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판 뱅크런, ‘전세런’ 온다 ...“집값 급반등 기대 어려워”
이광수 애널리스트 인터뷰 <상>상> 차학봉기자의>
주택 거래량이 늘면서 급락하던 집값이 곳곳에서 반등하고 있다. 시장금리가 작년 말을 고점으로 내림세로 돌아섰고 정부가 저리의 주택구입자금을 장기대출해주는 특례보금자리론을 도입하는 등 본격적인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편 것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도에서도 한 달 사이에 2억~3억 오른 아파트들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 캐나다 등 외국도 주택담보 대출 금리가 내리면서 하락하던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집값 하락이 끝나고 본격적 반등이 시작된 것일까?
이광수 애널리스트는 “아직은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이광수 애널리스트는 GS건설을 거쳐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저서로 ‘흔들리지 않는 부동산투자의 법칙’, ‘2020 리츠가 온다’, ‘코로나 투자 전쟁’(공저), ‘골든 크로스’(공저) 등이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집값 반등이 시작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확실히 거래량은 증가하고 있고 떨어지던 주택가격도 오름세로 전환하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진짜 반등을 하려면 거래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야 하는데, 거래량이 다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
-거래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근거는?
“누가 집을 구입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30대의 주택구입이 거래량 증가를 주도했다. 1월말부터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특례보금자리론이 도입됐다. 대출 이용자의 40%가 30대이다. 지금은 30대가 주도하는 시장이다. 30대는 투자 수요가 아니고 실수요이다. 실수요의 특징은 가격이 빠지면 사지만 가격이 다시 오르면 대기수요로 전환한다. 주택가격이 오르는데도 계속 따라가며 사주는 수요가 있어야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를 수 있다. 30대는 가격에 매우 민감한 수요층이다. 가격이 급락했던 검단, 송도 등을 중심으로 거래가 늘면서 가격이 반등했지만, 어느 정도 가격이 오른 다음에는 매수세가 줄어들고 있다. "
-가격이 30% 정도 빠지면 사도 되는 것 아닌가?.
“가격이 많이 내린 곳도 있다. ‘많이 빠졌는데 많이 안 빠졌다’는 말이 있다. 무슨 의미냐 하면 일부만 가격이 빠졌다는 의미이다. 고점 대비 30~40% 가격이 하락하면 주택을 구입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막상 30% 가격이 내렸다는 곳을 찾아가면 그런 매물을 구할 수가 없다. 정말 사정이 급한 사람들이 내놓은 극히 소수의 급매물 탓에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실제로는 그런 매물을 잡기 어렵다. 30~40% 가격이 빠진 매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시장이 조만간 온다고 본다. 가격이 떨어지는데 거래량이 추세적으로 회복할 때가 내집 마련의 적기라고 본다.”
-거래량이 회복된다는 건 가격이 오른다는 의미 아닌가?
“2012~2014년도가 지난 집값 사이클의 바닥이었다. 그때는 가격이 빠지면서 거래량이 증가했다. 진정한 바닥은 가격이 빠지면서 거래량이 증가하는 시기이다. "
◇“폭락론자 아니다. 시장의 변화를 말할 뿐”
-집값이 다시 오른다고 보는가?
“나는 폭락만 주장하는 폭락론자가 아니다. 하락과 상승 등 집값의 변화를 얘기할 뿐이다. 2013년 하락할때는 반등을 이야기했다. 지난 2~3년은 집값이 너무 빠르게 올라 하락한다고 얘기했을 뿐이다. 집값은 계속 내려가기만 하거나 계속 오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 언제 집값이 오르는가?
“과거보다는 사이클이 좀 짧아질 수 있다고 본다. 과거에는 침체기에 들어가면 5~ 6년 동안 집값이 정체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침체기가 과거보다는 단축될 것으로 본다.”
-금리가 중요 변수 아닌가?
“금리가 내려서 가격이 오르는 게 아니고 금리가 내려서 주택 수요가 증가해서 가격이 오른다. 중요한 것은 주택 수요의 증가이다. 그런데 지금 주택 수요가 증가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 전세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금리가 떨어진 것 자체로만 주택수요가 늘어나기 힘들다. 수출, 경기, 기업 성장률과 같은 변수도 중요하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에서 3%로 거의 반토막이 났지만, 주택 수요가 늘어나지 않았다. 경기가 불안한 상황에서는 금리가 내려도 주택수요는 살아나기 어렵다. 지금 경기는 침체 국면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고 수출도 좋지 않다.”
◇역전세란이 초래할 매매시장 리스크
- 최근 ‘전세런’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예금자들이 맡겨놓은 돈을 앞다퉈 찾아가면 멀쩡한 은행도 순식간에 파산할 수 있다. 한국에서 투자 목적으로 집을 갖고 계신 분들은 보통 전세를 끼고 산다. 최근 전세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재계약 시점이 됐을 때 떨어진 전세금만큼 돈을 구해야 하는데, 여유자금이 없으면 대출을 받거나 집을 팔 수 밖에 없다. 대출이 쉽지 않아 집을 파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 전세 가격 하락이 한국의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걸 ‘전세런’이라고 표현했다.”
-전세런이 실제 발생하는가?
“반포의 아파트 전세는 20억 대에서 10억 대로 빠지고 있다. 강남권은 새아파트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에 하락 폭이 예상보다 크다.”
-전세런을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최대변수로 봐야 할까?
“송파구나 강동구에 가격 하락폭이 컸던 아파트는 고점 대비 한때 거의 30~40% 빠졌다. 그런 아파트의 공통점은 전세 가격 하락폭도 켰다는 점이다. 전세런을 회피하기 어렵다고 본다. 전세 가격이 가장 높았던 시기가 2021년이다. 당시 계약물량의 만기가 올해 돌아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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