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했던 게임업계 '코인열풍'..결국 독(毒)이었나[양철민의 아알못]

양철민 기자 2023. 5.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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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의원 '위믹스' 투자 논란
게임업계 로비의혹으로 불똥
'돈버는 게임' 합법화 요원해져
잇따른 코인발행.. 게임사 이미지 ↓
"게임개발 본업에 집중해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울경제]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이른바 ‘P2E(Play to Earn)’ 게임 합법화 이슈가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위믹스(위메이드 발행 코인)’ 투자 논란과 맞물리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국내에서는 ‘게임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을 환전·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게임산업법 23조를 통해 금지하고 있는 만큼 P2E 게임 자체가 불법이다. 반면 게임사들은 P2E 게임이 서비스 될 경우 추가 수익창출 창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관련 게임의 합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게임업계 내부에서는 “이번 논란으로 게임 내 블록체인 및 대체불가토큰(NFT) 등의 신기술 도입을 통한 신규 게임 모델 개발이 힘들어졌다”는 한숨과 함께 “‘마구 난립한 각종 코인에 게임업계까지 뛰어들며 시장이 보다 혼탁해진 만큼 ‘재미있는 게임 개발’이라는 본업에 진중해야 한다”는 자성론이 제기된다. ‘루나 사태’에서 알 수 있듯 코인 자체가 다단기 사기형태인 ‘폰지게임’과 유사하다는 비판도 꾸준하다.

‘김남국 논란’으로.. ‘돈버는 게임’ 합법화 요원해져

13일 IT 업계에 따르면 P2E 게임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게임 이용시 얻은 아이템 등을 가상화폐나 대체불가토큰(NFT) 형태로 보상해 주는 게임이다. 동남아에서 인기몰이 중인 위메이드의 P2E 게임 ‘미르4’를 예로 들면, 이용자들은 게임 속에서 사용되는 자원(흑철)을 모아 위믹스로 교환한 뒤 원화 거래소 지갑에 이체하는 형태로 수익창출이 가능하다. 반면 국내 게이머들은 게임을 통해 얻은 자원을 위믹스로 교환하는 것이, 관련 법에 따라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국내 서비스 게임에는 이 같은 P2E 모델이 탑재되지 않는다.

다만 P2E 게임의 경우 게임과 관련된 ‘재미’ 등의 요소보다는 코인 획득에 따른 수익성으로 유지되는 구조가 대부분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 P2E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는 동남아나 남미 등은 최저시급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 대비 크게 낮기 때문에, 게임성과 상관없이 돈을 벌기 위한 게이머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논란속에서도 게임업계에서는 P2E 게임의 국내 서비스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했다. 반면 김남국 의원의 대규모 코인 거래로 이 같은 게임 업계의 기대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해졌다. 게임업체들이 P2E 게임 국내 허용을 위해 김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입법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는 탓이다. 한국게임학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P2E 게임에 대한 허용 요구가 작년부터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를 중심으로 계속 분출했다”며 “위믹스를 둘러싼 ‘이익 공동체’가 형성된 결과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게임코인 발행 열풍에 게이머 울고 게임사 웃어

김남국 의원의 코인 거래에 따른 논란은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이슈와 맞물려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상화폐 지갑 ‘클립’ 거래 명세에 따르면 김 의원은 2022년 한 때 ‘위믹스’ 전세계 유통량의 0.38%에 해당하는 2억1500만개를 보유했다. 이외에도 김의원은 넷마블의 ‘마블렉스’, 카카오게임즈의 ‘보라’ 등의 게임업체가 발행한 코인을 다수 소유하기도 했다. 특히 김의원이 마브렉스를 빗썸에 상장되기 전 보유했다는 점에서, 상장 정보를 사전에 알고 마브렉스를 취득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넷마블 측은 이와 관련해 “주식회사 마브렉스는 김남국 의원을 포함해 어느 누구에게도 사전 정보를 제공한 사실이 일절 없다”며 “2022년 1분기에 MBX 상장 계획을 공지했기에, (김 의원이 MBX를 거래한) 4월 무렵에는 이미 시장에 널리 알려져 있었고 가치 있는 정보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게임업체에서도 자성론이 제기되고 있다. 게임업체가 코인을 발행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이를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하며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토록한 구조로 만든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위메이드가 2021년 말 위믹스 1억개를 매각해 2200억원 정도의 수익을 낸 후, 결국 게이머가 아닌 코인발행 게임사가 이익 대부분을 가져가는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위메이드는 위믹스 판매로 거둔 수익을 바탕으로 ‘선데이토즈(현 위메이드플레이)’를 인수했다. 위메이드 측은 당시 “위믹스 매도로 벌어들인 수익을 다시 게임에 재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믹스 가치가 더욱 상승할 것”이라 밝혔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현재 코인을 유통중이거나 발행 예정인 게임사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코인을 매각할 경우, 이들 코인에 대한 신뢰성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자사가 보유한 코인 매각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들 코인 중 상당수가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만큼 게임사의 호언을 곧이 곧대로 믿기 힘들다. 현재 넥슨,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등은 이 같은 부작용을 우려해 코인 발행을 검토하고 있지 않거나, 향후 발행될 코인의 사용처를 제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코인 발행 업체들은 첨단기술 및 각종 금융공학을 동원해 자사 코인의 안정성 및 미래가치를 강조하지만, 몇명을 제외하고는 이들 코인의 상품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게임업체들이 무분별하게 ‘코인열풍’에 올라탔다가, P2E 게임 합법화 좌절 및 게임산업 전반에 대한 불신 등 제대로 후폭풍을 맞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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