전에 나왔던 갈색 팽이 품종은 백색 팽이에 비해 대가 짧아 한 배지에서 200g 정도 수확이 가능했지만, 아람은 대를 길게 키워도 품질을 유지할 수 있어 한 배지당 수확량이 400g 중반까지 나온다"며 "아무리 기능 성분이 많다고 해도 농가 입장에서는 생산성이 받쳐 줘야만 그 작물을 재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장점은 생산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개발된 갈색 팽이를 재배해 본 적 있지만, 당시에는 조리용 식재료가 아니라 장식용 식재료로 시장에서 소비됐다"면서 "아람은 별도의 시설을 추가하지 않고 백색 팽이와 똑같은 재배 시설을 활용해 재배가 가능하고, 가격도 더 높게 받을 수 있어 시장 경쟁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람의 또 다른 장점은 수분이 많지만, 육질이 단단해 일반 팽이와 달리 식감이 좋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람의 아삭한 식감을 이용해 육회처럼 생으로 즐길 수도 있고, 한식과 양식에서 부재료로도 활용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엠티푸드시스템 엄선용 수석 셰프는 "아람은 일반 팽이에 비해 수분감이 있지만, 육질이 단단하다. 특히 생으로 먹어도 좋을 만큼 식감과 은은한 향이 매력적"이라며 "쌈된장을 만들어도 좋고, 잘게 찢어 육회로 먹어도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충분한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람을 활용해 만들 수 있는 요리로는 된장찌개와 육회 비빔밥, 파스타 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소개했다.
박찬일 셰프는 "갓 부분을 따로 잘라 육회 비빔밥에 넣어 봤는데 고기 같은 질감이 육회와도 잘 어우러져 좋았다"면서 "육질이 좋아 된장찌개 같은 찌개 요리에 넣어도 식감이 살아 있어 활용 범위가 넓다"고 설명했다.
레이먼 김 셰프는 "아람과 된장, 청양고추, 마늘, 올리브 오일을 이용해 파스타를 만들어 봤다"면서 "일반 팽이와 달리 오래 익혀도 이에 끼는 단점이 나타나지 않아 파스타 재료로도 잘 어울렸고, 된장과도 궁합이 좋아 쌈장 재료로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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