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대해부] 음극재 강자 포스코… 대주·SK, 실리콘으로 반격
대한민국의 반도체 신화를 이을 산업으로 2차전지가 꼽히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중국 제외)에서 국내 2차전지 빅3 업체의 점유율은 53%로 절반을 넘었다. K배터리의 위상은 배터리셀을 넘어 소재와 장비 등 2차전지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다. 2030년 전기차 생산이 5400만대로 폭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2차전지를 놓고 ‘배터리 패권경쟁’을 펼치는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의 현황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전기차 배터리의 충전속도와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음극재는 양극에서 나온 리튬 이온을 저장했다가 방출하면서 전류를 흐르게 한다. 배터리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4%다. 음극재는 양극재보다 가격이 저렴해 상대적으로 소외돼왔다. 세계 시장에서 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양극재가 약 22%인 반면, 음극재는 8% 수준에 불과하다. 양극재와 음극재는 중국 비중이 각각 70%, 85%로 절대적이다.
음극재는 크게 탄소, 비탄소 음극재로 나뉜다. 탄소 음극재는 다시 천연흑연, 인조흑연으로 구분되고 차세대 음극재로 불리는 실리콘, 리튬 메탈은 비탄소다. 흑연 음극재는 포스코퓨처엠이 유일하게 만들고 있다. 실리콘 음극재는 대주전자재료가 만들고 있으며 SK머티리얼즈도 올해 하반기에 상업생산을 시작한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2010년 LS엠트론으로부터 음극재 사업조직인 카보닉스를 인수하며 다른 회사보다 빨리 흑연 음극재 사업을 시작했다. 또 인조흑연은 원료가 코크스인데, 포스코 제철공정 부산물 콜타르를 가공해서 만들고 있어 밸류체인(제품·서비스를 생산해 부가가치를 생성하는 과정) 내재화가 수월했다.
◇ 천연흑연 → 인조흑연 → 실리콘 순으로 가격 ↑
음극재의 주요 평가 지표는 용량, 가격 경쟁력, 수명, 안정성, 출력 등 다섯 가지다. 배터리 용량은 배터리가 가진 전자의 수로,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결정한다. 에너지밀도는 전기차의 출력, 안정성은 화재 등 사고를 제어하는 능력, 수명은 배터리 사용 기간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음극재 원료인 천연흑연은 리튬 이온을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다. 가격은 1㎏당 5~7달러 수준으로 저렴하지만 배터리 수명이 짧은 게 단점이다. 평균 용량은 1g당 360mAh(밀리 암페어 아워·1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류량), 사이클 수명은 1000회(완전 충전에서 완전 방전되면 1사이클)다. 천연흑연은 충·방전 효율이 떨어지고 배터리를 계속 사용하면 층이 벌어져 부푸는 ‘스웰링’ 현상이 발생한다.
이후 출시된 인조흑연 음극재는 천연흑연 음극재보다 배터리 수명을 늘리면서 충전시간을 단축했다. 가격은 1㎏당 15~20달러로 더 비싸다. 인조흑연의 평균 용량은 1g 기준 350mAh로 천연흑연보다 다소 낮지만 사이클 수명은 1500회 정도로 길다.
인조흑연은 코크스(cokes·석탄을 가공해 만드는 고체 연료)를 3000도 이상으로 열처리해 생산하는데, 천연흑연보다 리튬 이동 경로가 많은 ‘등방형’이기 때문에 시간 대비 충전 효율이 높다. 작년 기준 글로벌 음극재 시장에서 인조흑연의 비중은 약 83%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차세대 음극재’로 불리는 실리콘 음극재는 최대 용량이 1g당 950mAh까지 올라간다. 흑연은 탄소 원자 6개에 리튬이온 1개가 저장되는 LiC6 구조인데, 실리콘은 실리콘 원자 5개에 리튬이온 22개를 저장할 수 있는 Li22Si5 구조라 같은 무게에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순수 실리콘은 흑연보다 용량이 10배 크지만, 순수 실리콘만 사용해 음극재를 만들면 리튬이 드나들면서 부피가 급격히 팽창해 안정성이 떨어진다. 현재 생산되는 실리콘 음극재는 흑연계 음극재에 실리콘을 4~5% 정도 첨가하는 수준으로, 업계는 기술 개발을 지속해 실리콘 함량을 늘릴 계획이다. 실리콘 음극재의 시장 점유율은 5% 정도인데, 업계는 이 비중이 2030년에는 25%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본다.
리튬 메탈 음극재는 금속 리튬을 활용한 음극재로, 이론상 용량은 1g당 3680mAh다. 추후 전고체 배터리에 탑재하면 흑연 음극재보다 전기차 배터리의 출력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 다만 아직은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 음극재도 생산능력 확대 경쟁
유일하게 흑연계 음극재를 만드는 포스코퓨처엠은 흑연계 생산능력을 키우는 동시에 실리콘 음극재에도 투자한다. 현재 포스코퓨처엠 세종공장에서는 연간 7만4000t의 천연음극재를 생산하고 있으며, 포항 공장에서는 연간 8000t의 인조음극재를 생산 중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약 5000억원을 투자해 포항 블루밸리산단 내 19만9720㎡(약 6만평) 부지에 음극재 생산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기로 했다. 단계적 증설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음극재 생산량을 17만t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자 배터리(용량 60㎾h 기준)에 흑연계 음극재가 40~45㎏ 정도 들어가는 것으로 본다. 17만t은 전기차 377만~425만대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포항에는 탄화규소계 실리콘 음극재를 생산할 수 있는 시험 설비를 세우고 있다.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포항에 산화물계 실리콘 음극재를 생산하는 공장을 짓고 2030년까지 2만5000t 규모의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대주전자재료, 한솔케미칼, SK머티리얼즈, LG화학 등도 실리콘 음극재 생산설비에 투자해 생산능력을 키울 계획이다.
◇ 싸고 성능 좋은 ‘저팽창 음극재’ 부각
포스코퓨처엠은 기존 흑연계 음극재에 더해 ‘저팽창 천연흑연 음극재(저팽창 음극재)’ 기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저팽창은 부푸는 현상이 덜 발생한다는 의미로 천연흑연 음극재보다 배터리 수명이 길다. 저팽창 음극재는 다섯 가지 평가 지표에서 모두 평균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아 전기차 시장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2020년부터 저팽창 음극재 기술 개발을 검토했고, 지난해부터 양산에 돌입했다. 인조흑연보다 배터리 출력이 낮은 천연흑연 구조를 이방형에서 등방형으로 개선해 저팽창 음극재를 개발했다. 인조흑연 역시 등방형이지만, 저팽창 음극재는 가격이 저렴한 천연흑연을 원료로 써 인조흑연 음극재보다 싸다.
저팽창 음극재는 천연흑연 음극재 대비 팽창률이 25% 낮아 배터리 수명이 길고 급속충전 성능은 15% 높다.
포스코퓨처엠은 천연흑연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올해부터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천연흑연을 들여오기 시작했다. 탄자니아산 흑연은 이송 과정이 복잡하지만, 포스코홀딩스는 탄자니아 흑연 광산을 보유한 호주 광산업체(블랙록마이닝)의 지분 13%를 가지고 있어 원활한 수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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